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자영업자 투잡러의 술집 운영기


📌필진 소개 : 로컬 콘텐츠 스튜디오 ‘인천 스펙타클’입니다. 매거진을 중심으로 탐방, 소셜 클럽,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인천의 동네와 사람,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인천에 사는 분들, 인천을 즐기고 싶은 분들, 그리고 어디서든 로컬에 관심 있는 모든 이웃을 환영해요!

낮에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밤에는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히어로라든가,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보며 이중 생활을 꿈꿔본 적 있으신가요? ‘스파이더맨’이나 ‘세일러문’처럼요!


인천의 어느 골목에 가면 그 로망을 실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그들이 밤에 하는 일은 악을 무찌르거나 스파이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바로, 술집을 여는 거랍니다. 낮엔 회사원, 밤엔 술집 사장. 두 가지 이름으로 살아가는 투잡러들이죠.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은 그저 술만 마시는 일반적인 술집이 아니라 책과 대화, 감정과 취향이 스며드는, 일상과 문화가 교차하는 장소랍니다.


‘하루를 쪼개 쓰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동인천에 자리한 두 술집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여다볼게요.


퇴근과 동시에 출근하는 사장님 🕕
“가게가 대박 나면 회사를 그만둘 줄 알았죠”


🍷 스모크: 7년차 투잡러의 안정된 이중생활

📍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50 1F


동인천 와인바 ‘스모크’의 모크 대표는 아침 8시 30분에 반도체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 7시 30분에는 자신의 가게 문을 열어요. 수제 맥주와 와인이 흐르는 공간, 그곳에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7년째,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사장님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동인천 수제맥주집 ‘스모크’, 출처: 인천 스펙타클


처음부터 이중생활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회사 일상이 단조롭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동네 산책 중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그러면서 이 세계에 마음이 깊어졌다고 해요. 그러던 중 사장님이 가게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감히 인수를 결정했죠. 


“처음 시작했을 땐 ‘가게가 대박 나면 회사를 그만둘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만두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시너지 효과가 나거든요. 삶이 더 풍요로워졌어요. 오히려 한 가지만 했으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회사는 정년까지 다닐 거예요.”


웃으며 말하는 모크 대표는 낮의 일과 밤의 일이 전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두 흐름이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라고 덧붙였어요. 회사에서는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면 월급이 나오지만, 가게는 손님의 만족과 반응이 바로 돌아오니까요. 그 피드백 속에서 그는 다시 살아나는 감정을 느낀다고 해요.

동인천 수제맥주집 ‘스모크’, 출처: 인천 스펙타클


“회사에서 너무 힘들다가도, 가게 문 열고 음악 틀고 잔 닦고 있으면 마음이 나아져요.” 모크 대표는 스스로 술을 판다기보다, 사람의 취향을 안내하고 회복을 돕는 사람에 가깝다고 말해요. 두 개의 직업이라기보다,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돌보는 일. 어쩌면 투잡은 그에게 하나의 삶을 지키기 위한 두 개의 열쇠일지도 몰라요.


🍻 눅눅: 새내기 투잡러가 만드는 밤의 풍경

📍 인천 중구 우현로83번길 1 3층

같은 동인천에 위치한 ‘눅눅’은 2024년 6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와인바입니다. 눅눅지기 대표는 낮에는 교육 담당자로 일하고, 밤에는 와인과 책,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떤 작가님이 운영하는 와인바에서 독서 모임을 했었는데, 참여하고 난 후 제대로 꽂혀버렸어요. 그때, 제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공감하는 일을 좋아하는 성향임을 깨달았죠. ‘이거 안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동인천 와인바 ‘눅눅’, 출처: 인천 스펙타클


그 확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행동으로 이어졌고, 공간을 알아보고 계약하는 데까지 큰 고민은 없었다고 해요. 처음으로 큰돈을 써보는 경험에 막막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고 문을 연 ‘눅눅’은 이제 점점 눅눅지기 대표의 리듬에 맞춰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눅눅에서는 독서 모임, 음감회, 북토크, 소규모 공연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책을 통해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와인을 곁들여 감정의 온도를 맞추는 시간이 눅눅지기 대표에겐 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독서 모임 참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느끼는 점이 많아요. 성장과 확장의 시간이랄까요. 와인을 곁들이면 아무래도 더 편하고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동인천 와인바 ‘눅눅지기’와 ‘눅눅’ 독서모임, 출처: 인천 스펙타클


직장생활 덕분에 일정한 수입이 있고, 주말에는 쉬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재료 준비와 가게 운영 때문에 온전히 쉬지는 못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해요. 


“제가 바라는 워라밸은 조금 달라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균형이죠. 몸을 혹사하는 순간이 있을지 몰라도 괜찮아요.”


스모크와 눅눅, 두 공간은 서로 다른 결의 술집이지만, 두 사장님의 삶에는 공통된 리듬이 있어요. 퇴근 이후의 시간을 자신의 꿈과 취향으로 채워가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중생활을 완성해간다는 것. 일과 삶을 나누기보다는, 일상 전체를 자신에게 맞게 조율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균형이란 원하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게 아닐까요? 인천의 밤, 낮의 부지런함이 밤의 부드러움으로 전환되는 이 골목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우리도 내 삶의 균형점을 고민해 보는 건 어떠세요? 스모크와 눅눅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일상처럼, 여러분의 24시간도 더 풍요롭게 채워지기를 바랄게요.


인천 골목마다 숨어 있는 술의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모크 대표와 눅눅지기 대표의 더 긴 이야기, 그리고 인천 곳곳에 숨어 있는 술집들의 취향이 궁금하다면, 로컬 매거진 <인천 스펙타클> 5호 『술술 읽히는 인천의 술』을 펼쳐보세요. 이번 호에는 미식가가 주목하는 맛집은 물론, 술이라는 매개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전통주부터 브루어리, 컬 맛집부터 뜨개와 술이 함께하는 펍까지. 인천의 술 풍경을 다채롭게 담아 한 상 차려냈어요.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읽어볼 가치가 있어요. 술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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