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없었던 라면
지금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던 1960년대에는 아무도 라면을 사 먹지 않았어요. 국수와 달리 꼬불꼬불한 라면은 사람들에게 낯설었고, 밥 아닌 무언가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드물었어요.
the 독자: 확실히, 명절에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면 이것저것 잔뜩 먹었는데도 ‘이제 밥 먹자’ 하셔서 화들짝 놀랄 때가 있어요.
어피티: 부모님 세대도 샌드위치 같은 거 드시면서 ‘밥 먹기 전에 간식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하시는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에서는 삼양이 1963년 9월에 처음으로 봉지라면을 출시했어요. 한 봉지에 10원 정도 했고요. 짜장면이 한 그릇에 15원이었던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라면 한 그릇이 요즘 돈으로 4천 원에서 5천 원 정도 하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저렴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가격이죠. 이런 장벽을 의식한 탓인지, 처음 라면을 출시한 해 삼양은 판매 캠페인을 서울역 광장에서 1년이나 펼치기도 했어요.
삼양에서 처음 선보인 ‘삼양라면’은 일본의 ‘치킨라멘’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 한국 사람의 대중적인 입맛과는 거리가 좀 있었어요. 1960년대에는 이후 출시된 된장 맛 라면이 인기였고, 1970년대에는 김치 맛이 인기였다고 해요. 지금처럼 얼큰한 맛을 개발한 건, 1965의 롯데공업, 지금의 농심인데요. 농심이 라면 업계에 뛰어들고 경쟁이 붙으면서 각종 마케팅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도 라면업계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마케팅일 정도로, 시작부터 홍보와 마케팅이 치열했어요. 1967년에 농심에서 식품업계로서는 최초로 대규모 할인 판촉 행사를 할 정도였거든요. 농심의 뒤를 이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신한제분의 닭라면, 동방유량의 해표라면, 풍년식품의 뉴라면, 풍국제면의 아리랑라면 등이 출시되었는데 대부분 얼마 못 가 생산 중단되었어요.
1960년대가 다 지나기 전인 1969년, 경쟁력이 부족했던 기업은 모두 시장에서 밀려나고, 농심과 삼양의 2파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경쟁 구도가 1983년까지 이어지다가 1983년에는 경쟁이 한층 격렬해져, 한국야쿠르트, 1986년에 빙그레, 1987년에는 오뚜기라면도 라면시장에 뛰어들었어요.
러시아의 국민 해장국인 ‘도시락’은 한국야쿠르트 제품이고, 손에 꼽는 인기 제품인 ‘진라면’과 ‘열라면’은 오뚜기 제품입니다. 빙그레는 2003년 풀무원에 라면 사업을 양도하고 시장에서 철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