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지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숏폼 전성시대, 우리는 왜 점점 짧은 콘텐츠에 중독될까?”


숏폼 영상을 즐기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까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까지. 짧은 영상들은 긴 영상을 봐야 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긴 하지만, 사람들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어요. 숏폼의 진짜 문제는 짧고 재밌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회전초밥처럼 이어진다는 거예요. ‘하나만 더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몇 시간이고 계속 들여다보게 되죠.


숏폼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최근에는 K-팝 음원도 2분대로 짧아지는 추세거든요. 과거에는 3분 이상의 곡들이 일반적이었지만, 소비자들의 짧은 콘텐츠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음원 길이도 짧아지고 있어요. 숏폼 트렌드에 맞춘 1~3분짜리 드라마(숏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모든 것이 숏폼에 맞춰 짧아지고 있는 이 시대, 숏폼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이번 생생MZ톡에서는 숏폼에 대한 MZ세대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어요. 


생생 MZ톡 참여자

  • 달달(32세, 마케터)
  • 크리스탈(35세, 회사원)
  • 꼬똥(27세, 회사원)
  • 빈이(21세, 대학생)
  • Cory(33세, 직장인)
  • 링링(35세, 직장인)
  • 으니(29세, 사무직)
  • 해적왕(26세, 취준생)
  • 팥빙수(33세, 회사원)
  • 로마일(25세, 회사원)

틱톡, 릴스, 쇼츠 등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 하루에 평균 얼마나 시청하나요?

  • 달달(32세, 마케터): “얼마나 시청하는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보고 있어요.”
    핸드폰 사용 시간을 측정하는 스크린 타임을 확인해 보니 인스타그램만 하루에 2시간 이상 봤다고 나오더라고요. 일하다가도 자꾸 손이 가고, 친구들이 재밌는 릴스를 DM으로 보내주면 보고, 점점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 꼬똥(27세, 회사원): “체감상으로 하루 1시간 반 정도 보는 것 같은데 완전히 넋 놓고 보면 2~3시간 이어봐요.”
    숏폼에 중독되면서 지갑이 자꾸만 열리네요. 알고리즘을 타고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하는 예쁜 물건들 리뷰 영상이 계속 뜨니까 사고 싶어져요.

  • 로마일(25세, 회사원): “하루 평균 3시간씩은 시청하는 것 같아요.”
    주말 및 공휴일의 경우는 4시간~5시간 정도 봐요. 특히, 잠들기 전 1시간씩은 루틴처럼 꼭 보고요. 업무 중에도 일이 좀 막힌다 싶으면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찾아서 숏폼을 시청하기도 해요.


  • 팥빙수(33세, 회사원): “저는 경각심을 느끼고 틱톡이랑 인스타그램 어플 자체를 아예 안 보려고 하고 있어요.”
    숏폼 영상이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되면, ‘관심 없음’ 버튼을 눌러서 아예 피하고 있어요. 대신 긴 영상을 2배속으로 봐요. 최근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기능으로 3배속 시청 기능도 나왔더라고요. 

숏폼 형태의 짧은 콘텐츠가 늘면서 긴 영상이나 책에 집중하기 더 어려워졌나요?

  • 크리스탈(35세, 회사원): “저는 숏폼을 틀어놓고 멀티태스킹을 시작한 이후로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어요.”
    긴 영상을 보면서 같이 숏폼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도 수시로 메신저를 확인하기도 하고 날씨를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인스타그램에 접속할 때도 있어요. 원래 내가 원하는 목적을 바로 달성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들을 하게 돼요. 


  • 링링(35세, 직장인): “저는 최근에 대학에 편입해서 학교에 다시 다니고 있는데요. 대학 교재를 읽는 게 어렵더라고요.”
    스무 살 때 대학교 수업을 대체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숏폼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된 건지, 기억력이 감퇴한 기분이에요.


  • Cory(33세, 직장인): “3년 전만 해도 30분 정도의 영상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는데 릴스를 보기 시작한 후로는 1분 길이도 길게 느껴져요.”
    그래서 본론부터 얘기하는 영상만 골라 보게 되었어요. 지금도 영상 시작부터 ‘아, 이거 길어질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넘겨요. 책을 읽을 때도 너무 빠르게 시선을 내리다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올라와 읽는 일이 빈번해졌어요.


  • 달달(32세, 마케터): “긴 영상은 확실히 아예 안 찾게 됐어요. 숏폼으로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만 보고 원래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의 긴 영상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죠.”
    저는 직업 특성상 유튜브 채널을 봐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도 긴 영상을 보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자막 추출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영상의 내용을 텍스트화한 다음에 챗GPT한테 요약시킬 때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과도한 숏폼 시청을 줄일 수 있을까요?

  • 빈이(21세, 대학생): “인문학이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경우, 영상이 글보다 확실히 쉽고 재밌어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루한 주제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시청 중간에 영상을 꺼버리고 재밌어 보이는 영상을 찾는 악순환이 생기더라고요. 유익한 영상은 차분히 끝까지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Cory(33세, 직장인):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보면 알고리즘도 그 주제에 맞게 설정되기 때문에 일부러 동물이나 자연과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클릭해서 알고리즘을 정화하고 있죠. 또 아날로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각각 5:5로 균형 있게 볼 수 있도록 강제로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일부러 꺼 두거나 멀리 둬서 찾아보기 불편하게 만드는 거죠.


  • 으니(29세, 사무직): “멍 때리는 시간을 늘리려고 해요.”
    숏폼과 멀어지기 위해서 한동안 얇은 책을 한 권씩 들고 다니면서 출퇴근 때 읽었는데요. 책을 읽다가 잠깐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 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서 ‘나도 책이 없었더라면 같은 모습이겠구나’ 싶었던 적이 있어요. 그럴 바엔 차라리 멍 때리면서 뇌를 쉬게 해주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해요.


  • 해적왕(26세, 취준생): “저는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읽고, 특히 어떤 일을 하든 끝을 보는 습관을 지니려고 노력 중이에요.”
    마무리를 짓는 능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요즘은 숏폼뿐만 아니라 챗GPT 같은 AI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고 있잖아요. 의도적으로 깊게 사고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독서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피티의 코멘트

‘뇌 썩음(brain rot)’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나요? 2024년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무의미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다 뇌가 썩을 정도로 퇴보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에요. 무의미한 숏폼 영상을 계속해서 시청하다 보면 사고할 기회가 줄어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죠. 실제로 릴스, 쇼츠 등과 같은 숏폼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소셜미디어 체류 시간은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숏폼과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면 우리의 뇌는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되어갑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많은 MZ세대들이 숏폼 중독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숏폼이 불러올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역부족이에요. 특히, 아직 뇌 발달이 진행 중인 10대 청소년들의 경우는 더 취약하죠.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는 SNS 일일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플랫폼 기업들에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있어요. 최근 우리 국회에서는 초중고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요. 더 늦기 전에 젊은 세대가 ‘숏폼 지옥’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인 논의와 조치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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