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계속 머무르며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어요. ‘안녕하세요’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아이고, 아가씨는 여기 시장 사람들 다 만날 셈인가?”
같은 골목을 열 번도 더 오가다 보니, 시장 입구를 지키던 매일청과 김상구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걸어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늘은 과일 뭐가 맛있어요?”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그 순간부터 사장님의 표정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인사를 건네자마자 사장님들의 마음이 열린듯,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거든요. 간식거리도 덤으로 딸려온답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사장님이 골라주신 딸기를 샀고요. 덩달아 꿀사과 한 조각도 덤으로 받았습니다.
과일가게 김상구 사장님, 떡집을 운영하시는 국일주 사장님. 이름을 알고, 나이를 알고, 인생 이야기를 들었더니 익숙하던 이 시장 풍경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진 그냥 지나쳐가는 얼굴 중 하나였는데 이름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조명이 하나 켜진 것처럼 시장이 더 환해졌달까요.
🕕 PM 06:00 12시간 뒤에 시작된 또 다른 하루
저녁 풍경도 눈에 담고 싶어서 다시 시장을 돌아보니, 일찍부터 문을 열었던 가게들은 슬슬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가장 분주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빈대떡집이에요. 가게 안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손님이 북적였죠. 바쁘게 막걸리를 나르는 빈대떡 사장님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듯 했어요.
전통시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을 땐,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사람 냄새 가득한 곳’,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라고 후기를 전하면, 누군가는 “그건 다 옛날 얘기지”라고 말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습니다. 시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조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자고요. 그런데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장이라는 공간에 푹 빠져버렸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