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죽기 전에도 쓸 수 있어요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중 하나는 종신보험은 사망 시에만 보험금(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에요. 사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이후까지 평생(종신) 보장하는 상품이에요.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하면 약정한 보험금이 가족(수익자)에게 지급되죠.

보통 ‘일반사망’이라 부르는 모든 사망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종신보험의 핵심인데요. 일반적으로는 생명보험사에만 있는 상품이에요. 왜냐하면 생명보험사는 질병, 상해, 재해 등 사망을 ‘일반사망’으로 묶어 모두 보장하지만(고의적 사망이나 가입 2년 이내의 자살은 제외) 손해보험사나 화재보험사는 사망을 ‘질병사망’과 ‘상해사망’으로 나누고 그 둘의 경우만 보장해요.

무엇보다 손해보험사나 화재보험사에서 칭하는 ‘사망’은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종신보험이라 부를 수 없어요. 질병사망은 80세, 상해사망은 100세까지만 보장해요.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은 ‘죽어서’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 맞지만, 사실 ‘살아서도’ 받는 보험이 바로 종신보험이에요. 살아서 어떻게 받는지 궁금하시죠? 종신보험의 ‘종신’이라는 글자에 중대한 비밀이 숨어있어요.

종신보험에는 ‘복리’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요
보험의 구조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식인데요. 이때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또는 수익자에게 장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 해약환급금, 계약자 배당금 등 계약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미리 적립하는 부채성 자금을 ‘책임준비금’이라고 해요. 보험계약자의 권익 보호와 보험사의 지급여력 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에요. 만약 보험사가 폐업 등으로 청산하게 되면 계약자에게 우선하여 지급해야 할 돈이기도 해요.

종신보험은 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보장하는 상품이므로 책임준비금이 사망보험금이라 보아도 무방해요. 어떤 시점에 사망해도 약정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고, 정해진 보장 만기가 없어 언젠가는 반드시 지급되는 보험이에요.

여러분은 ‘생명보험사’가 금융기관의 한 유형이란 사실 알고 있나요? 생명보험사는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건실하게 운용해야 하는 금융기관이에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을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요. 주담대(주택담보 대출)와 보험계약 대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어요. 


생명보험사가 금융기관이라는 걸 짚어드린 이유는 종신보험에는 ‘복리’라는 이자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예요. 오래 유지할수록 총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는 거죠. 어떤 보험사에 가입했는지, 언제 가입했는지에 따라 적립금(해지환급금)이 쌓이는 구조나 이율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종신보험의 복리 구조로 인해 납입 원금보다 받을 돈이 더 클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은행 예금에 가입하듯이 저축의 한 방식으로 종신보험을 이용하는 것이고요.

종신보험은 연금으로도 활용 가능 해요
종신보험에 연금 전환 특약이 있는 경우, 이 적립금을 중도 인출하거나 노후 자금(연금 전환, 연금 선지급 등)으로 바꿀 수 있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어요. 연금 전환은 말 그대로 내 종신보험의 적립금으로 연금보험을 다시 사는 형태로, 종신보험에서 연금보험으로 보험의 종류가 전환됩니다.

연금 선지급은 사망보장을 위해 적립된 돈을 연금처럼 덜어 쓰는 개념으로 보험의 종류는 바뀌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연금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어요. 종신보험에 따라 이 두 가지 기능이 모두 들어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서 내가 가입한 종신보험의 약관을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이제 사망보험금을 죽기 전에 쓸 수 있어요
최근 금융위원회는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에 대해 획기적인 발표를 했는데요. 바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제 ‘사후 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 소득’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예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연금이나 요양 서비스 형태로 받을 수 있어요. 그간 특약이 있어야만 연금 형태로 전환이 가능했었는데, 대상과 방식이 확대된 거예요.

물론 모든 종신보험 가입자에게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계약기간이 10년 이상, 납입기간이 5년 이상,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계약으로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해요.

과거 가입한 종신보험에도 제도형 특약을 일괄적으로 부과할 계획인데, 변액종신보험(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하여 투자 수익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변동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나 금리 연동형 종신보험, 단기납 종신보험(일반 종신보험보다 납입 기간이 짧은 상품), 초고액 사망보험금은 1차 대상에서 제외돼요.

간단하게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가입한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은 대부분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요. 2024년 12월 말 기준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계약은 약 34만 건이에요. 향후 만 65세에 도달하는 계약자와 납입 완료자가 증가하면 유동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이제 종신보험이 죽어서만 받는 보험이 아니라는 말이 이해 되시나요? 종신보험은 저 같은 프리랜서에게는 특히 유용한데요. 한정된 수입 안에서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책임과 노후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보험이기 때문이에요.

보험은 완납만 하면 계약자가 이기는 게임과 같아요. 나에게 잘 맞는 게임을 고르고, 이를 끝까지 완주하는 게 중요하겠죠. 그러려면 옆에서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잘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필요하지요. ‘보험 화이트박스’가 여러분의 현명한 보험 생활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요. 

📌 필진 소개: 어피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글 쓰는 보험설계사 서지은입니다. 2022년보험 족보시리즈로 만난 후 3년 만인데요, 그동안 보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보험의 입문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에서 정말 궁금했던 보험 관련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콕콕 집어 전해드리려 해요.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아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험 화이트박스’ 로 매주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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