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중단, 언제까지?

글, 정인

Photo by Mufid Majnun on Unsplash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대출 문이 닫히고 있습니다. 예고된 대로 NH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다른 시중은행도 개인 대출상품 중 일부를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우리은행이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눈에 띕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될 때도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왔는데 ‘그래도 전세시장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라는 게 일종의 정책적 합의였거든요. 

좀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예요.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주택을 담보로 이용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목돈을 빌려주는 사적 대출이죠. 집주인이 집을 빌려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세 세입자가 돈을 빌려준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가 은행에서 빌려왔다고 해도, 거래 자체가 본질적으로 사적 대출인 만큼 정부는 함부로 전세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웠습니다. 갭투자 때문이에요. 갭투자는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걸 뜻합니다. 전세보증금에 집주인이 받은 기타 대출 등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거죠. 

그런데 집주인이 기타 대출을 받을 때,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고려해 한도를 차감하지 않죠. 전세보증금도 전세 만기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니까 대출금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아서 전세보증금만큼 채워야 합니다. 

아무리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해져도 전세자금대출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갭투자를 지탱하고 있던 큰 디딤돌이 빠지면서 연쇄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전세 실수요자가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거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고요.

독자님이 알아야 할 것

✔️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은 건 맞지만,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과 개별 은행의 대출 중단 조치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까 ‘은행이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다니! 진짜 큰일 났나 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몇몇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하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은행도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고 해요.

✔️ 대출 중단이 패닉으로 번지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이 지점을 걱정하고 있어요. 다행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대출 잔액은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 카드사에서 받는 대출도 문제입니다. 올해 4~6월, 3개월간 20대의 장기카드론 사용액은 1조 2천억 원을 넘겼어요. 투자를 위해 대출받는 케이스가 많다고 하는데요. 카드론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가 넘습니다. 카드론 대출을 받아 투자한다면, 매달 10% 넘는 수익을 보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뜻이에요. 게다가 금리가 인상되면 원리금 상환부담은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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