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SRT를, 수서역에서 KTX를?

글, 정인

내년부턴 KTX와 SRT 구분 없어져요

2013년 이후 SRT와 KTX 두 개로 나뉘어 있던 국가 고속철도가 통합돼요. 내년 3월부터는 서울역에 SRT를, 수서역에는 KTX를 투입하며 교차 운행을 시작해요. 하반기에는 굳이 두 노선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 편성하고 운영하기로 했어요.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의 손해에 비해 SRT를 유지하는 이익이 너무 작다는 결론이에요. 코레일은 수익이 나는 구간을 SRT에 떼어준 이후 매년 적자 규모를 키워 왔어요. 이용자 입장에서도 두 노선이 통합되면 좌석 수가 늘고 운행 간격이 짧아져 SRT ‘예매 전쟁’이 완화될 예정이에요.


철도는 경쟁이 효율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어요

KTX에서 SRT를 떼어낼 때는 독점 방지와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내세웠어요. 실제로 공기업 방만 경영 문제는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운영해보니 지난 10여 년간 중요한 문제가 드러났어요. 우선 철도 같은 기간산업은 자연독점과 공공재 성격이 있어요. 자연독점은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계속 낮아져 한 기업이 시장 전체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상황을 말해요.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 있어요. 쉽게 말해, 돈 낸 사람만 사용하게 만들기가 어렵고, 내가 사용한다고 남이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시장에 완전히 맡길 경우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이지요. 즉 철도는 시장경쟁이 만능 처방이 되기 어려운 산업이에요. 


심지어 시장경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어요

두 번째 문제는 실제 경쟁조차 못 했다는 거예요. KTX와 SRT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실상 같은 시장을 쪼개 운영하는 방식이었어요. 전체 운행 거리의 85%가 넘는 350km 상당의 노선을 공유하면서 운영 주체만 달랐으니까요. 초기 SRT 가격이 KTX보다 저렴했던 건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이에요. SRT는 오히려 KTX의 차량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빌려 쓰며 코레일 경영에 손해를 끼쳤어요. 차량 임대와 정비, 관련 시스템 개발 등 핵심 업무를 경쟁사인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기도 하죠. 이용자는 환승이 불편해졌을뿐더러 환승할인도 어려운 문제를 겪었어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경제활동과 경제인구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고속철도로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인 한마디

🦄 현재 시장경쟁이 필요한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분야는 이동통신과 배달앱, 금융과 OTT 시장 같은 곳이에요. 정부에서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최근 여러 노력을 했던 분야들이죠? 물론 시장에는 출혈경쟁 이후 최종 승자가 독과점을 하게 되어 있는 사업 분야가 있어요.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 그게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거예요.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금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