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만 바꾼다고 해서 진정한 수평 문화가 만들어지진 않죠”
상사, 동료, 후배, 거래처와 협업사 담당자까지. 일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해 보는 문제예요. 직함을 잘못 부르기도 하고, ‘누구 님’이라고 부를 때는 성을 붙여야 할지, 이름만 부를지 고민하기도 해요.
이처럼 직장에서의 호칭 문제는 생각보다 민감한 주제인데요. 어떻게 해야 실수를 줄이고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실제 직장인들의 솔직한 경험담을 들어보았습니다.
생생 MZ톡 참여자
- 교히 (29세, 직장인)
- 어린이날 (26세, 직장인)
- 팀장퇴사기원1일차 (32세, 직장인)
- 수평지향 (32세, 직장인)
- 검은오리 (32세, 프리랜서)
- 꼬똥이 (26세, 직장인)
- 햄들다 (32세, 마케터)
- 설레임 (24세, 사무직)
직장에서 동료를 부를 때 ‘님’, ‘씨’, 직책 중 어떤 호칭을 주로 쓰시나요?
- 교히 (29세, 직장인): “저희 회사는 사원, 선임, 책임, 팀장 순으로 직급이 올라가는 구조예요.”
누구신지 잘 모르는 분께 말을 붙여야 할 때는 ‘선임님~’ 이렇게 말을 꺼내요. 그러면 절반 이상은 통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직책을 사용하고 있고, 직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단 사원으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어요. 그게 가장 무난한 것 같아서요.
- 팀장퇴사기원1일차 (32세, 직장인):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나이 차이가 3살 내외로 나는 경우에는 서로 편하게 이름에 ‘~씨’만 붙여서 부르면서 편하게 지내요.”
높은 직급 분들에게는 직책을 붙여서 부르고 있지만, 아무래도 밑에 사람들끼리는 편하게 지내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 수평지향 (32세, 직장인): “사기업에 있다가 공직유관단체로 넘어왔는데, 두 곳 모두 이름이나 성씨에 직급을 붙여서 소통했어요.”
다만 공직유관단체에서는 상급자가 직급 빼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고 반말로 얘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상급자가 감정적으로 나오거나 지적사항들을 말할 때 반말로 하면 듣는 하급자 입장에서는 더 기분이 나쁘게 들리긴 하더라고요.
- 햄들다 (32세, 마케터), 설레임 (24세, 사무직): “보통 같은 사원끼리도 이름에 ‘~님’을 붙여서 부르는 편이에요. ‘~씨’는 뭔가 딱딱하다고 할까요.”
님이 더 부드럽고 존중하는 느낌이 들어서 선호해요. 상대방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많은 회사가 요즘은 ‘님’ 호칭을 권장하는 것 같아요.
호칭 때문에 불편하거나 불쾌했던 경험이 있나요?
- 검은오리 (32세, 프리랜서): “예전에 신입 입사 후 상급자를 부를 때, ‘저기…’라고 말문을 열었다가 호되게 혼난 적이 있어요.”
상급자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에 입사한 상태라 어렵더라고요. 가끔 회사에서 친한 사이일 때, 사원이 대리급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걸 봤는데 회사에서 그렇게 격의 없이 지내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 교히 (29세, 직장인): “올해 3월에 사원에서 선임으로 승진했는데, 사원일 때 ‘OO 씨~’ 이렇게 부르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제 직함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OO 씨’로 부르시더라고요. 막상 호칭이 바뀌지 않으니까 뭔가 아직 인정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워요.
- 어린이날 (26세, 직장인): “작년에 직급통합이 되면서 ‘대리+과장→책임’, ‘차장→수석’으로 바뀌었어요.”
한동안은 예전 직함으로 잘못 부르기도 하고, 특히 과장으로 승진하신 분은 대리님과 같은 직함으로 불리면서 약간 억울해하시는 모습도 봤어요. 승진했는데 호칭이 달라지지 않아 성취감이 떨어진다면서요.
‘님·씨’ 대신 외국처럼 이름만 부르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검은오리 (32세, 프리랜서): “이름을 부르기가 어색하니까 영어 이름으로 대체하는 회사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영어 이름 만들어 오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될 것 같아요.
- 꼬똥이 (26세, 직장인), 설레임 (24세, 사무직): “지금 다니는 회사가 영어이름을 사용하는데, 수평적인 느낌이 들고 좋아요.”
저도 원래 영어이름이 없어서 어릴 때 별명으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고,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편하게 부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주디, 루시, 스티브 등등 영어 이름을 만들어두니 회사 밖에서 모임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닉네임처럼 활용하기에도 좋더라고요.
- 어린이날 (26세, 직장인): “직장에서 갑자기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색할 것 같아요.”
미국 교환학생 갔을 때 교수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게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거든요. 우리나라는 아직 위계질서가 있고고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라서, 갑자기 이름만 부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 교히 (29세, 직장인), 수평지향 (32세, 직장인):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없는 회사에서 갑자기 이름만 부르는 건 성급한 것 같아요.”
호칭을 친근하게 바꿔 부르는 것만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차라리,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이름+님’을 붙이는 호칭을 활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어피티의 코멘트
영어 이름을 쓰는 걸로 잘 알려진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게임즈가 영어 이름 제도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죠. 그 대신 한글 실명에 ‘~님’을 부르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요. 이 결정은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렸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어떻게 부르고, 불리는가가 회사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일 거예요.
많은 회사가 영어이름이나 닉네임, 혹은 ‘~님’ 체제를 유지하는 건 이유가 있어요. 무엇보다도 ‘직급으로 위계질서를 나누지 않겠다’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요. 하지만 결국 핵심은 친근한 호칭 그 자체가 아니라, 정말로 유연하고 자유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조직의 의지겠죠. 단순히 호칭만 바꾼다고 해서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문화가 바뀌진 않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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