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838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어요. 여기에는 반도체 수출 회복이 큰 힘을 보탰습니다. 2024년 반도체 단일 품목의 전체 수출 기여도는 약 20%나 됐어요. 이렇듯 국가 경제의 중추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시장의 현재 주요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예요. ‘AI 반도체’와 ‘비(非) AI 반도체’ 사이 양극화, 그리고 비 AI 반도체인 D램과 같은 ‘레거시(범용) 반도체’의 가격이에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이 대표적인 AI 반도체에 속하고, 삼성전자가 주로 판매하는 반도체가 바로 레거시 반도체예요.
SK하이닉스는 독점 공급을 유지해야 해요
SK하이닉스로서는 현재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AI 반도체, HBM을 지금처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여야 해요. 유일한 공급 업체일 때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가격협상력이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공급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일어나도록 공급 다변화를 원하죠.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테스트 통과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예요. 증권가에서도 올해 반도체업계의 키워드는 ‘적층’으로 꼽아요. 단순하게 말하면 HBM은 ‘D램을 한계까지 잔뜩 쌓아 올린 반도체’니까요. 미국의 마이크론, 중국의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HBM을 생산하려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기업도 많기 때문에 긴장해야 할 때예요.
삼성전자는 가격 방어가 필요해요
반면 삼성전자는 레거시 반도체, 즉 D램과 낸드플래시를 많이 팔아야 해요.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레거시 반도체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66%로 보고 있어요. HBM 기술 개발도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에는 레거시 반도체 가격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줘요. 문제는 레거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왔다는 거예요. 특히 올해는 중국의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고부가가치 D램인 DDR5 생산에 성공했어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반도체를 많이 생산해 저가에 풀어버리는 물량전을 펼쳐요. 중국에서 고부가가치의 레거시 반도체를 저가에 수출하며 자국 수요까지 국산화하면 삼성전자는 수익성 하락을 걱정해야 해요.
정인 한마디
🧨 삼성전자는 미국이 CXMT를 덤핑으로 규제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운이 따르지는 않았어요. 추격당하는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고 쫓아오는 경쟁자가 미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치킨게임은 혁신과 발전이 빠른 업계의 운명이에요. 1990년대와 2000년대, 삼성전자가 그런 방식으로 일본과 대만의 D램 시장을 추월했죠. 후발주자의 도전에 발목 잡히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예요. 잘나가던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만든다는 각오로 남들이 상상도 못 했던 것을 시작해 버리는 거죠. 중국의 덤핑 수출은 꼭 반도체에만 해당하지도 않는 데다 앞으로도 계속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