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왜 독점을 싫어할까?

글, 정인

사실 시장은 기업이 

편하게 돈 벌면 싫어해요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경제학 이론일 거예요. 흔히, 개인이 각자 최대 이윤을 추구하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맥락으로 불려나오곤 하죠. 


하지만 그건 정말 큰 오해예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각자도생하며 이기적으로 굴면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경쟁이 활발하고 그 경쟁과 각자의 공정한 권리를 제도로 보호하는 시장구조 안에서는’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가 사회적인 부로 연결된다는 ‘조건부’ 메커니즘이에요. 


the 독자: 정말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시장이 발전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

어피티: 시장도 다 같이 사는 사회의 일부인걸요. 😅


이 오해를 바로잡고 나야 비로소 이해되는 시장 원칙이 있어요. 바로 ‘독점 금지’랍니다. 사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이 시장 파이를 혼자 다 먹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러워요. 실제로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면 그 기업의 실적과 안정성은 굉장히 높아져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두 회사의 2025년 사례를 볼게요. 두 회사의 대학 원서 접수 대행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대학에 인터넷 원서접수를 할 땐 사실상 두 회사 중 한 곳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시장을 거의 독점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벌어온 거죠. 


그런데, 이 상황이 과연 전체 시장과 사회에 좋을까요? 다른 회사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비용도 내려가고 서비스 편의성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겠죠.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므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경쟁해야 할 테니까요. 경쟁을 피하고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두 회사는 각 대학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한 곳이 기업들의 담합과 시장 독점 감시를 담당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는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두 곳이 영역을 나누어 일하는 이원 구조를 택하고 있어요. 반독점이야말로 시장 경쟁의 기본 조건이거든요.


한 기업에 가장 유리한 것이 

국가에는 해가 될 수 있어요

독점(monopoly)의 정의는 관련 시장에서 한 기업이 실질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거래조건, 공급량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상태를 뜻해요.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볼게요. 만약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가 우리나라의 상하수도를 모두 사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업체가 딱 하난데 변기 레버 한 번 누를 때마다 5천 원이라고 하면 정말 곤란하지 않을까요? 경쟁을 통해 서비스 혁신이 이뤄지고 소비자의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기는커녕 독점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져요.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문제예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사실상 유일한 공식 앱 유통 경로예요. 특히 애플은 iOS에서 앱스토어 외의 앱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고, 구글 역시 기술적으로는 다른 설치 경로가 가능하지만 보안 경고, 기능 제한 등으로 플레이스토어 의존도를 키웠어요. 이 구조 위에서 두 회사는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기본으로 부과했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2~3%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수수료를 물리는 거예요. 


하지만 독점 시장에서 앱 생산자들이 높은 수수료율을 피해 다른 앱마켓을 선택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일본은 2025년 12월 18일부터 ‘스마트폰 앱 빅테크 규제법’을 실시해 앱 생산자들의 앱스토어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어요.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모두의 결제 수단 선택권과 대체 앱마켓을 보장하도록 했죠. 우리나라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온라인플랫폼규제법(온플법)’을 추진 중이에요. 온플법은 한미 관세협상의 주요 이슈였고 지금도 양국 간 쟁점이에요.

인터넷이 발전한 것도 

반독점 덕분이에요

사실 미국은 미국 국내에서는 독점을 굉장히 강력하게 잡는 편이에요. 워낙 시장주의적 토대에 사회가 설계되어 있어서 많은 공공재가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영리화되어 있어요. 그렇다 보니 독점 방지에 더욱 민감한 거죠.


the 독자: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어피티: 이번에는 188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0년간 미국의 통신을 지배해 온 AT&T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AT&T는 설립 이후 미국 전역의 지역 전화회사(로컬 전화통신망)와 장거리 전화 서비스, 전화기 제조사는 물론 통신 연구소까지 모두 통제하는 독점 회사였어요. 전화와 관련된 모든 것이 AT&T라는 하나의 기업 안에서 완결되었죠. 미국이 왜 100년이나 AT&T의 독점을 내버려두었느냐 하면, ‘자연독점’이라는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자연독점은 ‘독점했을 때만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예외적인 시장이에요. 2013년에 KTX와 SRT로 쪼개졌던 고속철도망이 2025년 다시 하나로 합쳐진 것도 자연독점을 복원하기 위해서였어요. 


이렇게 자연독점이 보호받으려면 원칙적으로는 공기업이나 정부가 맡아서 이윤과 공급량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해요. 하지만 AT&T는 그렇지 않았어요. 독점의 힘을 빌려 ‘굳이 그럴 필요 없는’ 시장까지 먹어치웠어요.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연결된 모든 산업이 정체됐어요. AT&T는 계열사에서 만든 전화기가 아니면 전화망에 연결도 해주지 않았죠. 사실 전화기는 누가 만들어도 괜찮은 건데 말이에요.


the 독자: 그쯤 되면 자연독점이라는 주장을 안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어피티: 그래서 미국 법무부가 1974년 AT&T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고, 1984년에는 강제로 해체된답니다. 🤗


실제로 자연독점이 작동하는 지역 통신망만 남겨둔 채, AT&T의 장비와 기술은 수 개의 회사로 흩어져요. 기존에 저질러 오던 끼워팔기 등 불공정한 판매 방식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어요. 독점 해체의 효과는 장거리 통신 요금이 저렴해진 것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혁신의 토대가 되었죠. 바로 인터넷의 폭발적인 대중화예요. 


AT&T의 장거리 통신망에 타사 장비가 접속 불가능한 환경이 지속됐다면 모뎀이나 팩스, 자동응답기는 시장에 데뷔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모뎀 등 관련 장비의 혁신이 없었다면 초기 인터넷은 훨씬 늦게 퍼져나갔을 거고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독점 판정은 까다로워졌어요

the 독자: 아까 언급한 구글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들은 과거 AT&T와 경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어피티: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독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소비자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올린다는 거예요. 그런데 빅테크들의 플랫폼은 소비자한테 직접 돈을 받지 않아요.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해요. 돈은 보통 판매자에게만 받아요. 사실 웬만한 플랫폼은 모두 독과점 기업이에요. 사람을 많이 모으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모두 빼앗아 올 때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주다가 다른 플랫폼이 다 망하면 그때부터는 그간 주었던 혜택보다 더 많은 돈을 회수해요.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플랫폼 이용 기회를 제한한다거나 입점업체 수수료를 올리고,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하거나 광고 시청을 강요하는 식이에요. 소비자는 점점 불편해지고 이전에는 무료로 사용했던 서비스에 과금을 해야 하지만, 이미 플랫폼 시장에는 다른 기업이 들어오기 힘들어졌어요. 선택권은 사라졌죠. 그럼에도 독점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힘들어요. 직접적인 ‘이용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 이용료가 크게 비싸지도 않으니까요.


이 때문에 최근 전 세계 규제 당국은 ‘가격이 올랐는가’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라졌는가’를 독점의 기준으로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어요. 플랫폼 입점 허가 권한과 유통 조절 권한을 갖고 이용자와 판매자의 진입·이탈을 통제할 수 있으면 독점이 가능하니 사전 규제 대상이 되는 식이에요. 수수료 인상이나 자사 서비스 우대가 실제 요금 인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경쟁을 막고 이용자의 선택을 제한하면 이미 ‘독점의 해악’이 발생했다고 보는 거죠. 


독점이 다시 일상 속에서 

문제 되는 요즘이에요

이런 이유로 독점 문제는 요즘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왔어요. 쿠팡의 로켓배송·자체 브랜드 우대 논란이나,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수수료·광고 상품 구조 논쟁이 대표적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해졌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판매자들은 점점 더 플랫폼이 정한 조건에 묶이는 중이에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요. 


시장이 독점을 경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 독점은 조용히 경쟁을 지우고,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지배 구조를 굳히는 과정으로 진행되거든요. 그래서 반독점은 기업의 성장을 막기 위한 족쇄가 아니라 시장이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예요. 물론 현실은 단순히 규제로 해결되기에 너무 복잡해요. 그래도 원칙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소비자로서 나의 선택권과 이익을 지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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