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나와 무작정 강릉으로 간 이유

글, 조이

‘내가 제대로 마음먹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어렸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자꾸만 ‘안 되는 이유’를 찾고 있었죠.

그러다 가끔 ‘마음먹은 건 그냥 해버리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안 님도 바로 그런 사람이에요. 해놓고 보니 고생을 바가지로 할 때도 있지만, 이안 님은 그 경험에서도 배울 게 있다며 털어버립니다. 

이안 님은 테슬라를 몰고 강릉 위크엔더스 스테이, 송정동 위크엔더스 바쓰를 오가며 도시와 바다 생활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안 님의 스토리를 통해 ‘내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꿈’을 깨워 보세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이안 님

조이: 무슨 일 하세요?

이안: 강릉 위크엔더스 스테이와 송정동 위크엔더스 바쓰를 운영하고 있어요. 

두 공간을 운영하면서, 스몰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맡아 합니다.

  •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점검하고,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고
  • 어떤 상품을 개발해 매출을 올릴지 결정하고, 상품과 연계된 사람과 파트너를 섭외하고
  •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뉴얼을 체크하고, 고객 피드백을 수렴해 반영하고
  • 콘텐츠나 광고를 만들어 서비스를 알리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이나 제휴를 하기도 해요

“커리어 시작은 방송 PD였어요”

조이: 지금의 일을 하기 전에 어떤 여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요.

이안: 대기업과 창업을 모두 경험했어요. 첫 커리어는  CJ E&M 방송 제작 PD로 시작했죠.

✔️ CJ E&M 방송 제작팀

대학에서 언론학부를 전공하며 방송 PD가 되고 싶었어요. tvN이 개국할 때쯤, CJ E&M 편성팀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제작팀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내부 인사이동을 거쳐 마케팅팀으로 전환배치됐어요. 

✔️ CJ E&M 마케팅팀

CJ CGV에서 런칭하는 공연장과 인디 펍 등에 콘텐츠를 입히는 일을 하면서, 공간과 브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일을 많이 할 거라면, 내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 ‘갈라’ 창업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서, 인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창업했어요. 창작자, 관객, 회사를 잇는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파티와 전시, B2B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회사 자원으로 일하다가 혼자 일을 만들게 되면서, 자유로움 뒤의 한계도 느꼈어요.

✔️ GS shop 기업 문화팀 

GS shop 신사옥에 문화예술을 더하는 일을 제안받았어요. ‘갈라’와 병행을 전제로 과장 직함을 달고 일주일에 4일, 오후에만 출근해 일하게 되었어요. 전례 없는 처우에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두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 ‘갈라’는 접게 됐습니다. 

✔️ ‘위크엔더스’ 창업

GS shop을 다니며 주말은 강원도에서 파도를 쫓아 살다 바다에서의 삶을 꿈꾸게 됐어요. 내가 가장 원할 때 바닷가에 살아보기로 결심했고, 퇴사 후 연고가 없는 강릉으로 무작정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치인 사람들이 쉼을 충전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위크엔더스 스테이’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제 일의 기준은 ‘재미’예요”

조이: 일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 승낙 여부를 결정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이안: 지금까지의 결정에서 기준이자, 동기가 된 것은 ‘재미’예요. 해보지 않은 일,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할 때 특히 더 큰 재미를 느껴요. 

대학 시절부터 재밌어 보이는 건 일단 찔러봤어요. 페스티벌, 뮤직비디오 프로덕션, 기자단, 마케팅 인턴 등 재밌어 보여서 무조건 메일을 보내거나, 지원해서 일한 경험들이 많았죠.

지금도 저는 삶을 더 충만하게 살기 위해 일해요. 일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죠. 일로 내 존재의 의미, 삶의 즐거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니까요.

“레이더를 항상 켜놔요”

조이: 일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지키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이안: 평소에 레이더를 많이 열어두고 살아요. 

새로운 공간이나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많이 방문해요. 그런 경험들이,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시작을 쉽게 만들어 주거든요. 

나에 대해서도 꾸준히 업데이트해요. 살아가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 견딜 수 없는 것들이 바뀌기도 하니까요. 평소 내면의 소리를 잘 들어 둔다면, 일에서도 결정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 더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삶을 내가 디자인하며 살아요”

조이: 이안 님의 일주일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일과 삶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이안: 일주일의 반반 정도로 강릉, 서울 두 곳의 공간을 오가며 지내요. 

이안의 일주일 일과

화~목요일은 주로 서울 ‘위크엔더스 바쓰’에 머물거나, 미팅을 몰아서 해요. 서울에서는 새로운 공간이나 요가 수업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강릉에 돌아가면 주말 리트릿을 준비하고, 손님들이 특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호스트 역할을 해요. 일요일 오후, 월요일은 주로 바다에서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사진 제공: 이안

이안의 하루 일과(강릉)

오전 8~9시에 일어나서 집 앞 바다로 나가요. 바다에서 QT를 하고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합니다. 주로 집에서 일하지만, 기분전환 삼아 바다 앞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죠. 오전에는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일과에 집중해서 일해요.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공간 운영, 재고 등을 체크하거나 미팅, 전화 업무 등을 해요. 여름엔 바다 수영도 자주 해요. 

저녁에는 요리를 하거나 외출해 식사하고, 요가를 가거나 위크엔더스 바쓰에서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죠.

사진 제공: 이안

이렇게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서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시간을 내게 맞춰 쓸 수 있고, 내가 바라는 곳에서 살고, 일하는 환경을 맘껏 누리고 있어요.

“현재의 소득에 만족하지만,
지속가능성 문제는 풀어가야 해요”

조이: 현재의 소득에 만족하고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이안: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구현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립해 살아간다는 점에서 현재 소득 수준에 만족하고 있어요. 

사진 제공: 이안

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는 계속해서 풀어가야 할 숙제예요. 앞으로는 제가 운영하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비슷한 결의 브랜드들과 협업해서 시너지를 내보려고 해요.

웰니스, 여성, 환경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일을 통해 이 영역에서 소셜 임팩트도 만들어 내고 싶어요.

조이의 코멘트 💬

이안님 처럼 나만의 취향이 명확한 사람이라면, 소비자 모드에서 생산자 모드로 관점을 바꿔보세요. 생산자 모드로 바꿔서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창업 사례를 살펴보면, 창업자의 취향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논픽션’의 창업자는 ‘향 덕후’였고, 수제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만들어 낸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창업자도 ‘맥주 덕후’였죠. 

‘쿤달’도 소셜커머스 기업에서 MD로 일했던 직원 2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브랜드인데요, ‘내가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그 시작이었다고 해요.

쿤달은 1천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투자사에 매각되었죠. 취향이 돈이 되고, 직업이 되는 세상입니다.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가 보세요. 어쩌면 꿈같은 일들이 마구 벌어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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