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모셔둔 (좌)세종 어보와 (우)세종 실록, 출처: 배하연 님
요즘은 카카오톡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선물을 전하죠.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판매 랭킹과 가격을 보며 순식간에 고른 핸드크림, 커피 쿠폰, 책 한 권 등이 빠르게 상대방에게 전송되니까요. 손쉽고 간편해서 좋지만, 가끔은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이 정말 원한 게 이거였을까?’, ‘내 마음이 닿긴 한 걸까?’
세종은 백성에게 선물을 준 후에도 그 선물이 상대방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결정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고 난 뒤’를 더 오래 들여다봤죠.
나누고 싶은 일화가 한가지 더 있어요.
세종 22년, 신하 이사철이 함길도로 부임하게 됐을 때의 일입니다. 떠나는 그를 앞에 두고, 세종은 말합니다. “너가 공부에 힘쓰는 모습을 보고 늘 기특하게 여겼다. 오래도록 집현전에 두고 싶었지만, 너는 나와 오래 함께해 내 마음을 알기에, 이 일을 맡긴다.”
그러자 이사철은 머뭇거리며 말해요. “소신은 사리에 밝지 못합니다. 잘못하면 일을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이에 세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답합니다. “네 자질이 훌륭하다는 걸 내가 안다.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활과 화살을 선물하죠.
저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세종이 사람을 격려할 때 어떤 눈빛이었을지 상상하게 돼요. ‘할 수 있으니 해보라’는 압박이 아니라,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는 믿음을 조용히 건네는 말. 그 믿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잘 알기에,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값지게 느껴져요.
온수현 백성에게 곡식을 내린 후에도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까’를 끝까지 고민했던 세종, 그리고 두려움을 내비친 신하에게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며 신뢰를 표현했던 세종.
두 장면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상대방의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려는 섬세한 태도. 6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세종을 ‘스승’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사람을 향한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일 거예요.
조선왕조실록, 이렇게 읽어보세요
혹시 ‘실록을 읽는다’고 하면,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르게, 궁금한 단어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검색했던 단어는 ‘하연’이었습니다. 제 이름. 놀랍게도, 세종의 비서실장이 하연이었더군요. 세종의 지신사로 시작해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라니… 마치 세종이 저를 소환한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궁금한 키워드 하나를 정하고, 그 단어가 들어간 대목을 찾아 읽었어요. 그 다음엔, 등장인물의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장영실, 앙부일구, 문종, 백성.. 이렇게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사과목에서, 실제로 원문은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모르는 단어를 보면 한자사전도 찾아보고, 다양한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다각도로 실록을 읽었어요. 요즘은 한국고전종합DB에서 신역 조선왕조실록을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이해가 더 필요하다면, 실록을 챗gpt에 넣으면 아주 쉽게 해석도 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