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고환율은 큰 문제예요.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개 대기업을 상대로 고환율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기존 사업 계획들은 환율을 현재 수준(1,450~1,500원)보다 낮게 잡고 수립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요. 이에 대해 기업들이 꼽은 대응 방안 중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74.1%)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어요. 사실 ‘생산성’은 미국만 혼자 잘나가는 현재 글로벌 경제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이에요.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은 각자 취약한 분야에서 낮은 생산성을 지적받고 있는데, 미국은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경제성장 능력이 자꾸만 떨어져요
지난해 연말, KDI에서 ‘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컨퍼런스를 열었어요. 경제에서 ‘생산성’이란 주어진 시간 내에 한정된 노동력과 자원을 사용해 얼마나 많은 생산량 혹은 가치를 만들었는지를 뜻해요. 노동생산성은 노동자가 일정 시간 동안 일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의 양이고, 자본생산성은 일정 금액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물의 양이에요. 다시 말해 경제가 성장할 때의 ‘효율성’이라고도 볼 수 있죠. 우리나라는 특히 서비스업 관련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황이에요. 최근에는 전체적인 생산성을 뜻하는 총요소생산성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문제예요.
KDI 보고서(발표요약문 및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연구 결과 및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OECD 평균보다 낮은 초등학교 저학년 공교육 수업시수를 확대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고,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
전국 시군구의 고른 발전이 아니라 지역의 대도시를 집중적으로 키워 지역발전 도모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장려
대기업의 사익편취 행위를 제한하되, 정부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원청과 하청 간 공정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를 예방
정인 한마디
🌮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들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알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지금은 ‘지방 광역시의 경쟁력을 키워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정책 방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국토개발의 목표는 서울과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서울 메가시티론’이었어요. 그 후에는 지방도 작은 도시와 시골까지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했죠. 이후 비로소 지방의 중심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 중론이 되었어요.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 변화의 과정에는 트렌드를 따라잡아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근거 및 해결 방향을 제공하는 보고서들의 역할이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