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채워드립니다, 일라이 릴리

 

글, 강예지

 

📌 필진 소개: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전파사 편집장 강예지 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지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이자 경제기자의 시선으로 어렵고 딱딱한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숨은 행간을 풀이합니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면 미래까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짧은 이야기로나마 소개해 드리는 기업에 친숙해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초보 투자자에게 제약·바이오 산업은 난해한 전문 분야로 통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약산업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시장으로, 라이프스타일 변화나 건강에 대한 관심, 질병 트렌드와 밀접하기 때문에 우리 일상과도 아주 가까워요. 

 

오늘 만나볼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이하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2024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제약기업이자 대중에게도 한층 인지도가 높아진 회사예요.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바늘구멍에 낙타 집어넣기라는 치열한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봐요. 

 

무병장수에서 비만으로, 욕망이 주는 기회를 잡아라 

 

평균 수명이 늘어나던 20세기 중반, 제약회사들은 무병장수와 회춘(!)을 향한 인간의 열망에 주목했어요. 그 결과, 1960년대엔 고혈압과 관절염, 이후에는 치매 등 노화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죠. 2020년대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건강한 삶을 좇으려는 대중의 경각심과 지식수준이 한층 높아졌고요.  

 

그리고 최근 인류(혹은 제약회사)는 비만 정복에 한걸음 가까워졌어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 이상으로 30여 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어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 인구는 4배 늘었고, 성인 10명 중 4.3명이 과체중 상태라고 해요.  

 

비만 치료제가 제약기업의 중요한 먹거리가 된 셈인데, 흥미롭게도 비만 치료제는 비만을 잡으려고 개발된 게 아니었어요.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였는데,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활용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 핵심 물질이 바로 뉴스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이에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GLP-1이라는 호르몬이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자극해 혈당을 낮추는데요. 제약회사들이 이런 기능을 끌어올려 GLP-1 유사체를 개발한 거예요. 쉽게 말해 몸속 장 호르몬을 흉내 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원리죠.

 

일라이 릴리 또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던 ‘마운자로’가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에게 처방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비만치료제 시장 ‘게임 체인저’의 타이틀을 경쟁사로부터 빼앗기에 이르렀어요. 

당뇨병 치료와 체중 감소로 유명해진 마운자로 이후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에 특화된 브랜드로 ‘젭바운드’를 출시했어요. 출처: Eli Lilly and Company

더 성공한 자가 선택받을지어다 

‘위고비’ 만든 노보 노디스크 누른 비밀


그런데 말이죠. 비만치료제 하면 혹시 제일 먼저 ‘위고비’가 떠오르지 않나요? 


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되었던 그 주사예요. ‘머스크 비만약’이란 별명이 붙고, 연예인들도 비만 주사를 맞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고비를 만든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어요. 일라이 릴리가 만든 마운자로의 감량 효과가 위고비보다 훨씬 좋다는 임상 결과가 나온 거예요.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 공개한 임상 3상 결과에서 위고비는 68주간 약 10%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지만,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1년 반 동안 평균 29.2kg, 약 27%의 감량 효과를 입증했어요. 


일라이 릴리는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비만치료제 정식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위고비를 포함한 기존의 비만치료제를 월등히 뛰어넘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굿뉴스였죠. 이후 비만치료제로 정식 허가받은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도 위고비보다 47% 더 효과가 좋았어요.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우리 돈 약 150조 원 이상 성장할 걸로 예상돼요. 주식시장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시가총액이 제약회사 최초로 1조 달러 이상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올 만큼 기대가 커지기도 했어요.

  

미래를 책임질 신약 파이프라인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른 경쟁사보다 일라이 릴리를 더 주목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성공 가도가 열린 비만치료제 이외에도 다변화된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일라이 릴리는 비만에 앞서 먼저 검증된 당뇨병 치료제, 유방암과 폐암 등 항암제 그리고 희귀질환, 면역질환, 신경과학 등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예요.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라이 릴리는 종양학, 면역학, 신경과학 등의 매출이 17%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최근엔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의 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도나네맙(상품명 키순라)’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 커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수백조 원 규모로,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는 즉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와요. 

 

제약시장에서는 연 매출액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 이상 팔린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라고 불러요.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성공하면 제약 회사는 일정 기간 특허를 보호받으며 판매 독점권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돼요. 이렇게 번 돈을 또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돌아가죠.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2022~2023년 사이 일라이 릴리가 보유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8개나 돼요. 이래서 ‘빅파마(대형 다국적 제약사)’를 찾는가 봅니다. 

2022~2023년 일라이 릴리의 매출 상위 의약품들이에요. 마운자로의 매출이 쭉 올라 2023년에는 매출 상위 2위에 오른 점이 눈에 띄죠. 출처: Eli Lilly and Company – 2023 Form 10-K  
 

신약 개발 성공 확률 ‘1만 분의 1’, 일라이 릴리의 미래는? 


결국 일라이 릴리가 현재의 시장 지배력을 쥐게 된 배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어요.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했고, 임상시험에서 경쟁사를 압도했으며, 수익성 잡고 리스크 관리 가능한 넓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수익성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쥐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어요. 펜처럼 생긴 주사가 아니라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바이킹테라퓨틱스와 같은 회사들이 뒤쫓아오기 시작했거든요. 끝없는 임상을 통해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이 치열한 제약시장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고 말 거예요.


물론 일라이 릴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연 매출의 30%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거든요.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 중인데, 앞으로 더욱 정교한 환자 맞춤형 치료와 질병 예측 모델을 기대해 볼 수 있어요. 


꿈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15년이 걸린다고 해요. 수 조원을 들여도 성공할 확률은 약 1만 분의 1. 인류 삶의 변화와 시장 수요를 얼마나 날카롭게 포착하고 적시에 대응했느냐, 무엇보다 문제를 진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했느냐가 제약기업의 수명을 결정할 거예요.


과연 일라이 릴리는 미래 기회도 잘 포착할 수 있을까요?


💌 그동안 <취미는 기업 디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연재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모아 보실 수 있어요. 다음에 더 재미있는 기업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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