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2030 여성들이 늘고 있어요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용률 차이가 큰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여성 노동시장이 열악하다고 평가받아요. 한국은 고용률의 남녀 격차가 OECD 38개 회원국 중 8번째로 큰 나라거든요.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M자 곡선으로 유명하기도 해요. 결혼과 출산을 거치는 나이대에 고용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져서 M자 형태의 그래프로 나타나는 건데요. 이러한 통계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한국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지요. 


M자 곡선이 완만해지고 있어요


오늘날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른 선진국보다 열악했던 한국의 여성 노동시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2010년만 해도 선명하던 M자 곡선은 2023년이 되면서 크게 완화되었고, 몇 년 사이 여성 고용률도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죠. 경력 단절 또한 줄어들고 있고요. 지금부터 이러한 변화가 잘 드러나는 몇몇 통계를 함께 살펴볼게요.


팬데믹 초기만 해도 여성의 고용률은 남성보다 상당히 낮았어요. 경기 침체로 여성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을 쉬세션(she + recession)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였죠.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유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던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줄고, 교육·보육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자녀를 돌봐야 했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여성 고용률 중에서도 특히 20~30대 여성의 고용률 증가 추세가 돋보여요. 20~30대 남성의 고용률이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낮아진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예요. 한 마디로 쉬세션이 쉬커버리(she + recovery)로 반전된 거죠. 

      참고자료: 한국은행, 여성 고용 회복세 평가 (2023)


      청년뿐만 아니라 고학력 여성, 결혼한 여성, 1명의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도 크게 상승했는데요. 일자리 수요와 일자리 공급에서 나타난 변화들이 여성 고용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아래의 요인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팬데믹 이후에 가속화되면서 여성 고용률 상승을 이끌었어요.  


      👩‍💼달라진 일자리 수요 요인

      •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비대면 일자리 증가
      • 고령화로 인한 보건복지 일자리 증가


      👩‍💼달라진 일자리 공급 요인

      • 늘어난 유연근무제
      • 남성의 가사분담, 자녀돌봄 확대
      • 결혼을 늦게 하는 미혼 여성의 증가


      유연근무제와 가정 내 역할 변화가 여성 일자리 공급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것은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겪어 온 불리한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해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력 단절 문제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이번에는 통계청의 자료를 함께 볼까요? 

      경력 단절 여성의 수는 2019년 169만 9천 명에서 2024년 121만 5천 명으로 줄었어요. 결혼과 출산 대신 일자리를 택한 여성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기혼 여성과 자녀가 있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살펴봐도 이전보다 나아졌음을 알 수 있어요. 결혼한 경력 단절 여성의 비율은 2019년 19.2%에서 2024년 15.9%로 낮아졌고, 자녀가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의 비율도 2019년 27.9%에서 2024년 22.7%까지 감소했죠.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여성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에는 분명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요. 그러나 오늘날 여성의 삶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완전히 가능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여성들이 경력 단절을 피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현상은 그 자체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니까요. 실제로 30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은 결혼과 출산 감소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 보고서도 있어요.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선택이에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해도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서도, 급격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한국 사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는 더욱더 시급하죠. 우리 사회가 일과 가정을 모두 가진 여성이 마음껏 꿈을 펼치기 좋은 곳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필진의 코멘트 💌

      이 칼럼을 끝으로 <청년을 위한 통계는 있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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