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해 보이는 제 커리어, 모두 하나의 여정이었죠

글, 조이

외교관으로 일해온 한 후배가 곧 퇴사를 앞두고 있어요. 그의 새로운 커리어는 요가 강사입니다. 어릴 적 꿈이었던 외교관이 되어 15년을 후회 없이 일했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상한이 없는 가능성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해요.

이 후배만의 일은 아닙니다. 정년은 짧아지고, 인생은 길어지면서 공공의 영역과 민간기업의 영역을 넘나들며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할 윤정 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예요. ‘제주올레’에서 일하는 윤정 님은 홈쇼핑 PD로 커리어를 시작해, 시민단체와 자영업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다른 일로 느껴지지만, 모두 윤정 님이 ‘나답게’를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사진 제공: 최윤정

오늘의 프로일잘러, 윤정 님

조이: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세요.

윤정: 걷는 여행길을 만드는 ‘(사)제주올레’의 기획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기획실에서는 교육, 후원, 캠페인을 관장합니다. 이 과정이 진정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기획, 운영, 유지될 수 있게 관리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제 일이에요.

외부 파트너와 함께 운영하는 사업도 많은데요, 기획실에서는 각 사업이 제주의 환경에 유익한지, 제주올레의 지향점과 연결되는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해 진행해요.

“PD에서 시민단체 활동가,
자영업자로 경력을 이어왔어요”

조이: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윤정: ‘홈쇼핑 PD’, ‘공정무역 시민단체 활동가’, ‘여성 전용 민박집 자영업자’로 경력을 이어왔어요. 

교집합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경력 같지만, 모두 연결되는 맥락이 있어요. 홈쇼핑 PD로는 6년 일했는데, 상품 판매를 위해 방송 스텝을 꾸리고, 생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을 책임졌습니다. 

PD는 어리거나 미숙해도 ‘리더’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직무예요. 그렇게 스스로를 리더로 단련하며 20대를 보냈어요. 30대가 되고나니, 직업을 바꾸지 않는다면 50세가 되어서도 이 일을 할텐데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 그만두었습니다. 

“공정무역 시민단체에서 5년을 보냈어요”

홈쇼핑 회사와는 조직 논리가 많이 달랐지만, 그동안 해왔던 일(마케팅, 영업, 판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 좋았습니다.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 차의 원재료를 수입해,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에 유통하는 업무였거든요. 

회사 생활과 비교하면 시민단체의 근무환경은 열악했지만, 세상을 정의롭게 해석하고 즐겁게 이뤄가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어요. 

“40대가 되면서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한 달 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여성 전용 ‘일주일 살기’ 숙소를 운영했어요. 숙소는 여성 1인이 독실에서 6박 7일 동안 머무는 컨셉이었죠.

대중적이지 않은 컨셉이었지만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온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일을 해내고 보니, 그 일들이 연결되어 지금은 상황에 맞게 필요한 역량을 꺼내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5점 만점에 4점의 일이지만,
남은 1점의 몫은 저에게 있어요”

조이: 다시 지금 하는 일로 돌아와 볼게요. 제주올레 기획업무의 단, 짠은 무엇인가요? 

윤정: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작게라도 시도해 볼 수 있어요. 

작은 시도가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면, 본격적으로 일이 되게 만드는 과정 역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고요. 스타트업처럼 운영된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의 일에 만족하냐’라고 묻는다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어요.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내 기획을 실행해 볼 수 있는 조직,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는 크고 작은 사업, 조직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요. 

만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저에게 있어요. 제가 이런 환경에 잘 부응한다면 마지막 1점이 더해져 5점, 그렇지 않으면 4점에 머물 것 같아요.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어요”

조이: 함께 일할 동료를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윤정: 캠페인 기획과 실행을 도모할 팀장급의 동료를 찾고 있어요. 

캠페인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디자인하고, 실제 긍정적 성과를 얻어내는 일이에요. 

주로 환경 관련 캠페인인데요, 제주올레다운 환경 캠페인을 기획해서 재미있게 실행하고 그 성과를 축적해 나갈 동료를 만나고 싶어요. 홍보나 환경 관련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해 본 분이라면 더욱 환영입니다.

사진 제공: 최윤정

윤정 님이
내 일을 나답게 키우는 방법

① 나를 키우는 건 8할이 재미

윤정 님에게는 ‘재미’가 일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는 ‘성장’을 뜻해요. 일을 통해 배운다는 느낌이 들 때, 일을 통해 상황과 사람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 때 재미를 느끼거든요. 

결국, 일이란 내 성장의 재료를 쌓아가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② 길 위에서 힘을 얻어요 

그렇지만 일은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존재죠. 윤정 님도 한때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을 마시며 동료들에게 푸념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젠 올레길을 걷고, 달리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챙기고 있다고 합니다.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차오르면 몸을 움직여 보세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고민을 털어낼 수 있답니다.

③ 점을 이어 선을 만들어요

그동안 윤정 님이 해온 일은 전혀 다른 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대상이 상품에서 가치로 변화해 왔을 뿐, 본질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전달하는 일’이었거든요. 

지금 하는 일을 즐겨보세요. 그렇게 보낸 오늘이 쌓이면, 점을 이어 선이 되는 마법이 내게도 일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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