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관리가 처음인 당신에게 – 3탄

글, 어피티

the 독자: 첫 직장에 막 입사했을 때는요…(아련) 팀장님이 진짜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했어요.

어피티: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 

the 독자: 그냥 하루 종일 통화하고, 거래처랑 미팅하면서 웃고, 법카로 커피 사서 팀원들 불러다가 회의하고… 일을 한다기보다는 종일 얘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어피티: 처음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처음이니까요. 🤗

the 독자: 그런데 제가 팀장이 되고 보니… 뭔가 계속 고민해서 결정하고, 사람들한테 공유하고, 의견 수렴해서 수정하고 이걸 또 윗선에 보고하고 설득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법카로 커피 말고 모피를 살 수 있다고 해도 팀장 안 하고 싶어요! 🥴

어피티: 저런, 많이 힘드셨군요. 🥹 사람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선택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 월급 관리 할 때만이라도 ‘결정 피로’를 줄여 봅시다. 어느덧 팀장이 된 the 독자 님은 회사에서 이미 충분히 피로하시니까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는 우리가 매일 내리는 결정의 양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나쁜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을 미루게 되는 현상이에요.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오를수록 일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두통이 밀려오는 이유도 다 이런 현상과 연결되어 있어요. 의사결정할 것이 정말 많거든요! 


뇌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인지력과 자제력,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려면 정보를 인지해 긁어모으고, 집중해서 이해해야 하며, 때로는 나의 본능적 욕망과 싸우는 자제력을 발휘해 합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죠. 그래서 여러 개의 결정을 내릴수록 뇌에는 피로가 누적돼요. 이렇게 누적된 피로는 ‘에이, 기분이다’ 혹은 ‘내가 그 고생을 하고 이 정도도 못 써?’ 하면서 무언가를 충동적으로 소비하거나 과식을 하도록 부추깁니다. 이미 의사결정 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해서 피로한 뇌가 합리적인 판단 대신 감정에 의존해 기쁨을 느낌으로써 에너지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거예요.


월급 관리에 관한 독자님의 결정 피로를 덜어드리기 위해 어피티가 준비한 과정, 따라가 보시겠어요?


날을 잡아 현황을 정리하세요


지금 캘린더나 스케줄러를 열고, 월급 관리를 위한 날을 하루 잡아요. 그날은 다른 할 일이 없으면 좋아요. 현실적으로 월급 관리를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정 상태를 명확히 파악해야 해요. 특히 대출이나 신용카드 할부, 혹은 가족 부양 등 다양한 경제적 부담이 있을수록 계획적인 접근이 필수적이에요. 아래는 구체적인 준비 과정과 실행 방법입니다.


🐾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어카운트인포를 열어 두고 나의 어떤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파악하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재정 정리를 위해 확인해야 할 곳이 분명해져요.


엑셀, 구글 스프레드시트, 업무용 다이어리 무엇이든 좋아요. 기록장을 켜고 하나씩 기록해 나가요.


1. 현재 재정 상태 인지

(1)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기

월 소득: 세후 실수령액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을 확인해요. 

고정비: 주거비, 대출 상환금, 보험료, 공과금 등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계산해요.

변동비: 식비, 교통비, 쇼핑비, 취미 활동 등 매달 달라질 수 있는 비용을 계산해요. 지난 3개월 치 평균을 내면 가장 좋고, 버겁다면 바로 지난달을 기준으로 해도 충분해요.

잔여 금액: 고정비와 변동비를 제외한 금액을 계산해요. 이 금액이 저축, 투자, 추가 대출 상환에 활용되는 금액이에요.


(2) 부채 상태 점검

남은 대출 총액과 이자율, 월 상환 금액을 확인해요. 신용카드 할부 잔액과 월 납부 금액도 포함하여 모든 부채 항목을 정리해요. 역시 엑셀 등에 하나씩 기록해요. 처음에는 양식을 신경 쓰지 않고, 되는대로 적은 다음 나중에 체계적으로 재배치해요.


2. 현실적인 월급 관리 목표 세우기

(1) 기본 목표 설정

부채가 있을 때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대출 상환이에요. 대출금리가 높은 부채부터 우선적으로 상환해 나가요. 그 다음에는 비상금 마련이 목표예요. 최소 3개월 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확보해야 해요. 


(2) 우선순위 정하기

필수 생활비와 대출 상환금을 최우선으로 예산에 반영해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대출 상환이 최우선이라고 해서 여유자금을 모두 상환에만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대출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금액 비중을 크게 키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정 금액은 반드시 비상금을 위해 저축해야 해요. (2화, 통장 쪼개기의 기본을 참고하세요) 비상금 저축이 끝나면 매달 비상금 통장에 넣던 금액은 투자(저축)통장에 계속해서 모아요.

통장을 쪼개려니 할부가 남았다고요?


나 자신의 소비지출만 통제하면 되는, 재정적 독립을 이룬 1인 가구라면 통장 쪼개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남은 할부를 정리하는 거예요. 관리를 위해서는 자금 흐름이 최대한 간단해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일단 통장 쪼개기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단계로 남은 할부 잔액이 0원이 될 때까지 준비하면 좋아요.


1. 남은 할부와 신용카드 사용 현황 파악하기

할부 잔액 확인: 현재 남은 할부 내역을 먼저 정리합니다. 주로 어떤 카드를 사용했는지, 얼마가 남았는지, 매달 납부되는 할부 금액은 카드별로 얼마인지, 총합은 얼마인지 파악하세요.


신용카드 사용 내역 정리: 카드별로 주요 사용 항목을 정리합니다. 주로 생활비를 쓴 카드와 할부를 쓴 카드가 구분되어 있는지, 또는 모든 항목을 여러 카드에 걸쳐 사용하는지 확인해요.


신용카드 개수 줄이기: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관리가 복잡해집니다. 필수적인 카드 한두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지하세요.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효과는 아닙니다. 월급 관리를 마음 먹은 시점에서 새로운 할부 결제는 피해 주세요.


2. 신용카드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하기(되도록 체크카드 쓰기)

고정비와 변동비용 카드 구분: 신용카드도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생활비 카드와 여가 소비 카드를 분리해 사용하면 지출 항목을 나누어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할부 자제: 통장 쪼개기와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앞으로 가능하면 할부보다는 일시불 소비를 권장해요. 그런데 할부 결제를 하지 않을 것이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죠. 웬만하면 체크카드를 사용해 주세요.


카드 대금 납부용 통장 별도 설정: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면서, 남은 카드 대금 결제용 통장을 따로 마련해 놓는 것도 좋아요.


할부 결제를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요?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병원비라든지 큼직한 가전제품 교체 등 큰 지출이 생길 때가 있어요. 특히 나 자신의 지출통제만 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월급 관리의 복잡성이 크게 늘어납니다. 이럴 때는 할부를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해요.


1. 할부 목적에 따른 구분

필수 지출 할부: 아이들 교육비, 반려동물 의료비, 냉장고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가전제품 같은 꼭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만 계획적으로 할부를 사용하도록 해요. 내가 ‘어떤 항목에서 얼마 이상’에만 할부 결제를 하겠다고 미리 결정해 두면 의사 결정 피로가 훨씬 줄어든답니다. 이 원칙은 가족 구성원 모두와 공유하면 구속력이 더욱 강해져요.


2. 할부를 위한 별도 예산 통장 마련

할부 전용 통장 만들기: 할부를 단기간에 0원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할부 결제를 위한 별도 통장을 만들어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입금해 놓는 방법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 다른 생활비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할부 상환을 관리할 수 있어요. 이때 할부금은 고정비로 들어가요.


한도 설정: 할부 예산을 월 생활비의 일정 비율로 제한해 두세요. 예를 들어, 월 소득의 10~15% 범위 내에서만 할부를 사용하겠다고 정해 두면 무리한 할부 지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대출이 있다면 대출 상환금도 할부 상환금과 함께 묶어 정해둔 비율 이내로 관리하세요.


어피티 스타일 통장 쪼개기, 

마지막 통장의 이름은 ‘디테일’이에요


지난 2화에서 통장 쪼개기의 기본을 배웠어요. 고정비를 자동이체해 빠져나가도록 하는 급여 통장과 변동비가 나가는 생활비 통장, 비상금 통장과 투자(저축) 통장 네 개부터 시작하는 방법이었어요.

      그런데 통장 관리를 위해 재정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분명히 ‘내가 가장 많이, 자주 지출하는 분야’가 눈에 보이게 됩니다.


      딱 끊을 수 있으면 지출 통제 측면에서는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불가능한 일이에요. 일상적 즐거움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어피티는 대신 ‘특별 용도 통장’을 따로 만들기를 제안해요. 자기계발용 통장을 만들어 학원비를 차곡차곡 모은다든가, 여행을 즐긴다면 여행용 통장을 만들어 여행비를 차곡차곡 모으는 거죠. 


      물론, 생활비 통장과 비상금 통장에 사용해야 하는 돈을 모두 사용한 후 남은 잔액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충동에 의한 할부 소비나 계획에 없었던 지출을 하느라 잘 관리되고 있던 다른 통장의 현금 흐름이 망가지는 일이 없어요. 돈이 목표한 만큼 모여야 소비할 수 있으므로 계획에 따른 분명한 기대가 생겨서, 소비 횟수는 줄어도 심리적 만족감은 올라가요.

          자기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사실 성공적인 관리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나 자신의 특성과 현실을 인정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에요. 그래서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거나 너무 풀어주지 않아야 한답니다. 안 되는 걸 너무 쪼아대게 되면 그 자체로 뇌의 에너지를 낭비해 결국 충동소비를 하게 되죠. 마치 쫄쫄 굶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순식간에 폭식을 하게 되는 것처럼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안 돼’라며 체념하거나 포기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지속 가능하되 건강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조금씩 옮겨가기를 목표로 삼도록 해요.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요, 일단 반려동물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 생활비(주거비, 식비, 교육비 등)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미리 파악한 다음, 현실적인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해요. 당연히 나가는 돈인데도 돌발 지출처럼 느껴지게 되면 불쾌감이 쌓여서 월급 관리 자체가 싫어질 수 있어요.


          월별 예산 점검과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은 필수예요. 매달 월말이 되면 가계부를 통해 실제 지출 내역과 예산을 비교하여 계획에 맞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해 현실에 맞게 조정해 나가야 해요. 매달 일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점검 주기를 1주 주기로 당기면 일은 많아져도 루틴은 훨씬 잘 지켜져요.


          이렇게 3화에 걸쳐 월급을 관리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쌓아보았어요. 일단 구조를 마련해 두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어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밑그림만 그려 둔다는 생각으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어피티가 칭찬 보따리를 잔뜩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

          결정 피로를 줄이는 낭비 방지 소비 팁!


          • 회사에 탕비실 있으면 테이크아웃 커피 사 먹지 말자
          • 구내식당 있으면 점심 외식은 주 1회만 하자
          • 냉장고 점검하고 식단표 짜두면 결정 피로 줄어서 식비 낭비도 줄어든다
          • 계절별, 상황별 옷 리스트 만들어서 없으면 채우고 있으면 사지 말자
          • ‘기분 좋은 소비’를 할 때는 절대 할부로 긁지 말고 따로 모은 돈으로 사자
          • 차가 꼭 필요하다면 내 월급 6개월 치 안에서 사자
          • 돈을 모으는 통장은 눈에 안 보이게 설정하자 (눈에 보이면 쓰고 싶어지고, 쓰고 싶은 마음 참으려면 의지력이 소모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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