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고교 시절부터 신문부 활동을 하면서 기자의 꿈을 키웠어요.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의 구석구석을 취재하고 기록했죠. 제가 목격한 현장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이후 학교 영어잡지사에 합류하게 되었고, 학교 발전홍보팀에서 사진 기자로 일할 기회도 얻었어요.
진로 결정의 순간은 입대해 헌병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찾아왔어요. 부대의 게이트를 지키며 눈으로는 사진을 담는 연습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제대하면 뭐하고 살지’ 하는 고민을 되뇌고 있었죠.
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기자를 꿈꿨던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거든요.
경험해 보니 기자라는 직업은 이타심보다는 공정함, 그리고 날선 비판도 할 수 있는 예리한 논리가 더 중요한 직업이었어요. ‘마음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제게 기자라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게 뭐지? 아! 사진이 있구나.’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작업은 제가 생각하는 이타심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인물 사진을 찍을 때면 온전히 피사체에 집중하면서 ‘참다운 모습을 잘 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찍은 사진을 건네면 사람들도 제 진심을 알아주었어요. 사진에 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그렇게 사진은 저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기로 하고, 군 제대 후에는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 다녔더니 사람들이 저를 ‘카메라 들고 다니는 친구’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학교는 저에게 맘껏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어요. 학교를 졸업하며 제가 찍은 학교 사진을 모아 책도 내고, 전시도 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온전히 사진 찍는 일에만 집중했어요. 사진을 찍어 얻게 되는 수익이 커지고, 기업 고객들이 생겨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했죠. 그러다 보니, ‘창업해야지’ 하는 목표를 세울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돈을 버는 ‘직업’이자 삶을 즐기는 ‘방법’이에요
대학 시절, 큰 페스티벌의 공식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발탁되어 일한 적이 있어요. 선배들이 해 온 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제게도 기회가 주어졌어요. 한창 축제 현장을 촬영하던 중, 옆에서 한 선배가 그러시는 거예요.
“이런 곳은 카메라 놓고 와서 놀아야 재미있는 건데.”
“그런가요?” 하고 대꾸했지만, 생각해 보니 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곳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게 제게는 훨씬 재미있었죠.
‘나에게는 사진을 찍는 것이 축제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구나.’
그때, 사진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지치지 않고 즐겁고 풍부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제게 있어 사진은 천직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지금까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