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치른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이변이 발생했어요. 일본은 미국처럼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으로 나뉘어 있는 국회 양원제인데,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과반을 얻지 못한 거예요. 일본의 보수우파 정당인 자민당은 1955년부터 올해 2024년까지 약 6년 정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60여 년간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해 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절반이 의석수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야당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권교체까지 각오해야 해요. 바로 지난달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며 자동으로 일본 총리를 겸하게 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한 달 만에 ‘아베노믹스의 실질적 종료’라는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힘을 잃은 셈이에요.
금리 인상이 조금 더 멀어졌어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지지해, 그가 총리로 선출되자마자 전날까지 1달러 145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곧바로 142엔대가 되며 강세를 보였어요. 일본은 경기부양과 수출기업 경쟁력을 위해 오랫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어요.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기업에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금리를 인상해 서민들의 고통을 유발하던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고 연금생활자의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던 거예요. 전임 아베 총리의 대표적인 경제정책과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이에요.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취임 초기임에도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자신의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인기가 떨어졌어요. 자민당의 선거 참패 소식이 들리자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엔을 돌파하며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어요.
정인 한마디
💥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린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중도좌파 성향이에요. 만약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연합이 이뤄진다면 일본 정치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일단 ‘전력(군대) 보유 금지’를 명기한 헌법 9조를 개헌, 재무장하려던 움직임이 멈출 거예요. 사회복지라든지 친환경 관련 정책에도 힘이 실리겠죠. 물론 이번 참패로 일본 정치가 완전히 반대로 갈 수도 있어요. 자민당 내 온건 비주류였던 이시바 총리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 등장하게 될 자민당 총리 후보는 대개 극우파거든요. 일본 야당들은 잘 뭉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높아요. 만약 이 시점에 트럼프 재선이 이뤄진다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일본은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추구하며 우리나라를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고정하기 위한한 전략을 펼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