재생에너지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글, 서영민

 

📌 필진 소개: 셋째 아이 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 중인 KBS 기자 서영민입니다.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을 출입했고 산업부 팀장을 지내고, 최근까지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산업과 사람, 그 사이의 흐름을 기록했어요. 보고 듣고 읽어 알게 된 세상 풍경을 정리해 글로 전하는 일을 즐긴답니다.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2023)》와 《삼성전자 시그널(2025)》을 썼습니다. 성장의 한계, 불균형, 인구소멸, 기후위기 같은 지속 불가능성에 답을 찾고 싶습니다. 저는 그 길의 이름을 ‘지속가능성’이라 부르고 있어요.

어차피 끝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구는 멸망할 거예요. 2024년 맨부커상을 받은 서맨사 하비의 소설 《궤도》의 뒷부분을 펼쳐 봅니다. 


빅뱅이 일어난 140억 년 전을 1월 1일로 잡는 우주력(달력)을 상상해 보죠. 3월 중순쯤 우리은하가 만들어졌고, 8월 말 즈음 태양이라고 부르는 별이 탄생했어요. 인간은 12월 31일 늦은 오후에 출현했어요. 부처는 자정을 6초 남기고, 예수는 5초 남기고 태어났어요. 물론 자정(현재)이 되었다고 우주가 끝나진 않죠. 


작가 하비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데, “생명체의 관점에서 희망찬 일은 하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운석의 지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지구 자전축 기울기가 커질 수도, 궤도가 휘고 밀려날 수도 있어요. 모두 지구 생명체에게는 재앙입니다만, 이건 가능성일 뿐 확실한 미래는 아니에요. 가장 확실하고 비극적인 일은 따로 있어요. 


약 넉 달 뒤(50억 년 뒤), 태양은 연료를 다 소진할 겁니다. 폭발할 겁니다. 다만 블랙홀이 되기엔 작아요. 백색왜성이란 게 될 겁니다. 쪼그라들죠. 그런데 그 전에 폭발하면서 부풀어 올라 적색 왜성이 되고,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킵니다. ‘지구는 살아남는다고 해도 바짝 시들고 건조해져 바다가 끓다 메말라 버릴’ 거예요. 풍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파를 뚫고 출근해 바쁘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무슨 50억 년 뒤 얘기 같은 소리를 읽어야 하나 싶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이번에 가져온 이야기는 당장 오늘, 이번 달, 올해만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조금 더 긴 타임라인을 떠올려야 해요.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세요. 50억 년까지 갈 건 아니고요. 2047년으로 가겠습니다.


2047년, 기후 이탈 시점 Climate Departure

2047년, 인류는 전혀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지구에 살게 됩니다. 바로, ‘기후 이탈 시점(Climate Departure)’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지구 특정 지역의 평균기후가 가장 극단적인 관측 기록을 지속적으로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1860~2005년 동안 서울의 가장 더운 해의 온도가 33도였다면, ‘기후 이탈 시점’ 이후엔 33도보다 더 더운 해가 계속 반복됩니다. 즉, 과거 기후 데이터는 기준이 되지 못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후 시대가 시작됩니다.


책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에서 로이 스크랜턴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뭐라도 할 수 있었던 때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문명은 끝났다고 단언해요.


상당수의 과학자도 비관론을 내세우고 있어요. 이탈리아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인간이 자초한 위기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썼습니다. 


인류의 진보와 성장을 이끈 진짜 엔진 ‘탄소’

불과 200여 년 전 인류는 석탄을 태워서 탄소 에너지를 끌어내는 법을 알아낸 뒤, 엄청난 부를 얻게 되었어요.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고, 스마트폰을 충전해 웹툰을 보고, 신선한 샐러드를 원하는 만큼 사 먹을 수 있는 모든 일이 ‘탄소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인류가 탄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GDP가 튀어올랐습니다. 노동자 평균 임금도 치솟았고, 기대수명도 20~30세에서 80세까지 상승했죠. 거의 모든 후생지표가 탄소로 인해 개선됐어요.


‘혁신’은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다고 여겨져 왔죠. 그러나 탄소 민주주의》의 티머시 미첼 같은 학자는 ‘탄소(석탄, 석유, 가스)가 자본주의 밑바닥을 규정하는 중력’이고, 심지어 민주주의의 형태마저 결정하는 숨은 ‘통치자’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류의 진보와 성장을 이끈 진짜 엔진은 ‘탄소’라는 거죠.


한국의 성장도 같은 스토리로 이해해볼 수 있어요. 포스코는 탄소를 태워서 철을 만들어요. 현대차는 그 철을 전기를 사용해 자동차로 변화시키고, 한화오션은 배로 만들죠.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에너지를 들이붓는’ 비효율의 극치인 생산 공정을 거쳐 아주 작은 반도체 칩을 생산해요. 기업들은 이 제품들을 수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죠. 


진보를 가져온 탄소가 비극의 씨앗이 되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 탄소가 만든 ‘진보’가 장기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이었다는 점이에요. 태양이 소멸하면서 50억 년 뒤에는 파괴되는 운명을 가진 지구이고, 운석에 부딪히거나 천문학적 변동이 일어나 그 전에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겠지만, 이 탄소 위기는 다른 차원의 윤리적 문제를 낳았어요. 우리 스스로를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는 상황이니까요. 


지금부터라도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그건 어렵습니다.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는 사기’라며 현실을 부정하거나, 서로를 탓하기에 바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탄소가 주는 안락함을 포기하지 못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바로 이런 상황을 풍자하고 있어요.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합니다. 과학자들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며 경고했고요.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돈 룩 업>


그러나 정치인들은 눈앞의 선거와 이미지 관리에만 관심이 있어요. 언론은 유명인의 스캔들 보도에 열을 올리고, 대중은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죠. 일부는 ‘혜성은 가짜’라며 아예 부정하기도 해요. 그 와중에 혜성 충돌을 기회로 삼아 자원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있죠. 멸망이 눈앞에 있는데, 아무도 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지금 우리 현실도 그렇습니다. 풍자를 걷어내고 핵심만 차분히 표현하면, ‘탄소 감축을 약속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랄까요?


그 이유는 탄소를 포기하면 에너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오늘 당장 화석연료 발전을 중단하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59%가 사라져요. 에너지 공급의 59%가 사라진다는 것은 GDP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단 의미일 수 있어요. 탄소는 성장이니까요.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 같은 곳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500ppm 수준으로 안정화하려면 ‘세계 경제의 성장을 무기한 감속하거나, 마이너스 성장하는 식으로 대침체를 무한정 연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바로 탄소 감축과 성장 사이에 존재하는 상충관계가 본질입니다. 성장을 방해하는 인플레이션만 나타나도 정치권력은 교체됩니다. 정치인이 ‘성장보다 중요한 가치’를 주장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을 비관하는 사람들이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데요?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인류를 구원할 기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TED 영상에서 완전히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선언했어요. 2023년 테슬라 투자자의 날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하죠.


“저는 낙관적이에요. 공상이 아니고, 실제 물리학적 계산에 근거합니다. 단순 희망 사항 아니고요. 지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전환될 거고, 여러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그렇게 될 겁니다.”

이미지 출처: Elon Musk: A future worth getting excited about | TED


머스크가 언급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바로 재생에너지를 뜻하죠. 그는 핵심이 ‘세 가지’라고 말해요. 

  1. 태양광과 풍력 발전
  2. 에너지저장장치(고정형 배터리) 
  3. 전기차


머스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어요. 영국의 학자 다니엘 서스킨트는 ‘기술발전 덕분에 이제는 기후에 훨씬 적은 영향만 미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우리를 ‘혁신’이 또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이 앞으로 다룰 연재의 주제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스스로 만든 비극으로부터 인류를 구출할 수 있을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로 해요.


💌 <재생에너지 보고서>는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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