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 반도체 기업인 에스윈이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한다는 보도로 업계가 술렁인 적 있었죠. 결국 장원기 전 사장이 중국행을 철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는데요. 최근에 중국의 ‘인재 빼가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와 배터리 업계에서 고급인력을 ‘빼간다’는 거예요. 논란의 핵심은 ‘중국이 제안한 조건’입니다. 전 직장 대비 연봉을 3~4배 주는 것은 물론, 자녀가 있는 경우 중국 명문대 입학까지 보장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요. 미·중 무역갈등으로 화웨이가 반도체 수입을 할 수 없게 되자, 기술 자립을 위해 해외에서 고급 인력을 데려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한 번 고급 기술이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거든요. 한편, 근로자 개인 입장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준다는 곳으로 이직하는 건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이 인력을 빼가는 게 싫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대우를 잘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죠. 또 중국이 데려가면 ‘인력 빼가기’고 미국이나 스위스, 독일 같은 곳에서 데려가면 ‘해외 취업 증가’로 본다며, 이중적인 잣대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누구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기업은 국가 경제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의 후생에 기여합니다. 그래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국가가 기업에 제공하는 혜택과 인프라가 상당해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근무한 고위직 임원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일반 근로자에게도 그 책임이 있냐는 거예요. 논란을 떠나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이직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직할 때 받았던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은 약속을 깨고 기술만 빼간 적도 많았거든요.
by 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