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계약: 장사할 때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어요
미래에 기초자산 가격 방향을 맞추는 게임을, 굳이 왜 시작했을까요? 그건 기초자산을 거래하는 장사꾼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에요. 금융시장이 발달하고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지금은 기초자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보다 제삼자, 즉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거래에 더 많이 참여해요. 하지만 원래 파생상품 거래는 기초자산을 직접 파는 당사자와 기초자산이 필요한 사람 사이의 거래였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 대형빵집: 덕분에 올해 사과 샌드위치가 가장 잘 팔렸습니다. 내년에는 달고 과즙 많은 사과 12톤 부탁드립니다. 너무 잘 팔려서 주문 물량을 20% 늘렸어요.
🍎 과수원: 저희는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내년 날씨가 심상찮네요. 올해처럼 작황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 대형빵집: 그것 참 걱정이네요. 저희는 미리 대량 계약을 할 테니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이 1kg당 1,000원에 납품해 주실 수 있나요?
🍎 과수원: 내년에 올해보다 사과 가격이 오르면 저희로써는 손해인데… 하지만 미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시죠.
🥙 대형빵집: 좋아요. 우리 둘 다 손해를 줄일 수 있겠네요.
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의 첫 번째 자식인 ‘선도계약(forward)’이에요. 이 선도계약 거래의 어느 부분이 손해를 줄이는 계약이냐고요? 계약 내용을 살펴볼게요.
- 계약 당시 사과 1kg 가격: 10만원
- 계약 물량: 12톤(=12,000kg)
- 선도 계약 체결: “내년 가을에 1kg당 10만원으로 사과를 거래하기로!”
상황1: 그런데 이듬해 가을이 되자 수확량이 줄어서 시장에서 사과 가격이 1kg당 15만 원으로 급등했어요.
- 🍎 과수원: 사과 12톤을 시장에 팔면 1억8000만 원을 벌 수 있지만, 빵집에 1억2000만 원만 받고 팔아야 함
- 🥙 빵집: 사과 12톤을 시장에서 사면 1억80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과수원에 1억2000만 원만 내고 가져갈 수 있음
이 경우, 빵집은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요. 시장 전체가 사과 품귀 현상을 겪는 만큼, 물량을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고요.
상황2: 반대 경우도 있어요. 사과 농사가 너무 잘 되어서 시장 전체에 사과 물량이 확 풀려버린 거죠. 시장에서 사과 가격이 1kg당 8만 원으로 급락했어요.
- 🍎 과수원: 사과 12톤을 시장에 팔면 9600만 원밖에 벌지 못하지만 선도 계약을 한 덕에 1억2000만 원을 벌 수 있음
- 🥙 빵집: 밖에서 9600만 원만 주면 사과 12톤을 살 수 있지만, 선도 계약대로 1억2000만 원을 내고 사야 함
이때는 과수원이 넘쳐나는 사과를 팔려고 새 거래처를 찾아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겠죠.
만약 실제로 과수원에서 사과 12톤을 모두 생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선도계약은 사과라는 실물이 반드시 공급되어야 하니까, 계약 불이행이 되어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면 다른 과수원에서 사과를 사서라도 납품해야 하겠죠. 기업 간 실물 계약이 돌아가는 방식이에요.
이 선도 계약은 1848년, 투자용 금융상품이 되어 정식으로 증시에 들어오게 돼요. 이때부터는 ‘선물(futures)’이라고 불리죠. 어떻게 선도계약이 선물로 진화했는지, 다음 편에서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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