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머문 도시, 빛고을! ‘평화’와 ‘소설’을 따라 걷는 광주 여행


📌필진 소개 : 광주에서 취미·여가 중개 플랫폼 <MORAM>을 서비스하고 있는 ㈜모람플랫폼 홍순길 대표입니다.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광주요”라고 대답하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질문이 있어요. “경기도요? 전라도요?”


그럴 때마다, 광주의 정체성이 희미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답하게 됐죠. “전라도 광주요.”


광주는 부산처럼 휘황찬란한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주처럼 이름만으로 설렘을 안기는 곳도 아니에요.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타지 사람들에겐 종종 ‘노잼 도시’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볼거리, 놀거리, 이야기거리가 부족한 도시.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지금의 저는 다르게 느낍니다. 광주는 겪어봐야 보이는 도시라는 걸.


우리는 이 도시에 ‘빛고을 광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빛처럼 따뜻하고, 빛처럼 강하고, 빛처럼 밝은 도시. 어쩌면 너무 밝아 눈이 적응을 해야 해서, 조금 천천히 들여다봐야만 그 진가가 보이는 도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 도청 분수대, 출처: 모람


광주는 두 개의 노벨상을 품은 도시예요. 2000년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의 시민 정신 위에서,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그 ‘오월의 기억’을 문장으로 옮긴 소설에서 비롯되었죠.


이렇게 세계적인 상들이 한 도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광주가 더 특별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광주요. 노벨상이 머문 도시요.”라고 대답해 보려 해요.


이번에 소개할 광주 여행의 테마는 ‘평화’와 ‘소설’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의 뜨거운 기억은, 오늘날 평화로운 일상과 함께 골목골목에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요. 그리고 그 ‘오월의 기억’을 문장으로 옮긴 한강 작가의 소설처럼, 함께 그 이야기를 따라 광주의 길을 걸어봐요. 처음 광주에 오시는 분들이 이곳을 조금 더 따뜻하게 이해하실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역사부터 감성까지 다 담았다!
광주 시내버스와 아트패스 100% 활용법


버스 노선에는 번호를 부여하는 일정한 법칙이 있지만, 광주에는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 버스들이 있습니다. 228, 419, 518, 1187. 이 숫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숫자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도대체 이 버스들은 어디로 가길래,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길래, 이렇게 특별한 번호를 갖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518번 버스가 지나가는 몇 가지 장소를 함께 소개해드리려 해요. 광주 518번 시내버스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25-2번이었던 노선이 2004년, 5·18을 상징하는 번호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5·18과 관련 깊은 장소들을 지나도록 지금의 노선으로 조정되었죠. 또, 광주는 지난해부터 매년 5월 18일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해요. 


상무지구에서 출발해 광주민주화운동 사적지를 경유하는 518번 버스를 타고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골목과 장소들을 따라가다 보면, 광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실 거예요. 

전일빌딩245, ACC, 5·18 민주광장, 출처: 모람


✅ 광주 518번 시내버스 타고 떠나는 기억 여행 

  • 전일빌딩 245: 광주 동구 금남로 245
    전일빌딩 245는 광주에 사는 친구나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인기 없는 곳이었어요. 저는 가기 싫어하는 그런 친구들을 기어코 옥상까지 데려가곤 했죠. 저만 아는 비장의 카드랄까요?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는 곳이라 옥상에 서면 하나같이 “여기가 이렇게 예뻤어?” 하고 놀라는 반응이 돌아오죠. 매년 10월에 하는 충장축제를 구경하기에도 가장 좋은 장소라, 저만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일빌딩은, 아름다운 전망보다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에요. 1980년 5월, 시민군의 저항이 있었던 장소. 그 저항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건물이거든요. 지하 1층부터 10층까지는 이제 복합문화공간으로 채워져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건물 어딘가에서 총알 자국 등, 저항의 흔적을 마주치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시간이 지나면, 그 지역 공동체하고 이렇게 융합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참 훌륭한 거죠.” 유튜브 ‘셜록현준’ 채널에서 유현준 건축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소개하며 남긴 말이에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참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처음 전당이 들어섰을 때, DDP처럼 크고 멋진 건물을 기대하던 주변에서는 왜 여긴 건물을 죄다 지하로 파묻었냐고 했고 저 역시 우리 동네에 괜히 애물단지가 생긴 건 아닌가 의심하던 시기였거든요. 사실, 이 곳은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쟁지인 옛 전라남도청 부지에 지어졌어요. 지난 역사를 가리지 않기 위해 기존 건물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시설은 지하에 배치하면서 장소가 뜻하는 상징적 의미와 현대의 도시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설계한 것이라고 해요.

    시민들을 위한 문화 시설 역할도 톡톡히 하는데요. 저도 처음엔 하늘마당이 좋아서 전당을 찾았고, 구름다리에서 열리는 브릿지 마켓이 재밌어서 또 갔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는 전시가 멋져서 자주 방문하게 되었죠. 건축물이 배경으로 사라지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건물. 그 의미마저도 광주라는 도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유현준 건축가가 한국에서 꼭 봐야 할 공공건축물 Top3로 꼽은 이곳을 광주에 처음 오는 분들도 꼭 한번 들러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5·18 민주광장: 광주 동구 금남로1가 41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주인공 동호가 친구 정대의 시신을 수습하던 장면을 기억하실 거예요. 그 장면 속 상무관, 그리고 그 상무관이 자리한 분수대, 시계탑까지 모두 품고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지금의 5·18 민주광장입니다. 예전엔 계엄군과 시민군이 대치하던 긴장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부처님오신날 연등 행사도, 크리스마스 행사도 열리는 광장이 되었어요. 광주 시민에게는 문제가 있을 때는 궐기 대회와 시민 집회가 열리는 곳.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죠. 주말을 껴서 이곳에 방문하신다면,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표정을 마주하실 수 있을 거예요.

광주는 겉만 보고 다녀가면 다 알 수 없는 도시입니다. 빛고을이라는 이름 안에는 골목마다, 시간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그래서 요즘 광주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여행자에게 전해줄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트패스 앱, 출처: 모람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광주 아트패스’는 광주의 문화예술과 관광 정보를 한곳에 모은 스마트 여행 플랫폼이에요. 맛있는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 흥미로운 체험과 공연, 합리적인 숙박 정보는 물론이고, 로컬만이 알고 있는 골목 코스, 전시, 투어, 할인 혜택까지 모바일로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죠. 일정 내에서 내가 원하는 즐길거리를 ‘골라 담듯이’ 선택하고, 패스 하나로 결제와 할인까지 이어지는 구조예요. 


특히, 작년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은 ‘우리들의 시간은 이어져 있다’, 책맥투어, 대인 야시장 ‘귀장Ⅲ’ 패스, 충장축제 골목 투어 ZIP, 독립영화 인문 투어가 있었는데 올해는 새롭게 선보인 퍼즐·스탬프 형식의 ‘동구칠성’ 투어, 동구 미식 관광 식도락 투어 등 다양한 상품과 풍성한 혜택을 준비했어요.


그 중에서도 아트패스가 제안하는 동구칠성 대표 골목 코스 중 하나인 레드 코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레드 코스의 컨셉은 오월의 별 (오월광장 기억여행)이에요. 뜨거운 동료애로 피 흘렸던, 열사들의 땀과 눈물이 밴 민주화의 외침. 그 시간과 장소를 따라 걷는 여정입니다.


5·18기록관에서 시작해 전일빌딩245, 구도청, 경찰청, 상무관, YMCA, 광주MBC, 녹두서점까지. ‘오월의 기억’이 광주 도심 곳곳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며 걷는 길이에요. 아트패스가 제안하는 동구칠성 대표 골목 코스 중 가장 상징적인 길이자, 광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과 정신을 마주할 수 있는 루트랍니다. 아트패스와 함께 코스를 돌아보며, 중간 중간 다양한 맛집과 박물관 등에서 쉬어가도 좋아요.

출처: 아트패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봄날사진관, 코코로나인, 컬쳐호텔 람, 비움박물관


🗺️ 아트패스로 더욱 뜨겁게 즐기는 핫플 3


봄날사진관: 광주 동구 금남로 250-9 타임빌딩 2층

광주의 중심, 충장로에 위치한 감성 가득한 대형 스튜디오예요. 개성 넘치는 셀프 촬영존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하루의 마지막에 광주에서의 추억을 기록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 아트패스 혜택: 촬영 이용권 20% 할인


코코로나인: 광주 동구 동명동 143-60

광주의 디저트 골목이라 불리는 동명동에서도 꼭 가봐야할 맛집이에요. 묵직하고 밀도 높은 파운드케이크가 시그니처 메뉴고, 아트패스를 통해 할인된 세트메뉴로 즐길 수 있어요. 하루 종일 걸은 뒤, 달콤한 케익 한 조각으로 당충전 하세요.

🍰 아트패스 혜택: 세트메뉴 13% 할인


비움박물관: 광주 동구 제봉로 143-1 대의동 2-1

세월이 스며든 한국의 근현대 민속품 약 3만여 점을 전시한 공간이에요.‘텅 빈 아름다움’을 콘셉트로

오래된 물건들이 들려주는 삶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요.

🖼️ 아트패스 혜택: 입장료 50% 할인


컬쳐호텔 람: 광주 동구 대의동 33

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맛집 호텔’이자, 도시의 풍경 속에서 광주 여행의 여운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 아트패스 혜택: 최대 30% 할인


화려하지 않아서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볼수록, 걸을수록,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수록 매력적인 도시. 시민이 주인이 되어 서로를 살피고, 이타심으로 어려움을 견디며 나아가던 도시. 의미 있는 장소들과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져 조용히 손님을 맞이하는 도시. 저는 광주가 그런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출간된 한강 작가의 책 ⟪빛과 실⟫에 수록된 <출간 후에>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바람과 해류.
전 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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