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갈림길에서
돈의 방향을 바꾸는 스위치예요
미국이나 우리나라, 일본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할 때마다 경제뉴스와 증시는 크게 반응하죠. 사실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내린다고 해서 내 대출과 내 예적금 금리에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아요. 주가를 결정하는 기업들에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기준금리가 오르내릴 때마다 증시를 비롯한 시장이 반응하는 건, 투자자들의 심리와 더 깊게 연관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준금리가 큰돈을 들고 있는 기관과 기업이 항상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바꿔 놓기 때문이에요.
the 독자: 어떤 질문이요?
어피티: 그건 바로… ‘이 돈이 지금 여기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이에요.
금리는 돈의 길을 바꾸는 스위치라 할 수 있어요. 금리가 충분히 낮을 때는 예금이나 채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아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금 위험해도 더 벌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죠. 이때 주식은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예요.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바뀌어요. 은행에 맡기거나 국채를 사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면 여러 가지 이유로 굳이 변동성이 큰 주식을 들고 있기엔 염려되는 지점이 생겨나요. 내재가치가 분명한 실물자산과 달리, 주식 같은 금융자산은 그 자체로 평가되지 않아요. 언제나 ‘금리와 비교당하는 자산’이죠.
미래의 돈을 현재로 끌고 오면 값은 거의 항상 낮아져요. 왜냐하면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물가는 항상 오르니까요. 이때 금리가 미래 가치를 얼마나 깎을 것인지 ‘할인율’ 역할을 해요. 금리가 낮으면, 미래의 이익을 현재로 끌어올 때 깎이는 폭이 작아요. 그래서 성장주처럼 ‘지금은 적자지만 나중에 크게 벌 회사’가 높게 평가돼요. 돈의 가격인 금리가 낮을 때 성장주에 투자하면 나중에 회수하는 이익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미래의 돈을 지금 당장의 가치로 평가할 때 더 크게 값이 깎여요. 같은 사업계획서라도 금리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가에 대해 강하게 압박을 받아요. 돈의 가격이 비쌀 때 투자해야 하는 만큼, 언제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마음이 더 급해지는 거죠. 금리 상승기에 성장주가 특히 흔들리는 이유예요.
기축통화인 미국달러 이자율은 중요해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는 미국의 금리를 기준으로 자산을 평가해요. 기준이 흔들릴 때마다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재평가되는거죠. 꼭 금융시장이나 투자가 아니더라도 원유·원자재처럼 국제 거래에서 달러로 가격을 매기고 결제하는 경우를 생각해 봐요. 달러 금리가 오르면, 달러를 빌리거나 보유하는 비용이 커지니까 각종 국제 무역의 ‘대금 결제 비용’이 비싸지는 셈이에요. 그래서 미국 금리가 움직이면 글로벌 기업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력이 퍼져나가요.
금융과 투자에 집중해 볼게요. 채권 금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미국 국채 금리는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선(벤치마크)이에요. 이론적으로 부도 위험이 없어, ‘무위험에 가까운 이자율’로 취급되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미국 국채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모든 위험자산의 요구수익률도 같이 올라가요.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의 국채 금리도 당연히 올라가겠죠?
the 독자: 그러니까, 국채도 이만큼 주는데, 주식·회사채·부동산은 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묻는다는 거죠?
어피티: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달러 금리는 전 세계 자산의 기준이에요.
돈을 빌리는 사람이나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예요. 달러는 세계의 ‘부채(빚) 통화’이기도 하거든요. 신흥국 정부나 기업들은 자국 통화가 갖고 있는 시장이 충분하지 못해 달러로 빚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글로벌 금융기관도 달러로 자금을 조달해 굴리는 구조예요. 이때 미국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달러의 힘이 강해지면 환율이 상승해 원금 상환 부담까지 커져요. 그러면 취약한 곳부터 흔들리지요. 그래서 미국 금리 변화는 종종 신흥국 금융불안, 회사채 시장 경색 같은 형태로 번져나가요.
이 모든 효과를 합쳐서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는 전 세계 돈의 이동 방향 자체를 바꿔요. 미국 금리가 오르면 안전한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니까요.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위험한 시장(신흥국 주식·채권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와요. 반대로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전 세계 자금이 달러에만 있을 이유가 줄어들고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전 세계로 돈이 퍼질 가능성이 커져요. 미국 금리는 글로벌 자금 흐름이라는 물줄기의 수압을 조절하는 수도꼭지 역할을 해요.
미국만큼 큰 시장이라는 중국,
이상하게 기준금리가 신경쓰이지 않아요
the 독자: 문득 궁금해졌어요. 요즘엔 중국 뉴스가 핫하잖아요. 미국만큼 강대국이라고 하고, 중국 시장을 버리고 어떻게 기업하느냐고 하고. 그런 것치곤 중국 금리를 걱정하는 뉴스를 본 적이 없거든요.
어피티: 금융만 두고 보면 중국은 아직 관리자 레벨이 아니라 사원 레벨이거든요.
the 독자: 네? 🤨
어피티: 돈과 투자의 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규칙 안에서 목소리가 큰 나라예요.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달러 같은 기축통화와 아닌 통화는 금융시장에서 맡은 역할부터 달라요. 위안화는 무역 규모에 비해 금융 거래에서 쓰이는 비중이 작아요. 반면 미국 달러는 결제, 투자, 외환보유액, 부채의 기준 통화로 쓰이죠. 그러니 중국의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전 세계 투자자 입장에서 내 포트폴리오 전체를 다시 짜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아요. 반면 미국 금리는 달러 자산의 수익률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반응할 수밖에 없고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게요. 자본 이동의 자유도도 달라요. 중국은 여전히 자본 통제를 강하게 유지해요. 외국인이 중국 금융시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완전히 열려 있지 않아요. (홍콩 증시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돈의 통로로서 여전히 활발한 이유예요) 그래서 중국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글로벌 자금이 즉각적으로 들어가자거나 빠져나오자, 하고 움직이기 어려워요. 경제에서 중요한 건 절댓값보다 변화율,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보다 변동성인데 이런 규제 속에서는 중국 통화가 매력적이지 않죠.
그러다 보니 중국의 금리는 시장 금리라기보다 정책 수단에 가까워요. 경기 부양, 부동산 안정, 국유기업 부담 완화 같은 내부 목표가 강하게 반영돼요. 그래서 시장은 중국 금리를 금융 자산의 기준이라기보다 중국 정부의 의지 신호로 해석해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참고는 하지만, 기준선으로 삼지는 않는 이유예요. 중국의 금융시장을 신뢰하기도 아직은 어렵고요.
사실, 정책수단으로서의 성격만 두고보면 중국 금리의 성격은 우리나라 금리의 성격과 굉장히 비슷해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자본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시장금리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