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쥬얼리 트렌드는 옥? 하지만, 국내 유일 춘천 옥광산의 현실은 🥲


📌필진 소개: 전통 백옥을 담은 향 브랜드, <옥산백>을 만들고 있는 옥사장입니다. 조용히 사라져가는 한국의 고유함들을 발굴해 일상에 가져다 놓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만의 고유함을 지켜내는 일이 결국 세상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어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 같은 한국의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2026년은 그야말로 ‘옥’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병오년(丙午年)은 십이간지 중에서도 유독 기운이 강하다는 ‘붉은 말의 해’예요. 동양의 음양오행 이론에 따르면, ‘붉은색’은 불(火)을 의미하고 ‘말’ 역시 뜨거운 화 기운을 상징하는 동물이에요. 즉, 올해는 불과 불이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해인 셈이죠.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겠죠? 이렇게 화 기운이 너무 강해지면 사람들은 쉽게 지치거나 격해지기 쉽대요. 그래서 동양 철학에서는 이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보완재로 물(水)과 흙(土)의 기운을 강조해요. 그런데 이 두 가지 기운을 동시에 완벽하게 품고 있는 존재가 바로 ‘옥’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옥가락지를 착용한 모습과 옥 아이템 ⓒ옥사장


옥은 아주 오랜 시간 땅속 깊은 곳에서 흙의 정기를 받아 만들어지면서도, 특유의 차갑고 투명한 성질 때문에 예부터 ‘물을 머금은 돌’이라 불려 왔어요. 그래서 올해처럼 뜨거운 해에는 옥을 가까이 두고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죠. 


마침, 전 세계적으로 K-컬처와 동양적인 미학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해외 MZ세대 사이에서는 옥이 힙하고 트렌디한 원석으로 재조명받고 있대요. 얼마 전 유명 국내 인플루언서가 “곧 유행할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이라며 소개한 옥팔찌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바이럴된 것만 봐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어요. 또, ‘Jewels of the Trade’ 채널의 진행자인 Jordan에 따르면, 틱톡이나 레딧 같은 플랫폼에서 옥 관련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옥의 인기는 실제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그런데 옥 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치는 ‘백옥’이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의 강원도 춘천에서만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춘천 백옥은 그 빛깔이 우유처럼 뽀얗고 청아해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아 왔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춘천 백옥과 춘천의 옥광산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고 해요. 지금부터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백옥같다, 주옥같다, 한 번쯤 써보셨죠?

우리 조상들에게 옥은 부정한 것을 맑게 정화하고, 몸에 지니고 있으면 행운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영물이었죠. 조선 시대 지체 높은 양반들이 갓끈이나 노리개에 옥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건 그저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어요. 옥이 세상에서 가장 정결하고 순수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고 보호하며 선비의 절개를 지키겠다는 다짐의 상징으로 옥을 지녔다고 해요.


작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큰 화제가 되었던 신라 금관을 기억하시나요? 그 눈부신 황금 사이사이에 매달려 있던 초록빛 방울들도 바로 옥이에요. 왕의 권위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최고의 보석이었던 셈이죠.

[국보] 금관총 금관 및 금제 관식(1962) , [보물] 경주 노서동 금목걸이(1967)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옥사장


재미있는 건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일상 언어 속에도 옥의 흔적이 아주 깊게 배어 있다는 점이에요. 피부가 맑을 땐 ‘백옥 같다’고 하고, 보석 같은 문장을 보면 ‘주옥같다’고 하죠. 귀한 아들은 ‘옥동자’, 완벽한 것 중 작은 결점은 ‘옥의 티’라고 부르고요. 심지어 서양 보석인 루비는 ‘홍옥’으로, 호박은 ‘황옥’으로 번역해 부를 만큼 옥은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받아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삶의 일부였던 옥이 어쩌다 ‘할머니의 전유물’ 혹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며 잊혀지게 된 걸까요?


한국에 있지만 한국의 것이 아닌

옥을 금보다 귀하게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춘천 백옥은 정말 인기가 많아요. 그런 백옥의 원산지인 춘천 옥 광산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 자산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다이아몬드나 금이 더욱 인기여서 상대적으로 옥은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곤 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자 춘천의 백옥 광산 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죠. 이때 이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달려온 건 역설적이게도 중국 자본이었어요. 결국 세계 유일의 백옥 광산 지분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제 우리는 우리 땅에서 캐낸 옥을 중국 기업에 비싼 웃돈을 주고 역수입해 와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어요.

춘천 백옥 세공 현장 ⓒ옥사장


광산 지분만 넘어간 게 아니에요. 옥을 다루는 문화 기술도 사라지고 있어요. 거대한 원석을 깎고 다듬어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옥공예 장인은 이제 전국에 네 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대요. 제자를 키우고 싶어도 배우려는 젊은이가 없고, 원석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하나의 산업 자체가 멸종 위기에 처한 거죠.


이런 소식을 접하고 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장인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왜 젊은 사람이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던 장인분들도 저의 설득에 점차 마음을 열고 힘을 보태주셨어요. 그렇게 옥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어요. 옥은 정말 성질이 까다로운 원석이거든요.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깎다 보면 내부에 미세한 금이 가 있거나 다른 광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러면 그 큰 원석은 그대로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죠. 원석은 점점 귀해지는데 수율은 낮으니, 경제적 효율성만 따지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옥은 금만큼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폐로서의 가치는 낮아서 보석으로서의 수요에만 가격을 의존해요. 때문에 원재료 가격과 판매 가격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옥사장

👀 옥을 구매하실 때 이런 점을 주의하세요!
  • 유사 원석 : 크리스탈이나 일반 원석을 옥으로 모호하게 표기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확한 명칭을 확인해야 해요.
  • 저가형 제품 : 지나치게 저렴한 옥은 원석이 아닌 아래와 같은 모조품일 가능성이 높아요.
    • 모조 유리: 옥의 색감과 투명도만 흉내 낸 유리 제품
    • 염색 석영: 값싼 석영(쿼츠)이나 대리석을 초록색 염료로 염색한 것
    • 압축 옥: 옥가루를 화학 수지와 섞어 틀에 찍어낸 합성물
  • 주의할 점: 인위적으로 염색되거나 접착제가 섞인 옥은 원석 고유의 성질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신뢰할 수 있는 산지와 정직한 공정 과정을 거쳤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사라져가는 ‘한국의 문화’를
‘한국의 기술’로 되살리는 일
저에게 길을 열어준 건 장인님의 한마디였어요. “예전에는 옥가루로 비누를 만들어 썼는데, 그 거품이 얼마나 뽀얗고 피부가 환해졌는지 몰라. 옥비누가 진짜 유명했어.” 그 순간, 옥을 단순한 장신구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전통의 조각과 현대적 수요를 잇는 결정적인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옥’이라는 원석이 가진 물성을 뷰티라는 실용적인 카테고리로 확장해서 많은 사람들이 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춘천 백옥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 ⓒ옥사장


저는 100% 춘천옥을 활용해서 수백 번의 샘플링 끝에 ‘백옥 비누’를 만들었어요. 옥가루 특유의 미세한 입자가 피부 노폐물을 흡착하고 보습을 주면서도, 옥의 찬 성질이 피부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었죠. 신기하게도 공식 런칭 전인데도 소문을 듣고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 플랫폼은 물론이고, 옥의 가치를 잘 아는 중화권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사라져가던 한국의 전통문화가 전 세계가 인정하는 K-뷰티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님의 말처럼,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하지만 소홀히 했던 것들, 즉 ‘가장 한국적인 것’ 속에 세계를 매료시킬 열쇠가 숨어있다고 믿어요.


올 한 해, 여러분의 일상에도 옥 한 점을 곁에 두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옥의 맑고 정갈한 기운으로 삶의 중심을 잡아보시길 바라요. 옥이 지닌 차갑고도 단단한 안정감이 여러분의 한 해를 더욱 깊고 평온하게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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