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상장, 반칙 아니야?

글, 어피티


어피티: ‘스팩’을 통하면 상장이 좀 더 쉬워요.

the 독자: 역시 스펙은 높을수록 좋은 거군요 🙄

어피티: 아니, 그 스펙 이야기가 아니라, 증시 이야기예요. 😅

the 독자: 🤨


기업이 공식적으로 유가증권시장 등 금융상품이 유통되는 시장에 등록해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자사 주식을 공개적으로 매매 및 유통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가 ‘상장’이에요. the 독자님이 PC와 모바일 매매 프로그램(HTS·MTS)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은 일반적으로 상장된 주식들이랍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회사 주식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만큼, 상장하려는 기업은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만 해요. 



기업이 상장하려면 반드시 외부투자자에게 처음으로 기업 주식을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절차인 기업공개를 거쳐야 해요.


그런데, ‘스팩’을 통하면 상장이 좀 더 쉽다고요?


비교적 그렇습니다. 상장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전통적인 기업공개(IPO)와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이에요. 일반적으로 ‘상장한다’고 할 때는 전통적 기업공개를 뜻해요. 


전통적인 기업공개 절차에서는 외부 회계 법인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작성, 증권신고서와 함께 제출해요. 이때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한 후 다시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스팩은 실제 운영하지 않는 회사이므로 감사보고서 작성과 증권신고서 제출 절차에서 크게 증명할 것이 없어요.


스팩은 마치 펀드처럼, 공개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자본금을 만들어요. 그 후 ‘스팩’이라는 명칭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후 비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구조예요. 일종의 우회상장이죠. 

 

우리나라에는 2008년경에 처음 소개됐고,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용된 투자 기법이에요.


스팩과 비상장기업 합병, 절차가 있나요?

 

스팩이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려면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받아야 해요. 이 심사 과정은 전통적 기업공개와는 달리, 합병 대상 기업의 재무 상태, 사업 모델, 성장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해요. 또한, 합병 후에도 스팩 운영진이 해당 기업의 경영에 계속 참여하는지 여부도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합병이 승인되면 비상장 기업은 별도의 상장 절차 없이 스팩을 통해 상장돼요. 전통적 상장 절차를 맞추기에는 불리하지만,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기에는 유리한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시도하는 방법이에요.

 

‘반칙’ 같은데, 스팩을 허용해 주는 이유가 뭐예요?

 

잠깐 역사를 얘기하자면, 1980년대 미국 증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1980년대 미국 주식시장은 금융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합병이 큰 유행이었어요. 투자와 투기가 잘 구분되지 않던 시기에 등장한 기업 투자 기법이에요. 

 

당시에는 ‘백지 수표 회사’라고 했는데,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등 성장성이 높지만 자본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부족한 기업과,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본이 결합해 빠르게 기업을 시장에 등록시키고 높은 수익을 가져가도록 했던 거예요. 하지만 사기범죄와 부실상장이 빈발해, 1990년대가 들어 규제가 강화됩니다. 

 

지금의 스팩은 당시보다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아요. 합병 심사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금융감독원의 추가 심사도 진행될 수 있고요.


아무래도 기업공개보다는 리스크가 크겠죠?


물론, 전통적인 기업공개 방식으로 상장한 회사보다는 투자 리스크가 커요. 스팩 운영진이 투자자들의 돈을 모을 때는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 공개하지 않아요. 인수 대상 기업이 공개된 후에도 인수가 무효화될 수 있어요. 또 운영진이 얼른 기업을 합병해 상장시키고 초기 보상을 받기 위해 과대평가를 할 수도 있는 만큼,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괜찮은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을 통해 상장시키는 것이 목적이기에 스팩은 설립 후 일정 기간 내에 인수 대상 기업을 찾아 합병을 완료할 의무가 있어요. 시한이 지나도 합병할 비상장기업을 찾지 못하면 청산되고 맙니다. 투자한 금액은 대체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원금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 등 실제 비용을 뺀 금액을 환불받아요. 그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면 손해를 본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표) IPO와 SPAC의 차이점 ⓒ어피티


최근 IPO·SPAC 시장, 살얼음판이에요


2024년 국내 증시에서는 상장에 실패한 기업이 많아 화제가 되었어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두’가 기업정보를 부풀려 상장했다는 의혹을 받아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사이버 보안기업 ‘시큐레터’는 상장 7개월 만에 회계 부정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어요. 이에 부실 심사 논란에 휩싸인 한국거래소가 IPO 상장 심사 기준을 굉장히 강화했어요. 세금 신고와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가 2024년 7월 기준으로 IPO를 마치지 못한 것 또한 그 여파로 분석되기도 해요.


경제 유튜브로 유명한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은 NH스팩25호를 통해 합병 상장하려다 상장미승인으로 합병 계약을 해지했어요. 스팩상장이 활발한 미국에서도 IPO 수준으로 스팩을 이용한 상장 절차의 심사를 까다롭게 만들고 있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의 경제뉴스 브리핑 속 스팩 관련 뉴스를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이번 주는 일반 기업과 리츠, 스팩(SPAC)을 합쳐 총 9개 종목이 청약을 받는 ‘공모주 슈퍼위크’예요. 스팩은 기업인수합병의 특수목적을 가지고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라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요. (2024.06.11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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