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8월부터 계속된 엔화 강세에 쐐기를 박은 이벤트가 벌어졌어요. 바로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예요.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어요. 전날까지 1달러에 14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총재 선출 결과에 곧바로 142엔대까지 하락했어요. 그러니까, 엔화 가치가 올라간 거죠. 이시바 시게루 총재의 경제정책은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일본 특유의 경제를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기업에는 부담이 되더라도 금리를 인상해 연금생활자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며, 해외에 진출한 일본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방향이에요. 일본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좁아져, 엔화 가치가 올라요.
‘엔저’ 끝, ‘아베노믹스’의 종료예요
선거 직전부터 엔화는 강세였어요. 올해 6월까지만 해도 100엔에 800원대를 유지하며 ‘슈퍼 엔저’ 소리를 듣던 원-엔 환율이 8월부터는 900원 대로 올라섰어요. 엔-달러 환율은 그보다 더 올랐어요. 지난 7월 1달러에 161엔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환율을 기록, 다시 말해 사상 최고로 저렴했던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40엔대 강세로 급격히 돌아선 거예요. 일본 내에서는 이렇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집권당 총재가 선출되면서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은 계속해서 긴축으로 향해갈 거라 예상할 수 있겠어요. 이제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을 ‘세 개의 화살’로 삼았던 ‘아베노믹스’의 영향력은 실질적으로 사라졌어요.
🖊️ 아무리 집권당이라도 일개 정당인 자민당 총재가 선출됐을 뿐인데 왜 국가 전체의 경제정책 방향이 결정됐다는 분석이 쏟아지냐면, 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집권당 총재는 국회선거를 통해 곧장 총리로 지명되기 때문이에요. 보도에서 총재와 총리 호칭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