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한 이 기업의 베일을 벗겨보자, ‘팔란티어’ 이야기

 

글, 강예지

 

📌 필진 소개: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전파사 편집장 강예지 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지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이자 경제기자의 시선으로 어렵고 딱딱한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숨은 행간을 풀이합니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면 미래까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짧은 이야기로나마 소개해 드리는 기업에 친숙해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최근 들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부터 방위산업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련 키워드를 모두 품은 기업. 바로 팔란티어(Palantir)예요. 

 

한데 이 기업, 설립된 건 꽤 오래 전인데 주식시장에는 불과 4년 전에 입성했거든요. 게다가 거래하는 고객도, 하는 일도 범상치가 않습니다. 혹시 첩보나 수사물 좋아하는 어피티 독자 여러분 계시나요? (광팬인) 저로서는 언젠가 한번 꼭 제대로 디깅해보고 싶었던  팔란티어 이야기, 바로 시작할게요. 

 

팔란티어의 문을 두드리는 수상한(?) 고객들 

 

2003년 설립된 팔란티어는 4년 전 상장 당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회사였을지언정 사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미 유명한 기업이었어요. 주 고객이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고, 이들에게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우리로 치면 국정원 격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벤처 투자 부문 인큐텔(In-Q-Tel)이 팔란티어에 초기 투자했고, 연방수사국(FBI)와 국가안보국(NSA)이 주 고객이에요. 

 

왠지 주식시장 상장사 이야기하다가 정보기관들과 연결 지으려니 낯설기는 합니다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군사 작전에 팔란티어가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굵직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요. 

미드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팔란티어 홈페이지에?! 출처 : Palantir

9.11테러의 배후이자 테러리스트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 추적 작전에 팔란티어가 공을 세웠었고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을 지원한 일로 또 이름을 알렸어요. 당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난 서방권 첫 기업이 바로 팔란티어예요.

2022년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 왼쪽)과 만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가운데)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식 웹사이트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회사를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라는 사람인데, 그는 자타 공인 ‘애국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인물이죠. 국방과 데이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상장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팔란티어

테크계의 ‘담배’ 같은 기업? 

 

알렉스 카프 이 양반, 애국심이 짙게 묻어 나오는 거친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많이 했어요. 어디에서든 애국을 부르짖는 그의 생각과 의지가 팔란티어의 사업에 그대로 반영된 탓인지, 팔란티어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어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손잡은 건이 대표적이죠.  

 

다음 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예고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을 내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찾아간 회사가 바로 팔란티어입니다. 팔란티어는 9200만 달러, 우리 돈 1060억 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트럼프 행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국경 이주 억제 작전에 들어갔어요. 

 

과거 보도된 기사를 보면 이민국은 팔란티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2017년 당시 450여 명을 체포했다는데요.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팔란티어와 ICE가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를 타깃해 위험한 정책을 실행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거세게 비판했어요.  

 

당시 팔란티어와 정부 간 거래가 이민자 단속, 인종차별, 전쟁 지원, 폭력 등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커졌는데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존엄한 가치 앞에 기술과 정부가 어디까지 역할해야 하는가를 두고 전국적인 논쟁이 일기도 했어요. 

 

이 논쟁은 상장을 앞둔 팔란티어에 불리했죠. 팔란티어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정부가 민간인을 추적·구금·추방·살해하는 도구를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거라는 우려가 커졌거든요. 

 

가디언지에는 “팔란티어는 테크계의 ‘담배(Big Tobacco)’”라는 논평이 실리기도 했어요. 팔란티어의 사업 속성을 담배 회사들이 공공에 해를 끼치면서도 이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려 했던 비윤리적 행태에 빗댄 거예요. 

 

팔란티어가 만드는 제품의 정체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파는지 살펴보는 건 투자의 기초죠. 2020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이 우리 돈 약 18.5조 원에 달하는데도,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이 회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투자자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기밀을 다루는 정부기관과 일을 한다니 이해는 갑니다만, 그럼에도 참으로 비밀스러운 기업이죠. (이런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거래되는 것이 일견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팔란티어라는 회사의 본질은 대체 뭘까요?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스템·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는 IT 회사에요.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사용자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죠. 

 

언뜻 들으면 빅데이터를 다룬다는 숱하게 많은 여타 회사들과 무엇이 다른가 싶은데, 팔란티어 제품의 특징과 강점을 이번에도 문과생이 최선을 다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정보를 예로 들어볼게요. 기업에는 생산과 재고, 판매, 물류, 고객 관계, 인사, 재무 등 수많은 데이터가 수년에 걸쳐 쌓였어요. 이런 정보는 보통 부서별로, 부서가 쓰는 시스템별로 분리되어 있죠. 

 

만약 이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아 필요할 때, 목적에 따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강력하고 효율적일까요? 그런데 경영관리팀에서 쓰는 회계 모델과 생산관리팀에서 쓰는 모델은 전혀 다른 회사가 만든, 전혀 다른 구조의 시스템이에요. 정보를 모으려면 이 두 시스템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팔란티어 제품의 특장점이 바로 이건데요. 바로 설립 이래 이런 장치를 아주 여러 개 만들어놨더라는 겁니다. 이 장치로 고객이 가진 서로 다른 성격의 데이터를 ‘연결’해 통합하고요. 통합한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제 및 관리하게 해주는 고객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이것이 팔란티어의 국방용 솔루션인 고담(Gotham)과 민간기업용 솔루션인 파운드리(Foundry)의 아주 기초적인 속성이에요. 

팔란티어 솔루션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쓰인 사례로도 유명한데요. 영국에서는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감염이 폭증할 전조를 감지해 인력을 투입하고 백신 배포 계획을 짜는 데 활용됐다고 해요. 출처: Palantir

다른 IT 회사와 차별되는 팔란티어의 강점은 이제 시작인데요. 첫 번째로는 사용자가 직접 분석 가능한 형태로, 흩어진 정보의 맥락과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데이터 수집부터 솔루션 구축까지 모든 걸 팔란티어의 전문가 집단이 수행하는데, 완성되기까지 상당히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에요. 

 

또 완성된 솔루션은 기술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고, 무엇보다 팔란티어의 솔루션을 도입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본 기업들이 많다고 해요. ‘가만있어도 입에 떠먹여줄 정도로 잘 만든 솔루션을 빨리 가져오는데, 성과도 좋더라’고 입소문이 난 거죠. 

 

‘NEXT 엔비디아’? 

AI 시장이 팔란티어를 주시하는 이유 

 

최근 팔란티어에는 ‘제2의 엔비디아’라는 꼬리표가 붙었어요. 팔란티어는 지난해 독자적인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인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를 선보였는데, AI의 성장 파도에 적시에 올라탄 거죠. 

팔란티어는 AIP를 ‘가장 강력하고 유연한 개발 플랫폼’이라고 내세워요. 2022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는데,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합니다. 출처: Palanti  

AIP는 AI 개발·운영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간소화해, 고객사 내부의 개발자가 AI 솔루션을 쉽게 설계, 개발, 배포,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에요. 앞서 살펴본 파운드리가 사용자가 데이터를 바로 분석하고 운영할 수 있게 입으로 떠먹여준 제품이라면, AIP는 AI에 기반해 사용자 스스로 솔루션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에요. 

 

AIP는 방위는 물론 헬스케어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예를 들어 헬스케어 기업은 AIP를 활용해 환자 데이터를 관리하고, 미래 건강 시나리오 등을 분석할 수 있고요.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앞으로 자산시장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해요. 

 

인공지능 산업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인 덕인지, 꿈을 먹고 사는 주식시장의 속성 탓인지 2024년 팔란티어 주가는 12월 초순 현재 360% 가까이 오르며 그야말로 날개가 달렸어요. 성장 잠재력이 있는 건 분명하나, 아직 실적보다 주가가 앞섰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해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팔란티어, 대체 뭐 하는 회사인지는 알고 투자해야겠죠. 팔란티어의 베일을 조금이나마 벗겨보는 시간 보내셨기를 바라며 다음 시간에 더 흥미로운 기업 디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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