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업’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글, 이광수

📌 코너 소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미래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인도 경제의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죠. 매주 수요일, 인도 전문가 이광수 교수님이 연재하는 <인도 경제 이야기>에서 그 막막함을 해결해 드릴게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을 벗어나 인도에 눈을 돌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 일본, 중국 기업이라고 하면 얼핏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달리, 인도 기업은 베일에 가려진 것처럼 느껴지곤 하죠. 

오늘은 인도 기업의 특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도 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도의 시기별 경제 정책과 상황, 그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해요.

89년간의 식민지 시기, 그리고 그 후

영국 식민지 시기, 인도는 제조업 기반을 잃게 됐습니다. 영국이 플랜테이션 중심의 상품 작물 육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인도의 전통적 농업과 가내 수공업이 몰락했어요.

그리고 19세기 후반부터 인도에서 대규모 기계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1850년대의 면‧황마 산업과 채탄 산업, 그리고 채광, 제분, 목재, 피혁, 모직, 제지, 제당 산업 등에 기계가 등장했고, 이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서서히 증가했어요. 

1930년에는 시멘트, 유리, 성냥 제조 등의 산업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인도의 민족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전체 산업 경제에서 공업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았어요.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뒤, 인도의 새 공화국은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를 추진했습니다. 이때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수입 대체 정책이 시행됐는데, 이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인도 경제는 1980년대까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죠.

1991년, 인도 경제의 터닝 포닝트

1991년, 인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개혁, 개방 정책이 시작되면서 각종 규제가 완화됐고, 경제 발전의 기틀이 세워졌어요. 

2000년대부터 인도 경제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내수 시장이 커지며 외국계 회사를 포함해 전체 회사의 수도 많이 증가했어요. 

모디 정부가 들어선 후 ‘친시장’과 ‘고성장’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어요. ‘Make in India’, ‘Digital India’, ‘Startup India’ 등이 이 흐름을 상징하는 슬로건이죠.

60년 만에 개정된 회사법

현재 인도 경제는 서비스업에 몰려 있고, 제조업 기반이 아주 약한 상태예요. 지금은 산업 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왔지만, 그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여전히 곳곳에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사회 문화가 퍼져 있어요. 

1956년에 제정돼 6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인도의 회사법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불필요한 절차, 복잡한 서류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거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지난 2013년, 드디어 인도의 회사법이 개정 🏷️ 됐습니다.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어요. 

🏷️ 참고 글

1인 기업, 소기업 개념을 도입하다

인도 정부는 2013년 회사법을 개정하며 1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규정도 신설했습니다. ‘1인 회사(One Person Company, OPC)’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창업을 독려했어요. 

기존에는 회사를 설립할 때 주주가 반드시 2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1인 회사 개념이 등장하면서 1명의 주주 구성으로도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됐어요. 

‘소회사(Small Company)’라는 범주도 만들어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비공개법인 중 규모가 작은 회사를 소회사로 묶어내, 각종 규정 준수 의무를 면제하거나 간소화했어요. 

하지만 1인 회사 역시 자국민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인’만 1인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어서, 아직 외국인은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어요. 

물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Make in India’ 정책을 내세우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니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한 최초의 국가

인도 기업 문화에는 주목할 만한 특성이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기업 안팎에서 아주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에요. 

2007년, 인도에서는 CSR을 7대 원칙으로 구체화했습니다. 

  • 지배 구조 개선
  • 환경 보호
  • 인권 보호
  • 노동 개선
  • 공정한 조직 운영
  • 소비자 이익 실현
  • 지역 사회 개발 등

이 내용은 2013년도에 대통령 승인을 받았고, 인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으로 정한 최초의 국가가 됐어요.   

🗞️ <인도정부의 CSR관련 법령 개정안 주요 내용>

2021년 2월 19일, KOTRA


“주식회사 중 순자산 500크로어(1크로어=1천만 루피) 이상, 매출 1,000크로어이상, 당기순이익 5크로어 이상 중 1가지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는 최근 3년간 평균 세전이익의 2%를 CSR로 지출하여야 함 (최근 3년 평균 적자일 경우는 제외)”


“회사법에서는 빈곤 퇴치, 교육, 여성 및 약자 권익 증진, 환경, 문화유산 복원, 참전용사에 대한 복지, 스포츠 훈련 지원, 국공립 과학기술기관 지원, 농촌개발 등을 대표적인 CSR 인정 활동으로 규정”

인도에서는 CSR을 ‘투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기업 문화에 강하게 자리 잡았어요. 인도 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도 CSR에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교육, 환경, 의료 보건, 장학 사업 및 인재 개발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도 경제, 성장을 위한 숙제는?

2022년, 인도는 총 GDP 규모에서 과거 식민 지배국이었던 영국을 제쳤습니다. 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지는 추세예요. 

하지만 인도의 제조업 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아직 미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어려운 서비스업에 산업이 집중돼 있어, ‘고용 없는 성장’이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열악한 인프라 시설, 비능률적인 관료문화, 부정부패, 자국 기업 보호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어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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