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티의 커리어 상담소>는 독자님과 함께 만드는 코너예요.
- 먼저 독자님의 커리어 고민을 익명으로 받고
- 사연(고민)을 선정해 다른 독자님들의 조언을 구하고, 전문가 의견을 더한 뒤
- 다시 커리어레터를 통해 고민과 답변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 오늘의 사연자: 아라 님
아라 님 커리어 여정 📝
- 금융 업계 만 3년: 서비스직이자, 금융상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직이기도 했는데, 영업 스트레스에 대한 압박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 행정 만 3년: 일 자체는 어려운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을 접하지 못하고, 고여 있는 느낌이라서 일하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어요.
- 총무 만 6개월(~ing): 연봉이 훨씬 높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총무 일을 하게 됐어요. 딱히 총무를 반드시 하고 싶던 건 아니었는데 행정과 결이 비슷하고, 할만하다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아라 님의 고민 💬
- 총무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회사의 대소사를 모두 관리하는 일이더라고요. 잘 배워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 체계가 안 잡혀 있어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 게다가 직종을 변경하다 보니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만년사원이에요. 마음속 갈등이 너무 커서 직장에 충성하거나 정을 붙이지 못하겠어요. 다들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이 없어도 그냥 참고 일하시는 건가요?
💌 아라 님을 위한 조이의 코멘트
📌 조이: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고, 해결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내 일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해드릴게요.
아라 님은 6년 6개월의 경력 중 2번의 이직을 경험했어요. ‘이직’은 일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위험도 크죠.
아라 님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직을 선택했으니,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분인 것 같아요. 먼저 아라 님의 용기에 박수를 드려요.
아라 님은 ‘적합 이론가’에 가까워 보여요
페트리샤 첸 박사는 사람들이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는 유형을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와 ‘적합 이론가(fit theorist)’로 나눠서 설명해요.
✔️ 개발 이론가
- 무슨 일이든, 시작한 다음에 열정과 몰입도가 점점 커집니다.
- 일의 종류보다는 조직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중요해요.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가는 유형이기 때문에 갑자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이 유형에 속해요. ‘난 우리 가족과 잘 먹고 잘 살려고 일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라고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을 떠올려 보세요.
✔️ 적합 이론가
- 나에게 딱 맞는 일을 만났을 때 열정이 샘솟아요. 직무 변경이나 시행착오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기회라고 생각하죠.
-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좋고 싫은 게 분명한 사람이라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태만한 모습을 보이곤 해요.
- 창업가나 예체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할 확률이 큽니다.
페트리샤 첸 박사가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결과, 직업 만족도와 업무 성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해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적어주신 고민 내용을 바탕으로 파악해 볼 때, 아라 님은 적합 이론가에 가까워 보여요.
원하는 일을 찾는 순간, 반드시 올 거예요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해 괴롭다’라며 고민을 털어놓으면, ‘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 ‘왜 그렇게 유난이니?’라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
하지만 일이 인생의 행복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맞는 일’을 끊임없이 찾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나면, 일하면서도 행복한 새로운 인생이 펼쳐져요.
“삶에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직 사랑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으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축사
아라 님,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일을 찾아 계속 도전해 보세요. 1978년 4월의 어느 날, 야구장에서 데이브 힐튼이 띄워 올린 2루타를 보고 자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확신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아라 님에게도 ‘그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거예요.
천천히 기회를 살피세요
다만, 성급한 도전보다는 위험을 관리하며 차근차근 진행해 보시길 바라요.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방법이 당장의 이직이나 창업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직장을 다니면서 ‘어쩌면 가능한’ 도전들을 시도해 보세요. 강점 진단 📌 과 전문가 코칭, 동료 또는 친구들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도 나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조금 더 자세한 탐색 방법은 제 브런치에 연재해 볼게요.
📌 강점 진단 Tip: 업무 역량에 맞춰져 있고, 비용도 비교적 합리적인 버크만 강점 진단을 추천합니다.
아라 님을 위한 커리어 가이드
딱 3년,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먼저 두 가지 사실부터 짚어 볼게요.
- 냉정한 이야기지만, 6개월 미만의 경력은 채용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아라 님은 3년 단위로 두 번 이직한 경력이 있죠.
- 아라 님이 맡은 총무의 역할은 회사에 굉장히 중요해요. 총무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을 최고운영책임자 자리까지 승진하기도 하죠.
아라 님은 지난 반년간 총무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예요. 새 회사에 적응하기 바쁠 때였고, 직무에 관한 고민도 많으셨으니까요.
앞으로 딱 3년 동안, ‘지금 하는 일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그러고 나면 지금은 모르는 ‘새로운 길’이 보일 거예요.
만약 회사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직무 교육, 직무 커뮤니티, 직무 선배를 찾아다니며 배워보세요.
무작정 그만두면 커리어가 꼬여요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재충전한 후 취업 전선으로 돌아온 분이 있었어요. 1년을 쉬고 보니 지겨웠던 회사 생활이 그리워졌고, 경제적인 여유도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번에는 돈 많이 주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해요. 문제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일’이 뭔지 몰랐다는 점이에요. 1년 동안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썼는데도 말이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때,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답이 ‘뿅’ 하고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작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걸 권해 드려요.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꾸준히 기록하고 관찰해 보세요
아라 님이 이렇게 용기 내어 고민을 등록한 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의 고민과 시도, 그리고 주변의 조언을 기록해 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하는 블로그도 좋아요.
<조이의 커리어 다이어리>를 통해 소개했던 소피 님의 블로그를 참고해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직장생활을 통해 ‘일하는 나’를 잘 관찰해 가는 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