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독자: 으앙 어떡해! 😣 이럴 수가.
어피티: 무슨 일이신가요?!
the 독자: 아껴두었던 한정판 크림빵에 곰팡이가 피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빨리 먹어 버릴 걸 그랬어요.
어피티: 그런 말이 있죠. ‘고기는 먹어야 맛이고 돈은 돌아야 돈’이라는…
the 독자: ‘고기는 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 아닌가요?
어피티: 어쨌든 무엇이든 쓸모에 맞게 사용을 해야 값어치를 한다는 뜻이죠. 음식은 유통기한 내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먹고, 돈은 써야 할 때 필요한 곳에 늦지 않게 쓰는 것이 중요해요. 🤗
저축은 굉장한 미덕이에요. 소비자 개개인에게 과소비를 권장하는 경제적 조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죠.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서 큰 그림을 바라보면 사정이 달라져요. 모두가 한 푼도 쓰지 않는 나라는 곧 파산해 버릴 테니까요. 왜냐고요? 시장에 돈이 돌지 않아서, 누구도 돈을 못 벌게 되거든요!
갑자기 돈 쓸 일 생겼는데
현금이 한 푼도 없다면?
유동성(Liquidity)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 따져보는 개념이에요.
the 독자: 왜 굳이 현금으로 바꿔야 하나요?
어피티: 카드값이나 전기세, 점심 식비를 부동산이나 금반지로 치를 수는 없으니까요. ☺️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굉장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값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 다른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현금이 부족한 고령자가 빈곤에 시달리는 것이 사회적 문제이기도 해요. 실거래가 10억 아파트도 다 팔려야 돈인 것이죠. 10만 원어치 장을 보려고 집문서를 넘기고 99억9천990만 원을 거슬러 받을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되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서 10만 원어치 장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곤란하지만, 반대로 손님이 오지 않아 장사가 안 되는 상인도 사정이 어려워져요.
돈은 손님에게서 상인에게로, 상인에게서 또다른 상인에게로, 상인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기업으로 계속해서 이동해야 값어치를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실제 돈이 시장에서 작동하는 모습이기도 하죠. 이렇게 돈이 옮겨다니는 모습이 마치 물이 흐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돈이 흐르는 성질’을 ‘유동성’이라고 불러요.
자산은 모두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요. 유동성이 높은 자산과 낮은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현금으로 빨리 바뀌는 자산이에요.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현금으로 바꿀 때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자산이고요.
유동성이 높은 자산
- 쉽고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가 크게 들지 않는
- 누구나 대략적인 시장가격을 인정하는 자산
- 예시: 현금, 예적금, 주식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
-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고 거래 과정이 느린
-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와 세금이 꽤 드는
- 정해진 가격이 없어 상호 거래가를 합의해야 하는 자산
- 예시: 부동산, 골동품, 예술품 등
유동성이 부족해서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the 독자: 오늘 투자 공부 하다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말을 들었어요! ‘흑자도산’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흑자도산이었다던데요?
어피티: 흑자도산, 장사해서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업장이 망하는 현상이죠.
the 독자: 그러니까요. 이익을 냈는데 어떻게 부도가 난다는 거죠? 🙄
어피티: 회계에서 이익은 장부상 이익도 이익이고, 문제는 통장에 진짜로 현금이 꽂히냐 여부거든요. 거래처에서 1년 후에 받을 돈이 100억 원이라 회계상 흑자라도, 당장 직원 월급 줄 300만 원, 은행에 대출이자 낼 30만 원이 없으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답니다. 🤗
the 독자: 간단히 ‘유동성이 경색됐다’는 말씀이시죠?
어피티: 맞아요! 우리 the 독자님 천재! 😍
받을 돈이 있어도 그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유동성은 단단히 말라붙어 버려요. 은행에 돈이 없어 대출이 어려울 때도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말해요. 그러면 기업들은 필요한 돈을 융통할 곳이 없어 무너지고 말아요. 기업이 무너지면 임직원은 실직자가 되어 임금을 받지 못하니 지갑을 닫게 되고요. 그러면 또다른 기업이 매출을 내지 못해 무너지겠죠. 이런 방식으로 전체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면 경제가 급속히 쪼그라 들어요. 경제 위기, 혹은 경기 침체가 오고야 마는 거예요.
반대로 유동성이 흘러넘치면
인플레이션이 와버린다고?
여기서 간단하게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지난 2021년과 2022년,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폭등기를 떠올려 볼게요.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사지 못할 것 같다는 공포심에 너도나도 무리해서 집을 마련하던 시기였어요. 값비싼 아파트인데 다들 거래대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거래량이 굉장히 크게 늘어났던 것 기억하실 거예요.
오늘 내놓은 집이 오늘 계약 문의가 들어오고, 가격을 좀 올려도 웬만하면 계약 체결을 하자고 하고…. 그러면 판매인으로서는 값을 안 올릴 이유가 없죠. 잘 팔리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거래량이 풍부하다는 건 그만큼 수요도, 공급도 많다는 뜻이어서 이렇게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랍니다. 물가가 비싸지는 거예요. 부동산 거래는 이해하기 편리한 예시예요.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려면 대출도 잔뜩 받고, 그간 통장에 꼭꼭 모아뒀던 예적금도 인출하거든요. 바로 가둬놨던 돈이 시장에 나오는 모습,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는 모습이에요. 이렇게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물가가 올라서 인플레이션이 슬그머니 찾아온답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것이 경제정책
이쯤 되면 이런 생각도 들 거예요. ‘유동성이 부족하면 경기가 가라앉고, 유동성이 풍부하면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그럼 적정한 수준이 되도록 유동성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며 조정하면 되겠네?’ 정답입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통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조정할 수 있어요.
금리를 높이면 대출받기가 부담스럽고, 이미 받은 대출금도 얼른 갚아야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소비나 투자를 줄여요. 그래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물가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대출받기가 쉬우니 가계도 기업도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돈을 빌려 쓰게 되죠. 시장에 돈이 돌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물가가 올라요. 이런 경제정책을 바로 ‘통화정책’이라고 한답니다.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유동성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