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차에 걸쳐 경제를 둘러싼 환경인 매크로,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주제를 잡아서 조금은 깊게 접근해 봤습니다. 평소 간단하게 생각했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지만, 막상 파보니 상당히 복잡하다고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연재에서는 지금까지 공부한 매크로 경제 환경에 관한 지식을 실제 투자에서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물가’라는 경제의 가장 중요한 팩터(Factor·요소)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너무 광범위하니까요, 경제를 보는 또 하나의 중요한 팩터인 ‘성장’을 가져오도록 할게요. 물가가 고물가(인플레이션)와 저물가(디플레이션)로 나뉘는 것처럼 성장도 고성장과 저성장으로 나뉩니다.
각각을 조합하면 2 곱하기 2니까, 네 가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겠네요. 고성장과 고물가, 고성장과 저물가, 저성장과 고물가, 저성장과 저물가.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실제로는 환율을 끼우기도 하고요, 성장을 미국의 성장과 미국 이외 국가들의 성장으로 나누면서 훨씬 많은 상황을 만들어서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초심자잖아요? 너무 복잡하게 들어가지 말고 다음의 네 가지 국면을 살펴보기로 해요.
첫 번째 시나리오: 고성장 고물가
먼저 고성장 고물가 국면부터 살펴봅니다. 성장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런 성장 때문에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물건을 많이 사게 되니 물건값이 오르는, 이른바 아름다운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성장도 강하고 물가도 높은 상황인 것이죠.
사람으로 따지면 키도 많이 크고, 키가 크는 만큼 몸무게도 올라가는 겁니다. 그림 같은 경제 성장이 나타날 때 이런 광경이 펼쳐지죠. 우리나라 1970~1980년대 고성장을 이루었죠. 당시 성장률이 들쭉날쭉하기도 했지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때 어김없이 물가도 올랐는데요, 고성장 고물가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이런 상황에서 주식 시장은 어떨까요? 기업의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의 함수입니다. 경기가 좋으니 기업이 돈을 더 잘 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호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게 되면서 기업의 주가가 더욱더 강한 힘을 받게 되죠. 그럼 주식 시장 전반에 걸쳐 훈풍이 불게 될 겁니다. 이런 시기는 주식 투자에 더없이 좋은 시기가 되겠죠.
그럼 채권 투자는 어떨까요? 채권은 얼마나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5% 이자를 받는 채권이라 해보죠. 5%면 나쁘지 않은데?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물가가 10%씩 오르면 어떨까요? 혹은 성장이 워낙 강하게 온다면? 채권에서 5% 수익을 가져가는 것보다 주식 등에 투자하면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채권 투자의 매력이 높지 않겠죠? 성장이 강하고 물가 상승률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채권의 매력은 약합니다. 고성장 고물가의 시기에 채권 투자는 그리 매력적인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 저성장 고물가
이런 맥락에서 저성장 고물가의 시기를 보시죠. 성장은 안 나오는데, 물가가 높은 시기. 이런 때를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했죠. 이럴 때에 가장 취약한 건 다름 아닌 채권입니다. 물가가 높은 만큼 채권 투자의 매력 그 자체가 사라지게 되죠. 꼭 기억해 두세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시기에 채권은 그리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요.
그럼 주식은 어떨까요? 주식 역시 이 시기에는 참 어렵습니다. 성장이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지 못합니다. 그럼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 물가는 높으니 비용 지출은 크게 늘어나게 되겠죠. 그럼 돈은 못 버는데 비용은 많이 나가니 기업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못합니다. 이 시기가 참 애매한데요, 주식이나 채권 투자 모두가 어려운 시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앞선 연재에서 한 차례 다루었던 석유 파동 당시가 이런 시기였죠. 이럴 때는 투자에 있어서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 고성장 저물가
이번에는 고성장 저물가의 시기로 가볼까요? 앞서 고성장 고물가 시기가 참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보다 더 좋은 건 바로 고성장 저물가의 시기입니다. 성장이 강해져서 너무 많은 소비가 일어나면 물가가 오르곤 합니다. 성장이 강한 것은 좋지만 기업의 비용이 너무 많이 오르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가가 높은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죠. 불시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기업의 이자 비용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성장 고물가 시기가 참 좋기는 해도 물가가 높기에 불안한 점은 분명히 존재하죠. 반면 고성장 저물가는 물가마저 안정되어 있기에 주식 시장에는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2017년이 이런 비슷한 상황이었는데요, 성장은 강하게 나오면서 물가가 낮다 보니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시기가 만들어진 것이죠. 당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이 한꺼번에 상승했고요, 국내 증시도 오랜 기간 이어왔던 박스권에서 탈피해서 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
그럼 이런 시기에 채권 투자는 어떨까요?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면 채권에서 받는 이자는 참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네. 채권을 보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물가가 높다면 조심하시는 게 좋고, 물가가 낮은 저물가 시기에는 채권에 대한 비중을 높여가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네 번째 시나리오: 저성장 저물가
이제 마지막입니다. 저성장 저물가의 시기가 남아있죠. 이 시기는 이른 바 경기 침체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흐름이 이러했죠. 성장이 약하니 사람들이 소득이 없어 소비를 하지 못합니다. 그럼 기업들이 돈을 벌 수가 없죠. 워낙 소비가 약하다 보니 물가도 오를 기미를 보이지 못합니다. 경기 침체의 기운이 커지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가능성까지 엿보이기 시작하죠.
금융 위기 당시, 그리고 그 직후가 이 시기에 정확히 해당하고요, 이럴 때는 주식 투자가 참 어렵습니다. 반면 채권 투자는 정말 좋죠. 물가가 안정되어 있고, 성장이 정체된 만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양호한 금리로 또박또박 이자를 받는 채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이런 시기에는 주식은 어렵지만 채권은 양호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초보 투자자를 위한 전략
이렇게 매크로 경제 상황별로 주식과 채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그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문제가 남겠죠. 이를 활용하려면 지금이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국면에 맞춘 투자를 하면 되겠죠.
예를 들어 지금이 고성장 고물가 상황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맞는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경제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이죠. 지금이 고성장 고물가 시기라고 해도 이 상황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변하겠죠.
다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코로나라는 이례적인 보건상의 위기가 있었고,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만났으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바 있습니다. 경제 환경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죠.
지금의 상황에 맞춰서 투자한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가는 겁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예상해서 움직여야 보다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를 위해서는 향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를 예측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미래를 예측하여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서 다뤘던 4가지 상황 각각에 맞는 자산을 미리 준비해서, 각 시나리오를 대비하면서 넓게 깔아두는 것이 좋죠. 언제 그 상황이 어느 정도 속도로 바뀔지 모르지만, 길목을 지키고 있다면 실제 상황이 펼쳐졌을 때 훨씬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런 4가지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두 가지 아이템으로 금과 달러에 대한 말씀을 드려보면서 오늘의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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