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가 60억 빚을 지게 한 그 ‘선물’ – 2탄(그런데 이제 ‘옵션’을 더한)

선물: 시장에 등장한 제삼자들(ft.금융업자)

장사꾼 간 미래의 물건을 사고파는 약속이었던 선도계약은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시장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게 바로 선물(futures)이에요. 왜 금융시장 안에 들어왔냐 하면, 모든 일대일 거래는 결국 집단과 집단 간의 거래로 발전하게 되거든요. 방문판매가 가게가 되고, 가게가 백화점이나 아울렛이 되었다가 온라인 플랫폼이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과수원과 빵집이 일대일로 맺던 계약은 점차 복잡해지는 거래 관계를 담기에 역부족이었어요. 사과가 더 필요해 다른 과수원과도 계약해야 하는데 서로 요구하는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라 사고팔기 어렵고, 사정이 변했는데 중간에 빠지기도 힘들었어요. 힘들기는 과수원도 마찬가지였죠. 경영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중간에 도움을 얻을 길이 없었으니까요.


🍎 과수원: 개인 사정으로 이제 그만 폐업하고 싶은데, 우리 과수원이 대형빵집과 맺은 선도계약을 인수해 갈 다른 과수원 없나요?

🥙 대형빵집: 우리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지 몰랐어요. 기존 선도 계약을 유지하고, 새로운 투자를 받는 일이 너무 복잡하군요! 


선도계약이 금융시장으로 와야 했던 이유

선도계약을 체결한 거래자들의 불편함이 켜켜이 누적되자, ‘표준 계약서라도 만들어야지 안 되겠다!’라는 요구가 생겨나죠.


그래서 1848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된 ‘곡물 선물 계약’을 최초로 도입했어요. 그리고 이 계약을 상품으로 만들어 증시에서 팔기 시작했죠. 선도계약이 ‘선물’로 진화한 후 달라진 점은 크게 네 가지예요.


1. 계약 조건의 표준화

  • 선도계약은 개인마다 계약서가 달랐어요.
  • 선물계약은 누구나 동일한 사양의 계약을 사용하고, 공개적으로 거래되면서 제삼자도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2. 거래소 상장 + 제삼자 양도 허용

  • 선도계약은 제삼자가 중간에 끼어들기 어려웠어요.
  • 반면 선물은 거래소 상장 상품이라 누구든 돈만 있으면 지금 거래 중인 포지션을 중간에 사거나 팔 수 있게 됐죠.
tip. 포지션(position)은 투자자가 시장에서 어떤 방향(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하고 있는지 설명해요. 가격이 오를 것에 걸고 미리 사두면 롱포지션, 가격이 내릴 걸로 보고 미리 팔아두면 숏포지션이죠. 줄여서 롱과 숏으로 불러요.

즉, 실제 사과 같은 ‘기초자산이 없어도 거래에 참여 가능’한 제도적 문이 열렸어요.


3. 청산소(Clearing House)의 등장

  • 과거엔 신용 때문에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를 받거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거래처와 거래했어요.
  • 하지만 선물시장은 중앙 청산소가 대신 약속을 보증해 줘요. 
  • 계약을 사고팔 수 있게 되고, 청산소가 생기면서 상대방이 누가 되든 상관없게 됐어요.

4. 증거금 시스템 + 레버리지 허용
  • 거래소는 참가자에게 보증금 개념으로 ‘일부 금액’만 내고 거래할 수 있게 했어요. 이 보증금을 ‘증거금’이라고 불러요.
  • 예를 들어, 계약금액 1억 원의 선물도 5~10%의 증거금만 있으면 거래 가능하게 된 거예요.

제삼자 입장에선 ‘실물 자산이 없어도, 예측만 맞추면 돈을 벌 수 있어!’라는 룰이 완성된 셈이죠. 증거금 제도 덕분에 투자자들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선물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실제 보유 자산 대비 과도한 규모의 거래’ 또한 가능해졌어요. 그래서 시장 변동 폭이 조금만 커져도 손실이 증거금을 훌쩍 뛰어넘어, 추가 증거금을 내야만 하거나 강제 청산을 당하며 큰 손실을 볼 리스크가 함께 커졌죠.


옵션: 권리를 살 수 있는 권리(ft. 개미 접근 금지)

실물자산의 미래를 계약하는 선도계약을 넘어, 계약 자체를 사고팔며 기초자산 가격의 오르내림을 맞추는 금융상품인 선물이 등장한 지점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이제 선물 다음 단계인 옵션을 소개할 차례예요. 선물 계약은 무조건 만기에 정산해야 합니다.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죠. 그런데 이때 선물 거래를 통해 권리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권리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어요.


금융업자: 음… 가격이 유리할 때만 사거나 팔 수 있으면 좋겠는데? 😋

어피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가 그렇게 해줘요…

금융업자: 그러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사게 해달란 말이야. 아니면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팔거나. 

어피티: 🤔?

금융업자: 아예 마음대로 하겠다는 건 아니고, 매매를 예약한다 치고 ‘프리미엄’ 줄게.


옵션은 기초자산을 미래에 살 권리(콜옵션)나 팔 권리(풋옵션)를 미리 사는 거래예요. 이 권리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바로 프리미엄이죠. 일단, 선물에 롱과 숏 두 가지 포지션이 있듯이 옵션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부터 짚어 볼게요.


콜옵션: “이 가격에 기초자산을 살 권리”

풋옵션: “이 가격에 기초자산을 팔 권리”


콜옵션과 풋옵션은 각각 프리미엄을 얹어 살 수도 있고(매수),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도 있어요(매도). 콜옵션과 풋옵션을 이해하기 위해, 아파트 매매 계약을 비유로 들어볼게요. 옵션은 매수를 이해해야 매도를 이해할 수 있어요. 매수 거래를 기본으로 설명할게요.


콜옵션은 이런 거예요. 지금 매매가 5억 원인 아파트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앞으로 이 아파트 가격이 가까운 시일 내에 꽤 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3개월 안에 5억 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5000만 원이라는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해요.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5억 원을 주고 사면 되지, 왜 프리미엄만 내고, 사지는 않고 기다리냐고요? 만약 매매가가 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5억 원이 묶이는 것보다는 5000만 원을 손해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하게 되는 거죠.


예측이 맞으면 →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6억 원이 되었어요. 나는 콜옵션을 행사해 아파트를 5억 원에 사고, 바로 시장에 팔아 차익 1억 원을 얻었어요. 프리미엄 비용 5000만 원을 제하면, 실제 얻은 수익은 5000만 원이에요.


예측이 틀리면 →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4억5000만 원이 되었어요. 그러면 콜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죠. 프리미엄 가격 5000만 원을 손해 보기는 하지만, 아파트를 5억 원에 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는 포기합니다.


풋옵션은 이런 거예요.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요. 나는 아파트를 이미 5억 원에 사서, 가지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시장 동향을 보니 매매가가 떨어질까 불안해요. 그래서 3개월 안에 5억 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5000만 원이라는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해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지금 팔면 되지, 왜 프리미엄만 내고 팔지는 않느냐면요, 만약 떨어지지 않고 오르면 그야말로 큰 손해여서 그래요.


예측이 맞으면 →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4억 원이 되었어요. 나는 풋옵션을 행사해 아파트를 5억 원에 팔았어요. 시장가격보다 1억 원을 더 받은 셈이에요. 프리미엄 비용 5000만 원도 나가긴 했지만, 아파트 가격 폭락 손해를 그대로 떠안은 것보다는 나아요.


예측이 틀리면 →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5억5000만 원이 되었어요. 그러면 풋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죠. 프리미엄 가격 5000만 원을 손해 보기는 하지만, 아파트를 5억 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는 포기합니다.


옵션 매수 거래의 핵심은 ‘권리’만 사고, 꼭 권리를 행사할 의무는 없는 구조라는 거예요. 옵션을 산 사람은 ‘하기 싫으면 행사를 안 해도’ 돼요. 다만, 그 권리를 사기 위해 지불한 돈(프리미엄)은 돌려받지 못해요. 위의 예시는 옵션을 살 때만 해당해요. 팔 때는 또 다른 규칙이 적용돼요. 옵션을 파는 사람은 간단하게 말해, 상대방이 권리를 행사했을 때 약속한 가격으로 반드시 거래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져요. 프리미엄을 받았으니까요.


이를테면 위의 아파트 콜옵션(5억 원짜리 아파트가 3개월 안에 가격이 오르면,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5억 원에 살 권리) 매수자가 아파트 가격이 6억 원이 됐다며 5억 원만 주고 내 아파트를 가져간다고 하면 나는 이미 프리미엄 5000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파트를 5억 원에 팔 수밖에 없어요. 5000만 원 손실을 보는 거죠. 대신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서 콜옵션 매수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 프리미엄 5000만 원은 고스란히 내 이득이 돼요.

같은 옵션으로 묶이지만 매수와 매도는 구조가 완전히 달라요. 그냥 이름이 비슷한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야 헷갈리지 않아요.


옵션은 살 때보다 팔 때가 위험해요. 옵션을 잘못 팔면, 원금 손실을 넘어 마이너스로 손해가 커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옵션을 판 사람은 상대방이 원할 때 무조건 거래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기초자산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만 옵션을 팔 수 있다고 이해하기 쉬운데요,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옵션으로 아파트를 팔 수 있어요. 물론 이 배팅이 실패하면 수억 원의 돈이 그냥 나가게 되겠죠. 내가 아파트를 새로 사서 넘겨야 하니까요. 그래서 손실이 굉장히 커질 수 있어요.


금융업자: 포트폴리오에서 잘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운도 따라야 하니까 초보자는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어피티: 네…. 😥

금융업자: 특히, 다른 기초자산도 아니고 선물을 기초자산 삼아 하는 옵션 거래는 자격증이 있고 소속기관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절대 하지 마! 이론상 무한대의 손실까지도 가능해!

어피티: 선물도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니, 몰랐어요. 그래서 ‘선물옵션’이라고 하는군요.


우리는 모두 제삼자예요

선물과 옵션 시장이 커지면서 기초자산을 실제로 사고파는 사람은 점점 줄고, 방향을 예측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제 금융시장에는 정말 사과가 필요한 사람은 들어오지 않아요. 사과 가격이 어떻게 될지 판단해서 포지션에 따라 돈을 버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게 됐죠.


파생상품이 왜 복잡한지 아시겠죠? 

  • 처음에는 계약을 미리 했다가
  • 다음에는 계약을 사고팔다가
  • 다음에는 계약을 사고팔 권리까지 사고팔게 되었어요 


처음 선도계약이 선물이 될 때, 거래소가 ‘증거금’이라는 이름의 보증금만 있으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해두었기 때문에 ‘선물옵션’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 되었어요. 돈이 딱 증거금만큼만 있어도 내가 포지션을 잘 잡으면 큰돈이 들어오니까요. 반면 포지션을 잘못 잡았다? 옵션을 잘못 샀다? 바로 ‘청산’당하면서 증거금을 모두 잃게 되는 거예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선물과 옵션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세계적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올해 8월 2~10일, 신한투자증권에서 ETF LP 담당 직원들이 목적에 벗어난 선물 투자 거래로 13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냈어요. 금융시장에서 …
(2024.10.17 머니레터)

공유하기

경제 사전

기초부터 트렌드까지, 살아있는 경제 사전
All
0
1
2
3
4
5
6
7
8
9
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
경제상식
‘돈은 돌아야 돈이다’를 세 글자로 줄이면 유.동.성.
유동성(Liquidity)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 따져보는 개념이에요.
‘잘산다’의 기준, GDP
the 독자: 요즘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잖아요. 각 나라와 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번에 라떼극장에서 올림픽이...
12월 3일,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부마 민주항쟁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 일어났던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어요....
1금융권
#1금융권 은행 외에는 고금리의 사금융밖에 선택지가 없던 1970년대, 정부에서 ‘상호신용금고법’을 만들어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
2차전지
#2차전지 🏷️ 2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통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전지예요. 대표적인 2차전지로는 휴대폰 배터리가 있습니다. 종류는...
52주 신고가
#52주 신고가 52주 신고가는 특정 주식이 지난 52주(1년) 동안 기록한 가장 높은 주가를 말해요.
52주 신저가
#52주 신저가 52주 신저가는 특정 주식이 지난 52주(1년) 동안 기록한 가장 낮은 주가를 말해요.
bp(베이시스포인트)
#bp(베이시스포인트) 기준금리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bp’는 ‘basis point’의 약자예요. 금융에서 쓰이는 기본단위로,...
DSR
#DSR 🏷️  DSR(Debt Service Ratio)은 내 소득 대비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에요. DSR 40%라면...
DTI
#DTI 🏷️ DT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는 연 소득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을 의미합니다. 소득과 비교한 대출금...
ESG
#ESG ESG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ETF
#ETF (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 먼저 펀드를 이해하자면, 펀드는 분산투자를 위한 묶음 상품이에요. ...
1 2 3 15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금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