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없는 다가구 1억 3천 반전세 집을 은행이 경매에 넘긴 그 후, 이렇게 삽니다


📌 필진 소개: 잘쓸레터 객원에디터 프로젝트 잘쓸레옹 ‘자취생 희수’입니다. 올해 3월 초 자취방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변호사 없이 나홀로 전세사기에 대응해오고 있어요. 원래도 절약하던 자취생이었는데 전세사기 후 더더욱 절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400억 대 전세사기 빌라왕”
“3,400여 채를 가로챈 빌라의 신”

이런 뉴스 헤드라인, 한 번쯤 본 적 있으시죠? 예전엔 남의 일처럼 보였는데, 올해 저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3월 초, 제 반전세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보증금 1억 3천만 원이 들어간 집이었죠. 보증보험 없는 다가구 주택이라 더 답이 없었어요. 처음엔 실감이 안 났습니다. 그래서 계속  전세사기에 대해 알아봤어요. 블로그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온갖 정보를 찾아봤는데 저와 비슷한 상황이 거의 없더라고요. 실제로 겪어보니 전세사기는 정말 오래 걸리고, 답답한 일이 많아 지치더라고요. 게다가 변호사 없이 나홀로 대응을 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모르는 것투성이라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안 그래도 멘탈이 나간 상태인데 전세사기 피해자임을 입증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거든요. 

집주인과 나눈 문자와 경매 안내문, 출처: 희수 님


만약 제가 이 빚을 다 갚아야 한다면? 지금까지 안 쓰고 안 먹고 엄청 아끼면서 모은 전 재산을 전부 잃고도, 몇 년 동안 일을 더 해야 마이너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계산해 봤어요.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그게 전부 사라지는 건가? 사기 피해자로도 인정 못 받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우울과 무기력에 빠졌어요. 이건 가짜 현실일 거라며, 진짜 현실을 찾겠다고 스타듀밸리(할아버지에게 자가 1채를 받고 시작하는 농사 게임)를 하루 12시간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세사기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어요. 1억 3천을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 제가 쓰는 돈은 제가 정할 수 있잖아요. 내일 먹을 밥, 이번 주말에 할 일, 다음 달 취미 생활. 이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절약을 통해 내가 내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안정감을 다시 찾게 되었어요. 위기를 기회로! 오히려 이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며 방문자 수를 늘려가며 협찬을 받기도 하고요. 식비 절약을 위해 시작한 요리 과정을 숏폼으로 만들어 틱톡, 인스타, 유튜브 등에 올리며 수익화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진 일상도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내 삶을 다시 단단하게 만든 절약 루틴

먼저, 혹시라도 전세를 고려하고 계신 독자님들이 있다면 아래 네 가지만큼은 꼭 알고 가세요.


전세사기 경험자가 알려주는 계약 팁

  • 서울시 전세사기 예방 A to Z 이북 보기
    서울시에서 전세사기 예방에 관해 설명해둔 이북이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더라고요.
  • 계약 전이라면 유료로 안전진단 서비스 앱 이용해보기 (내집스캔, 세이프홈즈 등) 
    원하는 주소를 넣으면 근저당의 안전 정도, 집주인 전세사기 이력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어요.
  • 계약 후라면 무료로 등기부등본 알람 서비스 신청하기
    저의 경우 국민은행 앱인 ‘KB스타뱅킹’ – 부동산 – 부동산등기변동 알림서비스를 신청해뒀어요. 가압류나 경매 등 등기부등본에 변동사항이 생기면 하루 안에 알림이 오는데 이것 덕분에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나홀로 법적 대응을 하실 분들이라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블로그 참고하기
    이미 전세사기에 노출되었다면 제 블로그에서 전세사기 카테고리를 참고하는 것도 추천드려요. 최근에 전자소송포털 홈페이지 UI가 바뀌었는데 최신 버전으로 화면 하나하나 캡처해서 어디 클릭하면 되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뒀거든요. 제가 법 전문가도 아니고 직접 겪은 것밖에 모르긴 하지만, 무료법률상담 종류 및 후기, 경매 배당요구 신청, 내용증명,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소송, 피해자 신청, 전세대출 연장 등 전반적인 내용은 다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부터 전세사기 이후 제 삶을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된 절약 루틴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아주 전문적이고 특별한 절약 팁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고통 속에서 회복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했다는 맥락에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취미를 가성비 있게 즐기는 법

저는 손을 움직이는 걸 엄청 좋아하는 편이에요. 프랑스 자수, 그림, 뜨개질, 귀걸이·책갈피 만들기, 집꾸미기 등, 길게 보면 정착한 취미는 따로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아주 저렴하게 해왔습니다. 바로 아래 3가지 방법 덕분이죠.

다이소 재료로 직접 만들어 하고 다니는 장신구, 출처: 희수 님


  • 다이소 이용하기
    다이소에서 옛날에는 생필품 위주로 사곤 했는데 요새는 취미 코너도 엄청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초보라면 비즈팔찌, 십자수, 키링 만들기, 인형 만들기, 양모펠트 등 하나의 제품만 사도 재료랑 설명서가 모두 들어있는 제품을 추천해요. 도전 정신이 강한 분이라면 유튜브에서 다이소 DIY 영상을 검색해본 뒤 재료만 사서 만들어볼 수도 있고요. 저는 이렇게 산 재료로 진주 목걸이와 반지를 직접 만들어서 쓰고 있답니다.


  • 지역구 지원정책 활용하기
    서울에는 청년 정책을 전부 모아놓은 ‘청년몽땅정보통’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청년지원정보에서 문화/예술 칸에 들어가면 강의나 전시부터 시작해서 원데이 취미 클래스가 꽤 많아요. 저는 여기서 진주 액세서리 만들기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짜 진주와 비즈를 이용해서 몇 주간 반지, 팔찌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었어요. 전부 무료였답니다. 다른 지역구에도 청년 관련 원데이 클래스가 많을 테니 찾아보세요.


  • 내일배움카드 이용하기
    내일배움카드가 있다면 국민 누구나 5년간 300~500만 원 한도 내에서 다양한 직무 교육을 들을 수 있어요. 바리스타, 조리기능사, 엑셀, 피그마, 영상편집 등 다양한 과정이 있는데 자비부담이 적어서 좋더라고요. 저는 커피를 마시진 않지만 만드는 건 좋아하기 때문에 바리스타 학원을 다녔고, 지금은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 있습니다. 민간 바리스타 자격증 2급의 경우 일반 학원에 간다면 수강비만 20~30만 원 정도이지만,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면 본인부담금 없이 0원으로 들을 수도 있어요. 근로·자녀장려금 수급자라면 15만 원 선으로 할인되니 꼭 고용24 홈페이지에서 본인부담금액을 계산해 보세요.


두 번째, 운동을 가성비 있게 즐기는 법

저는 운동도 좋아했다가 식기를 반복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해본 게 많은데요. 세어보니 크로스핏, 요가, 플라잉 요가, 필라테스, 클라이밍 등등 약 10가지의 운동을 해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돈을 아끼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실제 집 근처에서 찾은 운동 프로그램들, 출처: 희수 님


  • 다이소 이용하기
    홈트용 장비를 원한다면 다이소를 꼭 가보셔야 해요. 매트, 마사지볼, 라텍스 밴드, 폼롤러, 아령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거든요. 그 외에도 배드민턴, 수영 용품, 자전거 용품까지 다양하게 팔더라고요. 올해 여름에는 저도 배드민턴 세트를 장만해서 열심히 쳤답니다.


  • 취미지원사업 활용하기
    생활건강체육진흥회라는 곳에서 취미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제주, 광주도 해당하는 지원사업이에요. 헬스, 필라테스, 크로스핏, 요가, 복싱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 비용을 50%나 지원해줘요. 거의 매달 모집하기 때문에 거리만 괜찮다면 부담 없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지역구 체육센터 이용하기
    네이버 지도에서 ‘운동센터’라고 검색하면 본인 근처 구립 센터를 찾아볼 수 있어요. 이곳들의 장점은 엄청 저렴한 가격에 취미,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필라테스, SNPE, 스피닝, 수영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종목이 있는데, 제가 본 곳 중엔 매트 필라테스 주 2회에 월 3만 5천 원인 곳도 있었어요. 그 외에도 피아노, 보컬,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저렴하게 배울 수도 있으니 정말 추천합니다.


세 번째, 식비 아끼는 법

요리를 직접 하면 돈도 아낄 수 있고, 저는 숏폼에 음식 해 먹는 모습을 올려서 수익화도 시도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 다 올리는데 따뜻한 댓글을 보면 외로움을 잊게 되더라고요.

요리 과정을 숏폼으로 제작한 모습 출처: 희수 님


자취 초반에는 그램당 가격, 개당 가격만 보고 가성비라며 대용량을 구매한 적이 많은데요. 한두 번 먹고 나머지는 상해서 버려야 했던 일이 대략 75회쯤 있고 나서 이제는 소용량만 사고 있답니다. 저는 보통 집 근처 시장, 킴스클럽, 쿠팡을 이용해요.

직접 해 먹은 홍가리비찜과 치즈구이 출처: 희수 님


지금처럼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제철 음식인 홍가리비를 자주 사는 편이에요. 2kg에 만 원 정도라서 2~3명은 먹을 수 있는데요. 껍질을 박박 씻은 뒤 청하, 크러시드 페퍼만 넣고 팔팔 끓여도 엄청 시원하고 맛있는 홍가리비 술찜이 되고요. 그중에 몇 개는 뚜껑만 따서 모차렐라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200도 5분 돌리면 홍가리비치즈구이 완성이에요. 그렇게 먹고 아쉽다면 파스타면 끓여서 봉골레처럼 먹어도 맛있답니다.

직접 해 먹은 안키모 김밥과 단새우회, 출처: 희수 님


요즘은 ‘찬밥식당’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해서 저렴한 자취 요리를 하나씩 따라 해보는 중이에요. 안키모(아귀간)를 이용한 초간단 김밥 같은 호소마끼도 만들어 봤고, 단새우 회도 냉동 제품으로 사봤는데 20마리에 6천 원 정도라 가성비가 미쳤더라고요. 


오븐 살 돈을 아껴서 노오븐 베이킹도 많이 해요. 곰쓰님 레시피로 만든 전자레인지 초코케이크도 만들어 봤고 특히 에어프라이어 휘낭시에 레시피는 지금까지 해본 레시피 중 베스트예요. 여러 번 시도해서 드디어 적정 오븐 온도를 알아냈는데, 흰자를 넣고 하는 건데 완전 겉바속촉, 촉촉 꾸덕해서 정말 맛있어서 앞으로 휘낭시에 안 사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밖에서 사 먹으려니 1개에 3~4천 원이거든요. 


휘낭시에 만들고 남은 노른자는 전부 크림브륄레와 계란과자를 만드는 데 썼어요. 계란 하나로 베이킹을 세 개나 하는 셈이죠.


이렇게 집밥을 해 먹다가도 가끔은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땐 블로그가 최고예요. 평소에 제가 검색해보는 것들을 위주로 정보글을 쓰면 방문자가 늘어나는데, 저는 일 방문자 수 100명 정도일 때부터 맛집 협찬을 받기 시작했어요. 일 방문자 수가 500~1,000명 정도일 때는 매달 70~80만 원 정도의 외식을 협찬으로 해결했습니다.


현재 저는 전세사기 대응으로 주거지원 이사하기, 개인회생하기 딱 2가지만 남은 상태예요. 이 모든 절차를 위해 취업도 했습니다. 원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따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일단 취업을 택했어요.


절약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오로지 돈 때문에 포기하면 오히려 나중에 과소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당장 내일 죽을 수도, 100살까지 살 수도 있으니 어떤 미래가 찾아오든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면서도 지금의 나를 위해 많은 경험을 해보려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한 내용이 독자님들께서 절약을 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즐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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