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생각보다 기계적이에요

글, 어피티

the 독자: 최근에 이직했는데 아직 적응 중이라 그런가… 업무 생산성이 떨어져서 고민이에요. 거의 매일 야근 중이에요. 😔

어피티: 음… 생산성 때문에 고민이라면 절대 야근은 하지 말아보세요. 🤗

the 독자: 오히려 생산성을 더 낮추라고요?

어피티: 생산성은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산출물을 만들어 냈는지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짧아지면 수치가 좋아질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산성은 ‘노동생산성’을 뜻합니다. 노동자 한 명이 일정 기간 동안 산출하는 생산량, 혹은 부가가치를 의미해요. 간단하게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아요.

산출량(생산한 재화나 제공한 서비스의 양) ÷ 투입량(생산에 사용된 노동, 원자재, 자본 등) = 생산성(매출액, 생산량, 단가 등)

이론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투입량은 그대로이거나 줄이면서 산출량을 늘리거나, 반대로 산출량은 그대로이거나 늘리면서 투입량을 줄여야 합니다. 


노동생산성을 따질 때 투입량은 비교적 분명해요. 들어간 시간, 원자재, 자본 등을 측정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산출량을 계산할지는 사실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산업마다, 직무마다, 연구마다 기준이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는 시간당 몇 대의 자동차를 조립했는지, 혹은 그 자동차가 얼마에 팔려나갔는지, 자동차에 불량은 없는지 등을 생산성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요. 서비스직은 고객만족도나 요청 처리 속도를, 사무직이라면 작성한 보고서의 개수나 프로젝트 성과를 기준으로 삼겠죠.


그런데, ‘시간당 자동차 3대 조립’과 ‘시간당 고객 CS 6건 처리’를 어떻게 서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과연 어느 쪽이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서로 다른 업종과 직무의 산출량을 견주어 보려면 결국 금액으로 표시되어야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편리하게 기업의 총 매출액을 총 직원 수로 나누어 계산하곤 합니다. 또, 고부가가치산업은 매출이 높을수록 임금이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임금 수준을 비교하기도 하죠.


이렇듯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생산성’은 맥락을 고려해서 이해하고, 섬세하게 사용해야 하는 경제용어랍니다.


생산성은 우리나라의 오랜 고민거리예요 


우리나라는 흔히 생산성이 낮은 나라라고 말해요.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달러예요. 1달러에 1,300원 환율을 적용했을 때 57,000원 언저리라고 볼 수 있어요. 시간당 57,000원어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생산성이 꽤 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OECD 가입국 37개 중 33위에 그치는 수준이에요.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을 계산할 때는 GDP(국내총생산)를 총 근로 시간으로 나눠요. 다시 말해, 특정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 부가가치를 만드느라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었는지 따져보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GDP 규모는 세계 13위지만 이 GDP를 달성하느라 들이는 시간은 연 1,900시간이 넘어(OECD 평균 1700시간 가량),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갈 만큼 길어요. 한마디로 가성비가 안 좋은 거죠.


누구 탓만 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있죠


국가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것을 두고 간단하게 ‘누구 탓이다’라고 지적하기는 어려워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장시간 근로 문화와 낮은 효율성
    • 노동 시장에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생산성이 노동 시간에 비례한다는 거예요. 장시간 근로는 오히려 생산성 감소의 원인이죠. 물론 산출물을 내놓으려면 일정 수준의 투입이 있어야 하지만,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정교한 업무분배를 토대로 다함께 빠른 시간 안에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끝내는 근로문화 정착이 중요해요.


  • 중소기업의 낮은 디지털화
    • 최근 업무 효율성을 올려주는 다양한 디지털화·자동화 툴이 많이 등장했어요. 생성형 AI가 대표적인 사례죠.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에요. AI는커녕 ERP 등 기초적인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 인력 수급 불일치와 불안정성
    •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교육받은 인재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쉬는 일이 잦아요. 정작 신산업에서는 전문성 있는 인재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등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해요. 또 기업이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하며 장기적인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노동시장 전반에 원활한 인력 수급이 어려운 편이에요.



  • 저부가가치산업에 집중된 고용
    • 우리나라 중소기업 고용은 소매판매업, 건설업, 음식점 등에서 주로 이뤄져요. 이런 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수준과 생산성이 낮은 저숙련 일자리로 꼽혀요. 특히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 한 생산성이 빠르게 오르기는 힘들 거예요. 우리나라 내수 시장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수출하지 않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작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어요.


사실 수출 위주로 장사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제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생산성은 OECD 기준으로 따져보아도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야기가 달라요. 우리나라 고용 90% 이상을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 문제가 곧 우리나라 전체의 낮은 생산성 문제로 이어져요. 


생산성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은 곧 그 산업, 혹은 코호트(공통된 특성을 가진 집단)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총 부가가치의 양에서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예요. 더 쉽게 말하면,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전체 산업과 코호트의 임금 수준이 떨어지죠.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올리려면 산업별, 성별별, 기업 규모와 근로 방식별 격차를 좁혀야만 해요. 적절한 지원과 경쟁 유도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생산성 관련 칼럼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수입이 활발해지면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고, 물가가 안정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이에요. 기업 측면에서는 외국산 수입품과 경쟁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회가 되기도 하죠.  (2024.05.29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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