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슬라! (feat. 혁신과 두통 사이)

글, 강예지


📌 필진 소개: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전파사 편집장 강예지 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지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이자 경제기자의 시선으로 어렵고 딱딱한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숨은 행간을 풀이합니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면 미래까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짧은 이야기로나마 소개해 드리는 기업에 친숙해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국 주식 1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주가가 폭등한 그 회사. 네,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지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테슬라의 입지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려워요. 테슬라는 대체 어쩌다 이토록 유명하고 특별한 회사가 된 걸까요? 


머스크가 설립한 게 아니었어?

테슬라 탄생 스토리


많은 사람들이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설립한 줄 아는데요, 아닙니다. 엔지니어인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2003년 설립한 ‘테슬라 자동차(Tesla Motors)’가 시작이었어요. 과학자 토머스 에디슨의 경쟁자로 알려진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 사명을 지었다고 하죠.


창업 당시 두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행거리와 승차감에서 전통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100% 전기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개발해 대량 생산하는 것이었어요. 에버하드의 인터뷰를 보면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을 지향했다지만, 창업 초기에는 제조회사로서의 정체성에 좀 더 무게가 실려있었어요.


그럼 머스크는 언제 발을 들였냐고요? 이제는 테슬라의 얼굴이자 테슬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머스크는 초기 투자자로 2004년 합류했어요. 그보다 전에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로 유명했죠.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 모집에 머스크가 65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인연을 계기로 그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 올라요.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CEO로 부임했죠.


머스크가 당시 테슬라에 투자한 자금은 650만 달러, 2004년 환율(달러당 약 1,000~1,100원)로 계산해 보면 대략 우리 돈 71억 원 정도예요. 머스크 입장에서 단돈(?) 71억 주고 투자한 생소한 회사가 오늘날 시가총액 약 1400조 원짜리 회사로 성장한 셈이죠.


게다가 머스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천재’이자 그의 오른팔로 등극했잖아요. 요즘 미국 공무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정부효율부 수장을 꿰찼고요. 당장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며, 인생은 그야말로 어떻게 될 줄 모른다는 걸 몸소 보여줬죠.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올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그는 어떤 계산을 했던 걸까요? 출처: 유튜브 채널 <Donald J Trump>

테슬라 전기차

뭐가 그리 특별할까?


테슬라가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대중에 이름을 널리 알릴 당시만 해도 금융시장에서는 ‘좀 특이한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동차 회사보다는 소프트웨어 회사더라는 거죠. ‘매그니피센트 7(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과 같은 빅테크(첨단 기술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IT 기업들) 묶음에 테슬라가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에요.


머스크의 발언에서도 다른 완성차 기업과는 다른 테슬라만의 정체성이 드러나요. 


“모델 S를 바퀴 달린 정교한 컴퓨터로 만들었다. 테슬라는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 회사다. 테슬라 정체성의 큰 부분이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다.” -일론 머스크(2015)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크게 세 가지 면에서 테슬라에 높은 점수를 주는데요. 먼저, 마치 전기차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듯한 혁신성, 둘째는 넓은 일반 소비자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 접근성, 세 번째는 전통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견고하게 유지해 온 세계 자동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함으로써 ‘메기효과’를 일으킨 점이에요. 


혁신의 예를 살펴보면요. 테슬라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기능,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이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름과는 달리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니라는 게 일부 함정입니다. 계속 발생하는 주행 사고에 머스크가 실제보다 너무 기능을 부풀렸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아요. 


단적인 예가 투자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이버캡’이에요. 원래 계획보다 두 달 미뤄 지난 10월 드디어 공개된 사이버캡 시제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예요. 로보택시에 사용된 자율주행 기술이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이 빠졌고, 규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어떻게 돈을 벌 건지 등 시장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어요.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주가 급락을 불렀죠. 미래를 촉망받는 기업인 건 분명하지만, 테슬라가 내세우는 기술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줘요.


한편, 테슬라는 오래가고,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상당히 공들여왔어요. 테슬라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건전지의 일종인 원통형 배터리를 고도화해 가장 먼저 전기차에 탑재했죠. 테슬라의 배터리는 다른 회사가 만든 전기차 배터리보다 밀도가 높아 충전 당 장거리 주행 효율성이 좋다고 평가받아요. 


테슬라는 대리점에 가야 차를 살 수 있다는 통념도 깨버렸어요. 소비자에게 직접 차를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으로 자동차 시장에 한 번 더 충격을 준 건데요. 이 전략 덕분에 테슬라는 판매 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 경험 전반을 직접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100% 온라인 판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게 바로 테슬라예요. 테슬라가 하니 메르세데스 벤츠, BMW 그룹 등 다른 제조사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고요.

쿠팡에서 장을 보듯 홈페이지에서 테슬라 주문하기가 가능! 출처: 테슬라

      혁신의 아이콘이란 브랜딩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어요. ‘세계 넘버원 전기차’ 하면 테슬라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지만, 중국의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2022년 판매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마켓 셰어(Market share)에서는 뒤처졌을지언정 소비자 마음속 1등, 마인드 셰어(Mind share)를 차지한 건 테슬라예요.

          자동차 회사 No! 

          ‘메가 트렌드’ 올라탄 에너지 회사로 


          전기차 제조회사로 출발한 테슬라는 2024년 현재 더 이상 전기차 회사가 아니에요. 혁신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으로 만든 전기는 여간 관리와 통제가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탈탄소 시대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에너지 산업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테슬라는 자체 기술력으로 ‘고성능 에너지 저장 장치’를 만들었어요. 가정용 에너지 저장 장치인 파워월, 발전소 등에서 쓰이는 메가팩, 그 중간 크기인 파워팩 등이 있고요. 에너지 사업으로 번 돈이 아직 전기차 사업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매출과 기여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앞으로 수요가 폭증할 걸로 기대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전력의 노후화된 전력망을 어떻게 보수할 거냐는 문제가 우려를 사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변압기와 송전선의 70% 이상이 25년 이상 됐다고 해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인프라 현대화에 총 1.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데, 법 만들고 거액을 투자하는 건 비단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 트렌드예요. 


          그야말로 에너지 시장에 슈퍼 사이클, 메가 트렌드가 도래한 건데, 테슬라가 이 시장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셈이죠. 


          복덩이냐, 골칫덩이냐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미래 어떤 모습?


          테슬라는 2021년 사람의 형체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는데요. 역시 논란은 있지만, 인공지능(AI)과 하드웨어 기술력의 가능성을 증명했음에는 틀림없죠. 테슬라는 내년부터는 옵티머스가 공장에서 일하게 하고, 내후년부터는 외부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요.

              미래에는 ‘어머님 댁에 옵티머스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출처: 테슬라


              조금 더 멀리 상상해 볼까요? 상장사인 테슬라 이외에도 머스크의 바구니에는 여러 개의 비상장회사가 들어있어요. 민간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 신경과학기술 기업 ‘뉴럴링크’, 지하 터널 시스템을 개발하는 ‘더 보링 컴퍼니’, 테슬라에 인수된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 공동 설립했다가 지금은 발을 뺀 ‘오픈AI’, 옛 트위터인 ‘X’ 등등인데요.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모든 요소를 모아놓은 느낌이랄까요? 


              그중 스페이스X는 매번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회사인데, 기업가치 약 350조 원으로 추산될 만큼 기대가 커요. 스페이스X의 자회사이자 위성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도 꾸준히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회사예요. 이들 회사는 당장 우주·방위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지난 10월 우주 발사체 스페이스X 스타십의 5번째 비행 테스트를 지켜보는 사람들. 출처: 유튜브 채널 <SpaceX


                  감히 범인의 머리로는 머스크의 미래 유니버스 안에서 이 사업들이 어떻게 융합되고 고도화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이미 전기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에너지 시장 메가 트렌드에 올라탄 머스크와 테슬라의 탁월한 감각을 느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머스크와 그가 이끄는 테슬라에 열광하나 봅니다. 


                  (한숨 먼저) 테슬라 하면 말썽꾸러기 CEO 일론 머스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그의 온갖 침소봉대와 거짓말, 거침없는 언행, 당황스러운 행동 등 기행은 물론이고, 여기에 뒤따르는 주가 변동성에 당국의 공격 등은 주주들이 뒷목 잡게 하는 주요인입니다. 차원이 다른 CEO 리스크를 보여주죠. 


                  그럼에도 앞서 살펴보았듯 일론 머스크의 지휘에 테슬라는 혁신의 길을 걸어왔고, 시장은 명실공히 그 가치를 인정했어요. 


                  ‘회사는 CEO의 그릇만큼 성장한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천재’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기업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물론 투자자가 이를 누리려면 때때로 찾아오는 두통(!) 정도는 감내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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