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이에요
어떤 분은 제 이력을 보고 ‘일관성이 없다’고 하고, 어떤 분은 ‘못 할게 없겠다’고 하세요. 둘 다 맞는 말이에요. 산업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마케팅이란 결국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라 어떤 영역이든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은 다 잘할수 있거든요.
저는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각국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글로벌 본사가 없고, 4개의 지역 본부가 각자 플랜을 세워 필요한 부분만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13개 국가의 마켓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략과 지역별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전략을 같이 연구하고, 실행해요.
13개국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출장이 많은 편이에요. 한 달에 두 나라 정도는 출장을 가고 분기별로 한 번씩 사장단 회의에서 플랜을 발표해요. 1년에 두 번 아시아 마케팅 미팅을 주관하는데, 여기에서 많은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죠.
플래닝을 하는 동시에 팀원들에게 프로젝트 브리핑을 해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해서 두세 달 정도의 캘린더는 회의와 출장으로 짜여 있고, 이후 일정을 연속적으로 플래닝 해야 한답니다.
경제적 보상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직장인의 가치는 결국 경제적 보상으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커리어 단계에 따라서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다음 커리어의 레버리지를 만들수 있는 요인들(회사 네임 밸류, 특정 기술 등)은 돈으로 채울 수 없거든요.
저는 이직할 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연봉 상승’과 ‘전문성 강화’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선택했어요.
명품 회사에 다닐때 일은 재미있었지만 마케팅에 있어서 자율권이 부족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제가 계획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으니 무능한 마케터가 될 것 같아 두려웠죠.
화려함과 편안함을 뒤로 하고 경쟁이 치열한 음료(맥주)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어요.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는 대기업 시스템이 궁금해 급여를 낮추면서 이직했어요. 기대했던 대로 대기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저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때 이를 보완해주는 옵션이 생기면 주저 없이 선택했던것 같아요. 그렇게 가다 보면 뭔가 완성되어가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보상에 만족하지만,
‘회사 인간’이라는 사실에 한계를 느껴요
저는 마케터라는 직무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는 받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싱가포르 물가가 너무 비싸서 아이 둘을 키우고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이 허무 포인트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국제도시의 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업무가 기업에 소속되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끊임없이 트렌드를 공부해야 하고, 감각이 무뎌지지 않게 노출시켜야 하는 압박도 있고요.
어떤 브랜드이든 코어 타겟은 20~30대라서 그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곤란하고,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은 쉽지 않거든요.
오랫동안 쓸모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을 30년 동안 잘해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비지니스를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기업에서 사장으로 일하던, 자기 사업을 하든, 늘 새로운 가능성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계속 저를 필요로 한다면 좋겠지만, 결국에는 자기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지금부터 서서히 다양한 밸류를 만들수 있는 사람으로 변신해 가고 싶어요. 공저자의 형태로나마 책을 낸 건 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