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선물을 준비하는 방식 대왕님의 마음씀씀이

📌 필진 소개: 저는 ‘세종실록을 삶의 교과서로 삼는 사람’, 배하연입니다. ‘실록 덕질’은 어느새 저를 많은 현장으로 이끌었어요. 작년에는 세종 탄신 627돌을 맞아 경복궁에서 ‘세종과의 하루’를 기획 · 진행했고, 한글날에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훈민정음 강의를 했습니다. 요즘은 실록 속 이야기들을 오늘의 리더십과 연결해 전하는 경복궁 프라이빗 투어를 운영하고, ‘하다보니 세종덕질’이라는 콘텐츠를 연재하기도 해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만난 사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무엇이든 서툴고 낯선 신인 시절엔 좋은 사수와 멘토, 스승의 존재가 절실하죠. 저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곧장 회사를 운영하면서, 일도 인생도 가르쳐줄 사수가 없는 삶을 4년쯤 살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제 사수는 만 원 지폐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바로 세종대왕입니다.


한때, 저는 매일 새벽마다 세종실록을 읽었어요. 처음엔 단순한 궁금증이었어요. ‘대체 무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스승’으로 불리는 걸까?‘ 궁금했거든요. 세종실록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역사적 기록을 넘겨보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왕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썼는지를 따라가는 일이었어요

출처: ‘세종덕질’ 전문 배하연 님


내일, 5월 15일은 ‘세종대왕 나신 날’이자 이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맞이하는 첫 해예요. 우연히도 같은 날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죠. 사실, 스승의 날은 한글을 창제해 온 백성에게 가르침을 전한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에서 따온 거예요. 


세종대왕을 스승이라 부른다는 건, 단지 훈민정음을 창제한 업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학문에 대한 태도, 백성을 향한 마음, 많은 왕의 본보기가 될 만한 품격까지 융합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지식이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자신을 넘어 사회 전체를 품으려 했던 마음이 담겨 있죠. 오늘은 세종대왕 탄신일을 하루 앞두고 저와 함께 세종실록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세종대왕님의 마음 씀씀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세종은 왜 선물을 주고도 후회했을까

조선을 32년간 이끈 그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이게 정말 백성을 위한 결정일까?”,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매번 후회하고, 바꾸고, 더 베풀고, 더 아파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있어요.


세종 15년 4월 5일, 세종은 충청도 온수현(지금의 아산 온양 온천 부근)에 곡식을 하사한 뒤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쌀과 콩은 한 끼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지만, 세종은 그보다 더 오래 남는 도움, 즉 생활을 가볍게 해주는 조세 감면을 해 줄 걸 그랬다며 후회했거든요. 

 

“온수현 인민들에게 벼와 콩을 이미 하사하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조세(租稅)를 감해 주는 것이 좋을 뻔했다. 그러나 다시 고칠 수 없으니, 병든 노인과 홀아비·과부·고아·외로운 이들에게라도 더 많은 은혜를 베풀고 싶구나.” 하니, 안숭선이 아뢰기를, “백성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지극합니다. 담당자에게 이름을 기록하여 올리도록 하소서.” 하니, 세종이 그렇게 하였다. -세종실록 中


이후, 세종은 온천 행차를 준비했던 기술자들과 공장들에게는 쌀과 베를 품에 맞게 나누어 주었고, 근처 농민들에게는 술과 음식을 대접하거나, 소고기와 반찬을 따로 내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밭을 가는 농민들에게도, 밥을 먹고 힘내라고 직접 음식을 보내게 했고요. 온양 근방의 아산현에 사는 노인들에게도 차등 있게 선물을 내리고, 호종했던 대신들과 수행원들에게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술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심지어 천한 신분의 하급자들까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마음이 닿도록 했답니다. 그것이 세종이 백성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방식이었습니다. 

집에 모셔둔 (좌)세종 어보와 (우)세종 실록, 출처: 배하연 님


요즘은 카카오톡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선물을 전하죠.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판매 랭킹과 가격을 보며 순식간에 고른 핸드크림, 커피 쿠폰, 책 한 권 등이 빠르게 상대방에게 전송되니까요. 손쉽고 간편해서 좋지만, 가끔은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이 정말 원한 게 이거였을까?’, ‘내 마음이 닿긴 한 걸까?’

 

세종은 백성에게 선물을 준 후에도 그 선물이 상대방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결정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고 난 뒤’를 더 오래 들여다봤죠. 


나누고 싶은 일화가 한가지 더 있어요.


세종 22년, 신하 이사철이 함길도로 부임하게 됐을 때의 일입니다. 떠나는 그를 앞에 두고, 세종은 말합니다. “너가 공부에 힘쓰는 모습을 보고 늘 기특하게 여겼다. 오래도록 집현전에 두고 싶었지만, 너는 나와 오래 함께해 내 마음을 알기에, 이 일을 맡긴다.”


그러자 이사철은 머뭇거리며 말해요. “소신은 사리에 밝지 못합니다. 잘못하면 일을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이에 세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답합니다. “네 자질이 훌륭하다는 걸 내가 안다.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활과 화살을 선물하죠. 


저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세종이 사람을 격려할 때 어떤 눈빛이었을지 상상하게 돼요. ‘할 수 있으니 해보라’는 압박이 아니라,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는 믿음을 조용히 건네는 말. 그 믿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잘 알기에,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값지게 느껴져요.


온수현 백성에게 곡식을 내린 후에도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까’를 끝까지 고민했던 세종, 그리고 두려움을 내비친 신하에게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며 신뢰를 표현했던 세종.


두 장면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상대방의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려는 섬세한 태도. 6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세종을 ‘스승’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사람을 향한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일 거예요.


조선왕조실록, 이렇게 읽어보세요

혹시 ‘실록을 읽는다’고 하면,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르게, 궁금한 단어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검색했던 단어는 ‘하연’이었습니다. 제 이름. 놀랍게도, 세종의 비서실장이 하연이었더군요. 세종의 지신사로 시작해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라니… 마치 세종이 저를 소환한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궁금한 키워드 하나를 정하고, 그 단어가 들어간 대목을 찾아 읽었어요. 그 다음엔, 등장인물의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장영실, 앙부일구, 문종, 백성.. 이렇게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사과목에서, 실제로 원문은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모르는 단어를 보면 한자사전도 찾아보고, 다양한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다각도로 실록을 읽었어요. 요즘은 한국고전종합DB서 신역 조선왕조실록을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이해가 더 필요하다면, 실록을 챗gpt에 넣으면 아주 쉽게 해석도 해준답니다.

출처: 한국고전종합DB


🖊️ 이 순서대로 따라 읽어 보세요

  • 먼저 유튜브에서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차이나는 클라스>, KBS <역사저널, 그날>처럼 이야기 중심의 역사 콘텐츠를 보며 ‘이건 무슨 사건일까?’ 궁금증을 키워보세요.

  • 그다음엔 나무위키를 열어보세요
    사건, 인물, 연도 등 배경지식을 정리하기 좋아요.압축된 설명을 보며 흐름을 잡을 수 있어요.

  • 이제 실록 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해보세요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는 궁금한 단어나 날짜를 입력하면 실록 원문과 해석본을 함께 볼 수 있어요.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 마지막으로, 내 삶과 연결해보세요
    ‘세종도 회의감이 있었구나’, ‘신하와의 갈등도 매일 있었네’ 같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요. 실록은 공부가 아니라 성찰의 책일지도 몰라요.

  • 매달, 실록을 함께 읽는 시간도 있어요
    실록을 혼자 읽기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함께 읽는 자리도 있어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제가 진행하는 ‘실록 낭독회’에서는 세종실록의 한 대목을 직접 소리 내어 읽고, 그 문장에서 발견한 질문과 감정을 함께 나눕니다. 역사를 공부한다기보다, 한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며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에요. “이건 나한테 무슨 뜻일까?” 실록은 그렇게, 매번 다르게 읽히는 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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