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에 지어진 기숙사 건물 내외부. 출처: Michigan State Unversity
대도시의 주택 형태가 바뀌고 있다
주택난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같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들은 그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요. 사무실은 남아도는데, 사람 살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그런 상황입니다.
올해 2024년 1분기 미국 전체 사무실 공실률은 19.8%로 새로운 정점을 찍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같이 사무실이 밀집한 곳의 공실률은 각각 21%, 32.5%로 훨씬 더 높습니다. 최근 뉴욕 미드타운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 수는 3분의 1로 감소했고, 다운타운의 경우 5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게 다 팬데믹 이후 여전히 원격근무를 유지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죠.
반면, 뉴욕 맨해튼 아파트 전체 공실률은 1.4%입니다. 방 100개 중에 한 곳은 비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까지 비어있는 기간이 반영되면서 1.4%라는 숫자가 나왔을 뿐이지 그냥 꽉 찼다는 얘기입니다. 맨해튼 주택 시장은 지금 50년 만에 가장 빡빡한 시장이에요. 그래서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뉴욕대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한 달에 5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높은 렌트비 부담에 학생들을 비롯한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곽으로 나가 살거나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바로 기존의 오피스 빌딩을 아파트로 용도 변경 하는 겁니다. 팬데믹 시기인 2021년부터 이런 변화는 줄곧 있었는데 그 사례가 3년 만에 4배 넘게 늘었습니다.
사실 똑같은 사례가 과거에도 뉴욕에서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뉴욕은 지금처럼 오피스 공실이 매우 많았는데요. 당시 뉴욕 주지사가 B급 오피스 건물을 주택으로 변경하면 부동산세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낼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15,000호가 넘는 아파트가 만들어졌는데, 현재 맨해튼 고급 아파트 중 일부가 그때 사무실에서 용도 변경을 통해 아파트로 바뀐 것들이에요. 지금도 맨해튼 금융 지구의 22층짜리 오래된 오피스 빌딩이 1,200가구의 주택으로 개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자칫하면 용도 변경 승인에만 수 년이 걸리기도 하죠.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애초부터 주거용과 상업용 양쪽으로 쓸 수 있는 복합 용도 건물 위주로 공사에 들어갑니다. 행정 처리 외에 공사도 쉽지 않죠. 텅 빈 공간에 책상만 있던 사무실을 여러 개의 집으로 최대한 많이 만들려면 머리를 아주 잘 써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