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한 탄소와 돈 비교 ⓒ치즈, 앱 화면 캡처
이번 여행이 저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건, Too Good To Go 덕분에 여행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것이에요. 식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건 물론이고요. “어딜 가든 굶지는 않겠지” 하는 묘한 믿음이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더 담대하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이 앱 덕분에 총 106유로를 아낄 수 있었어요. 제가 구매한 음식을 정가 대비 얼마나 저렴하게 샀는지 앱에서 바로 알려줘서 알 수 있었어요. 실제로는 서프라이즈백의 음식 양이 넉넉한 덕분에 한 번 음식을 픽업하면 그걸로 두세끼는 더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낀 비용은 100유로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이번 여행은, 여유롭게 소비하는 여행은 아니었어요. 길가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본 적도 있고, 그런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원 잔디나 강가에 앉아, 버스킹 음악을 들으며 봉투 속 빵을 꺼내 먹는 순간이 어쩌면 그 어떤 레스토랑 식사보다 깊게 남을 것 같아요.
식비를 아낀 덕분에 베를린에서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을 볼 수 있었고,
미술관에서는 호크니와 마티스의 그림 앞에 오래오래 서 있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돈이 없으면 여행을 갈 수 없다는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요. 물론 물가가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돈이 많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있고, 그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없는 것’을 셈하며 시작해, 결국 ‘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저는, 처음의 불안한 마음을 넘어서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떠나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도 충분히 느끼고 기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또 그렇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수확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