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명세서를 확인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항목이 있죠. 건강보험료와 함께 적힌 장기요양보험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기요양보험료를 매달 납부하면서도, 이게 어떤 제도인지 모른 채 지나가요.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돌봄이란 단어 자체가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그 막연함을 걷어내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장기요양보험은 왜 도입되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사회적 위험, 누구에게나 닥치는 재난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이 약해지고, 일상적인 활동이 점점 어려워져요. 밥을 차려 먹거나, 대소변을 가리거나, 욕실로 걸어 들어가는 일조차 힘들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게 돼요.
문제는 그 돌봄의 무게를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거예요. 예전에는 당연히 가족이 맡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누군가는 가족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둬야 하고, 누군가는 집에 간병인을 별도로 들여야 하니까요. 그마저도 그 비용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니, 부담이 커요.
이럴 때 필요한 개념이 바로 ‘사회적 위험(social risk)’이에요. 학술적으로, 교통사고처럼 불의의 사고로 생기는 위험은 ‘특수 위험’이라 하고, 노쇠·질병·실업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은 ‘사회적 위험’이라 불러요.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넓고 무거운 위험이기에,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단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죠.
사회적 위험을 사회가 함께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사회보험(social insurance)이에요. 의료보험, 산재보험, 실업급여처럼요. 장기요양보험도 이 연장선에 있어요.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노쇠와 돌봄이라는 위험을 사회적으로 함께 짊어지기 위해 고안된 사회보험이죠. 우리나라에서 장기요양보험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요?
사회적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장
한국 사회에서 ‘노인 돌봄’은 오랫동안 사적 영역에 속해 있었습니다. 노부모는 자식이 돌보는 거라는 가족주의가 강했던 탓인데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런 방식의 노인 돌봄은 한계에 봉착하게 돼요. 전반적인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고령 인구의 증가가 동시에 겹치자, 전통적인 가족 내 돌봄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사회보험이 필요하단 논의가 이어졌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개호보험(介護保險)이란 이름의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는 걸 눈여겨 본 정부에선 한국판 개호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을 2008년 본격 출범시킵니다. 누구나 늙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해지게 되니, 그 위험을 미리 조금씩 나눠 내서 대비하자는 거죠.
특히나 지금도 큰 사회적 문제인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던 2010년대 초입, 노인 빈곤 문제도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어요. 노인 복지에 대한 지원 방안이 큰 사회적 호응을 얻던 분위기 속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 돌봄을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어요. 그런데 장기요양보험료, 매달 얼마나 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