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손해보기 전 인구 감소로 이득 본 역사 – 1탄

글, 정인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저출산·고령화예요. 두 현상 중 한 가지만 일어나도 대처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지금은 두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버거운 상황이에요. 피부양인구가 늘어나는 한편, 늘어난 피부양인구를 부양하는 생산인구가 줄어드니까요. 


어피티: (호들갑) 큰일이야, 큰일! 부양할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경제활동할 사람은 줄어들어서! 😭

 🗞️ 70대 이상 인구, 20대보다 많아졌다

<2024.01.10. 헤럴드경제>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 명대로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등 미래 한국의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1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619만7486명) 인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 인구’도 전년보다 46만여 명 늘어난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최근 계속해서 떨어지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요.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 가팔라져,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저하와 만성적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처지예요. 급격한 인구 감소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문제를 일으켜요.

  • ‘시장의 크기’를 의미하는 인구수 감소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 
  •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부양대상인구 증가가 동시에 진행돼 생기는 사회적 부담


정책적으로 산아제한과 인구감소를 추진하던 1980년대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옛날사람: 라떼는~ 출산율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는데 😮‍💨

어피티: 왜요? 인구가 너무 늘어서요?

옛날사람: 그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인구보너스’ 발생 시점을 기다렸던 거야.

어피티: 연말정산 보너스도 아니고, 인구…보너스? 


인구 보너스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우리나라가 못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아기 한 명 태어날 때마다 ‘이 아이는 또 어떻게 먹여살리나’ 한숨을 쉬던 바로 그 시절로요.


먹을 것은 없는데
식구는 많고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인구가 너무 늘어서 걱정이었어요. 몇몇 인구감소 표어는 지금도 유명해요.
  •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1960년대)
  •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 낳을 생각 하기 전에 키울 생각 먼저 하자 (1980년대) 

그때는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것이 정말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취업하기 전까지는 누구든 ‘부양 대상’이거든요. 생산인구의 부양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는 아동과 노인이 같은 셈이에요. 


국가 재정이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이 지점에서 복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그러나 시장에 변변한 일자리도 없고, 정부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일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돼요.


1953년 4월 18일자 동아일보 기사 「기아에서 헤매는 이 겨레의 참상」을 보면 1년간 전국에서 143명이 굶어죽었고 113명이 식량난으로 자살했으며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사람이 210만 명을 넘어섰다는 취재 내용이 나와요. 아이 한 명 태어나는 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죠.


당시에는 딸이 태어나면 조금만 제몫을 할 수 있게 돼도 식모로 보내버리는 일이 빈번했어요. 식모는 급여 없이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해도 고용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1960년대에는 전국 가구의 30%가 식모를 뒀다고 해요. 식탁에 밥숟가락 하나 더 놓을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식모를 부렸던 거예요. 1972년 경향신문에 실린 사설을 보면 당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 참된 보람

<1972.12.08 경향신문 사설>


…“난 네가 왜 동창들의 모임에 늘 빠지나 했더니 식모가 없어 그랬구나.” 


싸늘하게 식어가는 찻잔을 앞에 놓고 어떤 조소가 담긴 듯한 단어들이 거침없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대접해준 한 잔의 차가 그리도 못 마실 정도로 향기가 없었고 식모 없이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무심히 표현한 말이라면 그 표현방법이 내 마음에 너무나 큰 저항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왜 몰랐을까.

19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명까지 늘어납니다. 당시 정부는 연 2.9%에 달하는 인구성장률이 통제되지 않으면 도저히 경제발전을 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가족계획사업을 국가적인 과제로 채택하고, 출산억제책에 집중해요. 


사실 인구정책이 꼭 출생률에 대한 정책만 있는 건 아니에요. 주택정책이나 식량정책, 교육정책, 사회복지, 이민정책이 모두 인구 정책이에요. 우리나라는 산아 제한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것이 1994년까지 우리나라의 정책 패러다임으로 쭉 이어지게 되죠. 


*3월 5일(화) 머니레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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