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가 결정됐어요. 이에 따라 통신사의 보조금 상한 규제(공시지원금의 15% 이내)가 사라지며 소비자가 지금보다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통신사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규로 가입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면서 통신사를 이동하는 고객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곧잘 사용해요. 이 마케팅이 가장 활발했을 때가 2010년대 초중반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공짜폰(0원 폰)’이 대표적이에요. 한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때 주어지는 보조금이 100만 원인데 내가 선택한 기기가 72만 원짜리라면 기깃값은 전혀 내지 않을 수 있죠. 물론 필수 약정기간이나 고가 요금제처럼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지만 말이에요.
‘손해 보는 장사’는 없어요
통신사가 소비자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면 좋지, 왜 규제를 만들었냐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어요. 2000년대 들어 보조금 지급 경쟁은 상당히 과열됐어요. 허위로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속이기도 하고, 보조금을 많이 뿌린 다음 고가 요금제를 강요하거나 통신요금을 전반적으로 올려서 이익을 고스란히 환수하기도 했죠. 그래서 시장이 더 망가지기 전에 단통법을 만들어 불법 보조금을 규제했던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단통법이 있는 시장이 소비자에 불리해졌어요. 2014년 첫 시행과 2024년 폐지가 결정된 배경이에요.
침묵의 계산기, 한 번쯤 만나보셨죠?
신도림이나 강변 테크노마트 등에 밀집해 있는 휴대폰 판매점에서 기기를 구매할 때, 판매원이 말없이 계산기에 숫자만 두들겨 보여주는 풍경이 바로 단통법에서 비롯된 거예요. 단통법은 보조금 한도를 제한했지만, 어떻게든 고객을 데려와야 하는 통신사와 판매점 입장에서는 정식 계약서에 쓸 수 없는 비공식 추가 혜택을 제공하곤 했고,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침묵의 계산기’를 사용했던 거죠.
정인 한마디
🎯 아직은 ‘요금이 저렴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정도예요. 통신사들이 과연 2000년대 초반처럼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뿌려가며 마케팅을 펼칠지는 미지수죠. 공포 후 6개월이 시행 예고 기간이니,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 기법에 적용될 거예요. 이번 단통법 폐지는 통신사의 ‘가격 차별’을 허용했다는 의미도 있어요. 통신사에서 가입 유형이나 선택한 요금제 등에 따라 보조금 액수를 달리 책정하는 건 괜찮지만, 거주 지역이나 나이 등으로 차별하는 것은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