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회사를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라는 사람인데, 그는 자타 공인 ‘애국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인물이죠. 국방과 데이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상장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팔란티어
테크계의 ‘담배’ 같은 기업?
알렉스 카프 이 양반, 애국심이 짙게 묻어 나오는 거친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많이 했어요. 어디에서든 애국을 부르짖는 그의 생각과 의지가 팔란티어의 사업에 그대로 반영된 탓인지, 팔란티어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어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손잡은 건이 대표적이죠.
다음 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예고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을 내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찾아간 회사가 바로 팔란티어입니다. 팔란티어는 9200만 달러, 우리 돈 1060억 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트럼프 행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국경 이주 억제 작전에 들어갔어요.
과거 보도된 기사를 보면 이민국은 팔란티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2017년 당시 450여 명을 체포했다는데요.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팔란티어와 ICE가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를 타깃해 위험한 정책을 실행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거세게 비판했어요.
당시 팔란티어와 정부 간 거래가 이민자 단속, 인종차별, 전쟁 지원, 폭력 등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커졌는데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존엄한 가치 앞에 기술과 정부가 어디까지 역할해야 하는가를 두고 전국적인 논쟁이 일기도 했어요.
이 논쟁은 상장을 앞둔 팔란티어에 불리했죠. 팔란티어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정부가 민간인을 추적·구금·추방·살해하는 도구를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거라는 우려가 커졌거든요.
가디언지에는 “팔란티어는 테크계의 ‘담배(Big Tobacco)’”라는 논평이 실리기도 했어요. 팔란티어의 사업 속성을 담배 회사들이 공공에 해를 끼치면서도 이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려 했던 비윤리적 행태에 빗댄 거예요.
팔란티어가 만드는 제품의 정체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파는지 살펴보는 건 투자의 기초죠. 2020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이 우리 돈 약 18.5조 원에 달하는데도,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이 회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투자자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기밀을 다루는 정부기관과 일을 한다니 이해는 갑니다만, 그럼에도 참으로 비밀스러운 기업이죠. (이런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거래되는 것이 일견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팔란티어라는 회사의 본질은 대체 뭘까요?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스템·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는 IT 회사에요.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사용자가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죠.
언뜻 들으면 빅데이터를 다룬다는 숱하게 많은 여타 회사들과 무엇이 다른가 싶은데, 팔란티어 제품의 특징과 강점을 이번에도 문과생이 최선을 다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정보를 예로 들어볼게요. 기업에는 생산과 재고, 판매, 물류, 고객 관계, 인사, 재무 등 수많은 데이터가 수년에 걸쳐 쌓였어요. 이런 정보는 보통 부서별로, 부서가 쓰는 시스템별로 분리되어 있죠.
만약 이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아 필요할 때, 목적에 따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강력하고 효율적일까요? 그런데 경영관리팀에서 쓰는 회계 모델과 생산관리팀에서 쓰는 모델은 전혀 다른 회사가 만든, 전혀 다른 구조의 시스템이에요. 정보를 모으려면 이 두 시스템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팔란티어 제품의 특장점이 바로 이건데요. 바로 설립 이래 이런 장치를 아주 여러 개 만들어놨더라는 겁니다. 이 장치로 고객이 가진 서로 다른 성격의 데이터를 ‘연결’해 통합하고요. 통합한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제 및 관리하게 해주는 고객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이것이 팔란티어의 국방용 솔루션인 고담(Gotham)과 민간기업용 솔루션인 파운드리(Foundry)의 아주 기초적인 속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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