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투자자에게 제약·바이오 산업은 난해한 전문 분야로 통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약산업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시장으로, 라이프스타일 변화나 건강에 대한 관심, 질병 트렌드와 밀접하기 때문에 우리 일상과도 아주 가까워요.
오늘 만나볼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이하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2024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제약기업이자 대중에게도 한층 인지도가 높아진 회사예요.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바늘구멍에 낙타 집어넣기라는 치열한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봐요.
무병장수에서 비만으로, 욕망이 주는 기회를 잡아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던 20세기 중반, 제약회사들은 무병장수와 회춘(!)을 향한 인간의 열망에 주목했어요. 그 결과, 1960년대엔 고혈압과 관절염, 이후에는 치매 등 노화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죠. 2020년대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건강한 삶을 좇으려는 대중의 경각심과 지식수준이 한층 높아졌고요.
그리고 최근 인류(혹은 제약회사)는 비만 정복에 한걸음 가까워졌어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 이상으로 30여 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어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 인구는 4배 늘었고, 성인 10명 중 4.3명이 과체중 상태라고 해요.
비만 치료제가 제약기업의 중요한 먹거리가 된 셈인데, 흥미롭게도 비만 치료제는 비만을 잡으려고 개발된 게 아니었어요.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였는데,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활용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 핵심 물질이 바로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이에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GLP-1이라는 호르몬이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자극해 혈당을 낮추는데요. 제약회사들이 이런 기능을 끌어올려 GLP-1 유사체를 개발한 거예요. 쉽게 말해 몸속 장 호르몬을 흉내 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원리죠.
일라이 릴리 또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던 ‘마운자로’가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에게 처방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비만치료제 시장 ‘게임 체인저’의 타이틀을 경쟁사로부터 빼앗기에 이르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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