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이
사원, 대리, 과장 처럼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대신 개인이 필요와 욕구에 따라 원하는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델을 ‘프로티언 커리어(protean career)’라고 합니다. ‘프로티언’은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프로테우스에서 유래한 용어에요.
프로티언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을 새롭게 정의하고, 개척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합니다. 오늘 준비한 임승현 님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프로티언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키워가는지 딱 이해할 수 있을거예요.
“백패커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임승현입니다”
조이: 무슨 일 하세요?
임승현: ‘백패커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고 있어요. 핸드메이드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아이디어스’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텀블벅’을 운영하는 곳이죠.
실적 관리: 회사의 비즈니스 지표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유를 확인해서 해결방법을 찾아요.
전략 및 목표 설정: 지표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한 뒤,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제시하고 목표를 정해요. 목표 실행을 위해 팀 리더들과 의논해서 팀별 핵심성과지표(KPI)도 정합니다.
실무 리드: 제가 담당해 온 데이터, 전략,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는 직접 팀을 리드하고, 인재를 채용하고 성장을 지원해요.
“이직의 기준은 ‘내 역량 강화’예요”
이직을 결정할 때마다 ‘내 역량 포트폴리오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나머지 요소들은 역량을 키워가는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컨설턴트에서 쿠팡 전략팀으로
컨설턴트로서 전사 전략을 짜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실무 부서에서 일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클라이언트의 데이터를 수동적으로 받기보다는 직접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면서 자유롭게 활용해 보고 싶었죠.
쿠팡 전략팀에서 뤼이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쿠팡에서 부서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위치에서 추진했던 신사업들이 잘 안되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뤼이드 COO에서 백패커 CSO로
10명 남짓했던 뤼이드가 수백 명 규모에, 수천억 원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어요. 작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 직접 기여할 수 있어 좋았지만, 회사의 미션이나 기업문화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 아쉬움을 해결하면서도 제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합류하게 된 곳이 백패커에요. 대표님의 인격과 회사의 선한 사명,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백패커 회의실에서 사용하는 서랍장과 테이블 등은 모두 작가님들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 제품이에요.
돌아보면 커리어 초~중반에는 경험해 보고 싶은 업무, 분야, 배워보고 싶은 스킬셋을 중심으로 직장을 선택했고, 경력이 쌓이면서부터는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했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다시 생각했어요”
대학생 때 혼자 여행을 하다 길을 잃어 사막에서 6시간 이상 헤맨 적이 있어요. ‘이제 정말 죽는구나’ 생각한 순간에 극적으로 구조되었죠. 그때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성취, 명예, 돈 이런 것들이 저에게 제일 중요했지만, 죽음 앞에서 이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날 이후 지금 당장 죽어도 편하게 눈 감을 수 있는 것들로 삶을 채우기로 했어요. ‘내가 가진 역량으로 옆에 있는 사람부터 크게는 사회에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가치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다’라고 다짐했어요.
저에게 일은 역량을 쌓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수단이에요.
지금은 백패커를 성장시키고 언젠가는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함께 일한 동료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지금의 미션을 완성한 후에는 적자에 빠진 기업을 구하는 유능한 경영자로 살아가고 싶고요.
임승현 님의 일잘러 비법 3가지
워크 러버 임승현 님에게는 ‘번아웃’도 비껴갈지 궁금했어요. 임승현 님은 ‘번아웃은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회사의 방향성이 내가 생각한 방향과 다를 때 겪게 된다’며, ‘조금씩이라도 내가 바꿀수 있는 것을 시도하는 게 번아웃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일잘러는 번아웃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내친김에 임승현 님만의 일잘러 비법을 몇 개 더 알려달라고 했고, 세 가지 포인트를 발견했어요.
‘Why’를 먼저 생각해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해요.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이 일에 쏟는 시간과 자원으로 다른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비교해 의사결정의 실패 확률과 비용을 줄인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껴안아요
임승현 님도 주니어 때는 쉽고, 편한 것을 선호했다고 해요.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 그리고 갈등과 힘든 의사결정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갈등 상황을 겪게 되더라도 ‘더 가치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해요.
퍼스트 펭귄 대신 세컨드 펭귄
임승현 님은 창업가 보다 창업가의 성공을 돕는 역할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은 천적인 바다표범에 잡아먹힐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퍼스트 펭귄을 따라 나서는 세컨드 펭귄은 더 적은 위험으로 먹이를 얻을 수 있어요.
스타트업의 성공은 용감한 창업자들과 이를 함께 한 동료들이 함께 똘똘 뭉쳐 이뤄낸 결과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초기에 합류해 기업의 성공을 이끈 쉐릴 샌드버그가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라고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임승현 님은 커리어의 추월차선을 타고 싶은 일잘러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 책, <세컨드 펭귄>을 출간했어요. 회사에서 기업가형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실무노하우를 아낌없이 적어놓은 책입니다.
성장욕구 뿜뿜한 후배들이 자꾸 멘토링 해달라고 부탁하니, 내친김에 책으로 묶어 출간한 것 같아요. 임승현 님의 노하우를 쏙쏙 배워 여러분의 커리어에 로켓을 달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