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독자: 돈을 주고 가격에 알맞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건 상식이에요.
어피티: 그렇죠? 😎
the 독자: 그런데… 돈을 주고 돈도 사더라고요? 😵
어피티: 그럼요. 돈도 자산인데요. 물론, 통화는 금처럼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동일한 가치가 있는 실물자산이 아니라 해당 국가와 정부의 실력을 반영하는 국가적 발명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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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 가격에 알맞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건 상식이에요. 그런데, 돈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사실은 평소에 잘 떠올리지 않죠. 투자할 때 돈은 다른 자산을 구매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기도 하지만, 돈도 엄연한 자산이에요. 물론, 통화는 금처럼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동일한 가치가 있는 실물자산이 아니라 한 나라의 힘과 능력을 반영하는 국가적 발명품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통화도 자산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돈’, 즉 ‘통화’로 표시되기 때문이에요. ‘A 기업 주식이 한 주에 10만 원’이라고 말할 때도, ‘달러 채권의 수익률이 3%’라고 말할 때도, 그 기준은 특정 통화예요. 1달러에 1,300원이라고 말할 때도 기준이 특정 통화이고요.
통화 자체도 통화로 가격이 매겨져요. 각국의 통화가 서로의 가치에 따라 교환되는 비율이 바로 환율이에요. 그 차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시장이 바로 외환시장(FX, Foreign Exchange)이고요.
이 글에서는 ‘돈 그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통화라는 특별한 기초자산을 들여다볼게요.
화폐: 가치의 기준, 교환과 지급의 수단
인류는 처음엔 물물교환을 했어요. 쌀과 고기를 바꾸거나, 옷과 신발을 바꾸는 식이었죠. 그런데 이런 거래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내가 가진 물건을 상대가 꼭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물건마다 가치가 달라서 정확한 교환 비율을 정하기도 어려웠거든요. 이때 최초의 화폐가 등장해요. 해안가에서는 조개껍데기였고 산골에서는 균일한 모양을 지닌 조약돌이었을 거예요.
쌀 한 컵에 조개껍데기 세 개, 짚신 한 켤레에 조개껍데기 여섯 개 하는 식으로 각각 가격, 즉 가치의 기준을 정해두면 누구나 쌀 두 컵과 짚신 한 켤레를 바꾸면 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쌀을 가진 사람은 고기를 원하는데, 나는 짚신밖에 없을 때도 문제가 해결되죠. 조개껍데기는 고기로도 바꿀 수 있으니까, 그냥 조개껍데기를 받아주면 되거든요.
이게 바로 ‘가치의 기준이자 교환 수단’으로서의 화폐예요. 모두가 화폐로 가격을 매기면서 거래가 훨씬 편해지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졌죠. 이때부터 화폐는 기능을 수행하는 자산이 됐어요.
통화: 법정화폐로, 정부가 보증해요
조개껍데기는 너무 먼 과거니까, 실제 가치가 있는 금이나 은, 무명이나 베 같은 섬유가 실물화폐이던 시절로 건너올게요. 이런 실물화폐가 ‘통화’라는 건 인류 모두 보편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문명을 가리지 않고 그런 실물자산은 보기만 해도 귀하고, 수량도 제한돼 있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받았죠.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일단 보관하기 무척 어렵고,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충분한 양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정부가 법으로 발행하고 뒷받침하는 ‘법정화폐(Fiat Money)’가 등장했어요. 실제 실물자산으로서 가치는 없지만, 국가가 보증하니 모두가 신뢰하고 쓰게 된 거예요. 지금 우리가 쓰는 원화, 달러, 유로 같은 돈은 모두 법정화폐예요. 국가는 화폐의 위조·변조 방지, 화폐 공급량 조절, 경기 안정화 등 화폐를 이용한 경제 조절 기능을 수행해요.
화폐와 통화 중에서는 통화가 실무적이죠
the 독자: 잠깐만요. 통화와 화폐, 두 단어의 차이가 헷갈려요.
어피티: 화폐는 일반적인 개념이고, 통화는 정해진 제도와 정책이에요.
시장 거래를 위한 가치 저장 수단, 교환 수단은 모두 화폐예요. 그래서 조개껍데기도 화폐가 될 수 있어요. 지금도 각종 ‘코인’처럼, 법적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꽤 큰 규모를 지닌 시장에서 실제 화폐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화폐도 있어요. 그래서 통화가 무엇인지 외우는 편이 덜 헷갈려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통하는 화폐’, 통화는 구체적으로 원화, 달러화, 위안화, 유로화, 엔화 같은 법정 화폐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이 통화예요. 우리가 투자를 위해 알아야 하는 시장은 통화시장이지 화폐시장이 아니랍니다. 달러 통화와 원 통화의 교환비율 차이에 따라 출렁거리는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더 일상적으로 필요하거든요. 화폐라는 ‘철학적이고 제도적인 존재’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이 공부하는 건, 정통 경제학의 영역이에요.
기초자산으로서의 통화시장, 글로벌 최대의 금융시장을 이뤄요
왜 인류 역사에서 화폐가 등장했는지도 알겠고, 화폐와 통화의 차이도 어느 정도 알겠는데 그게 통화가 기초자산이라는 사실과 어떻게 연결되나, 궁금하실 거예요. 이쯤 앞선 ‘기초자산 시리즈’에서 정의했던 기초자산의 정의를 다시 살펴볼게요. 바로 ‘실체가 있고 직접 소유할 수 있는 자산’ 혹은 ‘파생상품 가치의 원천이 되는 자산’이에요. 통화는 이 정의를 모두 충족시켜요.
우리는 모든 자산의 가치를 통화로 환산해요. 주식, 부동산, 원자재, 심지어 다른 나라의 돈까지도 ‘얼마’라고 말할 땐 기준이 되는 통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애플 주식이 180달러”, “서울 아파트가 12억 원”이라고 말하면, 그 자산의 가치가 ‘달러’, ‘원화’라는 단위로 환산돼 있다는 뜻이에요. 통화는 자산 거래의 기준이자 수단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어떤 국가의 통화가 필요해요. 다시 말해, 언제나 어느 정도의 통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파생상품 가치의 원천이 되기도 할까요? 물론이에요. 외환시장에서 각국 통화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된답니다. 외환시장은 투자자들이 통화들의 가치 차이, 즉 환율을 기준으로 사고팔며 수익을 노리는 시장이에요. 여기서는 서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 매일 사고 팔리며 가격이 바뀌고, 그 움직임이 각국의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켜요. 그 움직임의 향방을 맞추는 선물과 옵션 등을 포함해 외환시장은 세계 최고로 큰 금융시장이에요.
아주 단순한 파장 하나만 따져볼까요? 원-달러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 자산을 살 때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반대로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투자한 자산의 수익률이 자동으로 올라요. 그래서 통화 가치의 오르내림은 내 자산의 성과를 결정짓기도 하고, 투자 성과를 왜곡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어떤 통화로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하고, 환율과 금리, 국가 신용도 같은 통화의 배경도 고려해야 해요. ‘돈’의 움직임은 결국 다른 모든 자산의 흐름을 좌우하니까요.
시장에서 돈은 ‘모든 것’이에요
우리는 평소에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돈’이 사실은 자산이며, 모든 자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기준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어요. 통화는 단순한 지불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초자산으로서 통화 가치의 변동이 우리가 보유한 자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다음 편에서는 통화 간 가치 차이를 활용한 외환 투자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투자자로서 통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