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 씨와 상구 씨가 있는 익산 전통시장 12시간 체류기 🍓


📌필진 소개 : 안녕하세요. 전북 익산에서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비마이크’예요. 주로 시간이 쌓인 원도심을 탐방하며 ‘동네도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과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익산역이 있는 중앙동에서 로컬 편집샵 ‘미지’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평소엔 갈 일이 많지 않지만 다른 지역이나 외국 여행을 가면 꼭 시장에 들른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시장은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은 물론, 동시대 생활상까지 한꺼번에 접하기 좋은 여행의 보고같은 곳이죠. 그렇다면 전통시장에서 하루종일 놀아보면 어떨까요?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부터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까지, 익산의 전통시장을 누비벼 직접 답해드릴게요!

ⓒ비마이크, 익산 이리 중앙시장 풍경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여쭤볼게요. 독자님은 익산이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알고 계신가요?


익산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전주, 군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예요. KTX가 정차하는 익산역이 있어서 서울에서 약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어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있어서 도심 곳곳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죠. 고향 자랑하면 끝도 없으니 이만 줄일게요. (흠흠) 오늘은 전통시장 얘기해야 하니까요.

진짜 ‘6시 내고향’에 나온 떡집부터
한 접시 3천 5백 원짜리 탕수육까지!
이게 진짜 시장 인심이죠


🕕 AM 06:00 동트기 전이 가장 바쁘다

익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중앙시장. 이른 새벽부터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물건을 내리는 손길로 시장이 분주합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가장 먼저 시장 골목을 밝히는 ‘진미떡집’이에요. 어머니 권순옥 씨와 아들 국일주 씨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죠.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비마이크, 진미떡집


진미떡집은 동트기 전이 가장 바빠요. 떡집은 보통 오전에 찾으러 오는 단체 주문이 많기 때문에 새벽 4시부터 가게 불을 밝히죠. 전날 불려놓은 쌀과 콩, 팥을 건져 빻고, 찌고, 포장하는 작업을 매일 해요.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인지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매년 명절마다 사람들이이 줄 서서 떡을 사가는 곳으로 동네에서 유명해요.


“같이 일해 보니, 1년 내내 하루도 안 쉬고 일하시는 어머니를 이제야 대단하다고 느껴요. 평생을 이렇게 사신 거잖아요. 어렸을 땐 몰랐는데 그렇게 자식들을 키워주신 거니까 죄송하고, 감사해요.”
-진미떡집 아들 국일주 님


원래 전기 회사에 다니던 국일주 님은 어느 날 어머니가 떡시루가 무거워서 놓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요. 떡집은 생각보다 힘 쓰는 일이 많은데 혼자 하셨을 어머니가 걱정됐다고요.

ⓒ비마이크, 진미떡집


대화를 나누며 가게에 계속 있다보니 이 떡집 뭔가 심상치 않아요. 새로운 떡이 나오면 주변 상인들이나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많이 나눠주더라고요.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제 손에도 시루떡과 콩떡이 든 봉지가 들려 있었어요.


이렇게 많은 떡을 그냥 받을 수 없어서 몰래 떡값을 드리려다 사장님이 계속 도망가셔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진미떡집에 더 있으면 오늘 나오는 떡을 종류별로 다 받을 것 같으니 슬슬 자리를 옮겨 봅니다.


🕣AM 08:30 아침은 역시 라면에 탕수육 

이른 새벽부터 나왔더니 조금 출출하네요. 아침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중앙시장의 숨겨진 맛집, ‘우리 분식’이에요. 메뉴는 단 두 가지, 탕수육과 라면뿐인데, 특히 짬뽕라면이 인기가 많아요. 탕수육은 한 접시에 무려 3천 5백 원!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정말 반가운 가격이죠. (사실, 제 학창시절에는 2천 원이었답니다….) 


찍먹파에겐 조금 속상한 소식이지만 부먹 스타일이 기본이에요. 여긴 케찹 베이스의 탕수육 소스에 양파, 당근, 오이같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추억의 맛이랍니다. 

ⓒ비마이크, 우리분식, 영광김치


🕙AM 10:00 영광의 아침, 인심은 ‘덤’

아침을 먹고 시장에 다시 나와 보니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어요. 옷가게, 생필품 가게가 하나둘 불을 밝힙니다. 이번에 찾은 곳은 ‘영광김치’예요. 원래 중앙시장 2층에서 통닭집을 하던 사장님이 손님들 드시라고 조금씩 만들어 주던 김치가 워낙 맛있어서 입소문이 제대로 났다고 해요. 결국 아예 김치 가게로 전환하셨대요.


가게는 전남 영광 출신인 사장님이 세 자매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김치 가게인데 큰 대야에 가득 사과를 채썰고 있길래 여쭤봤더니 김치에 단맛을 내기 위해 넣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전라도 김치는 다양한 재료와 진한 맛이 특징인 거 아시죠? 제가 군침 흘리고 있는 게 티났는지 사장님이 묻더라고요. “김치 좀 주면 가져가려나? 냄새나서 안 가져가려나?” “에이, 안 가져가긴요. 한 포기 사갈게요.” “뭘 사! 그냥 가져가!” 사장님의 호통에 또 손에 검은 봉다리를 받았어요. 아침부터 떡과 배추김치에 양손이 무거워졌답니다. 


🕛PM 12:00 시장이 반찬이다

아침부터 라면에 탕수육을 먹었지만 아직 쌀은 한 톨도 먹지 않았으니 잊지 않고 끼니를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숨겨진 로컬 맛집 하나 알려드릴게요. 바로 ‘기차역밥집’인데요. 이름 그대로 익산역 바로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가정식 백반집이에요. 매일매일 달라지는 여덟가지 밑반찬에 생선구이까지 나오는데, 사장님의 손맛이 정말 기가 막혀요. 숨은 고수라고 자부해요. 


🕒PM 03:00 시장에서 떡 하나 더 얻어먹는 방법

ⓒ비마이크, 시장풍경


시장에 계속 머무르며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어요. ‘안녕하세요’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아이고, 아가씨는 여기 시장 사람들 다 만날 셈인가?”

 

같은 골목을 열 번도 더 오가다 보니, 시장 입구를 지키던 매일청과 김상구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걸어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늘은 과일 뭐가 맛있어요?”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그 순간부터 사장님의 표정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인사를 건네자마자 사장님들의 마음이 열린듯,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거든요. 간식거리도 덤으로 딸려온답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사장님이 골라주신 딸기를 샀고요. 덩달아 꿀사과 한 조각도 덤으로 받았습니다.


과일가게 김상구 사장님, 떡집을 운영하시는 국일주 사장님. 이름을 알고, 나이를 알고, 인생 이야기를 들었더니 익숙하던 이 시장 풍경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진 그냥 지나쳐가는 얼굴 중 하나였는데 이름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조명이 하나 켜진 것처럼 시장이 더 환해졌달까요.


🕕 PM 06:00 12시간 뒤에 시작된 또 다른 하루

저녁 풍경도 눈에 담고 싶어서 다시 시장을 돌아보니, 일찍부터 문을 열었던 가게들은 슬슬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가장 분주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빈대떡집이에요. 가게 안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손님이 북적였죠. 바쁘게 막걸리를 나르는 빈대떡 사장님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듯 했어요.

 

전통시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을 땐,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사람 냄새 가득한 곳’,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라고 후기를 전하면, 누군가는 “그건 다 옛날 얘기지”라고 말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습니다. 시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조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자고요. 그런데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장이라는 공간에 푹 빠져버렸더라고요.

ⓒ비마이크, 시장에서의 경험으로 발간한 전통시장 매거진


시장에 가면,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있고 정성껏 담근 김치와, 그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과일이 있어요. 커다란 인삼주 항아리가 눈길을 끌어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었더니 파는 게 아니라 그냥 자랑하려고 내놨다며 호탕하게 웃는 상인도 있었고요. 일로 바쁜 와중에도 지나가며 서로 안부를 건네는 이웃들도 있었습니다. 분주함과 여유가 교차하는 전통시장의 풍경은 살아있음 그 자체였어요.

시골 풍경 안에서 열리는 봄날의 장터

‘춘포 마켓’으로 초대합니다 🌸 


익산역 근처, 차로 15분쯤 달리면 만경강이 흐르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펼쳐져요. 그 마을 한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驛舍) ‘춘포역’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이곳에서 다가오는 4월 19일, 시골의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모이는 플리 마켓 ‘춘포 마켓’을 열어요.

  • 일시: 2025년 4월 19일 (토) 11:00~17:00
  • 장소: 익산 카페 춘포

익산 안팎의 창작자들이 모여 직접 만든 물건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함께 보내는 커뮤니티 마켓이랍니다. 춘포 마켓은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한 익산의 면면을 천천히 꺼내 보여드리는 자리예요. 혹시 4월 19일,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한번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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