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식을 생략하고 담백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
저희 부부는 돈 쓰는 방식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참 비슷해요. 둘 다 물질이 주는 풍요로움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돈을 쓰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항상 먼저 고민하죠.
저희는 결혼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경제 상황, 삶의 우선순위 등을 공유했어요. 뻔한 결혼식은 싫었기에 처음엔 정말 소중한 사람들만 초대해서 야외에서 스몰웨딩을 해 볼까 생각했죠.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준비해야 할 것들이 끝없이 나오더라고요. 들여야 할 시간과 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거예요. 저희는 결혼 전에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규모 예식조차 부담이 됐고, 20분 남짓 진행되고 끝나버리는 일반적인 결혼 예식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식을 준비하려면 최소 몇 개월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 시간과 노력을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담백하게 시작하기로 했어요. 예식 없는 ‘노웨딩’을 선택했죠. 웨딩홀만 생략해도 비용이 훨씬 줄더라고요. 웨딩홀을 고르고 계약할 필요도, 식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답니다. 그래도 웨딩드레스는 한 번쯤 입어보고 싶어서 전문가의 손을 빌려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어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따로 계약할 필요 없이 웨딩 전문 스튜디오에서 한 번에 진행했어요. 웨딩 사진을 촬영한 후에는 고향에서 친척분들과 지인분들만 초대해 소소하게 식당을 빌려 식사를 대접하고 피로연 형식으로 잔치를 했어요.
사실 결혼식을 꼭 해야 할 이유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동반자와 함께 소통하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