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은길
버스를 타고 가다 ‘이렇게나 집이 많은데,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정말 마련할 수는 있을까?’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혹시 이런 고민을 하다 ‘그래, 깔끔하게 이번 생은 포기하자. 내 집 마련은 접자’라며 이른 결정을 내리지는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그 결정, 잠시만 보류해주세요.
저는 29살에 1억 원을 모아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 험난한 부동산의 파도 속에서 고요한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지, 정말 평범하고 현실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이야기 <집블레스유>,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체크 포인트 1.
나는 왜 집을 사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답을 하지 못하면 내 집 마련이 어렵습니다. 나는 왜 집을 사려고 하는지 그 이유부터 확실히 해주세요.
질문: 나는 왜 회사에 다니나? 혹은 나는 왜 취업을 하려고 하는가?
답변: 나만 안 다니면 이상하니까.
헛웃음 나오는 답변이지만, 사실 굉장히 흔한 사고방식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남들이 다 취업을 하니까 나도 그냥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휩쓸립니다. 물론 취업 자체가 절대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그 흐름에서 성공만 해도 다행이죠.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래서 어떤 회사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취업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삶의 만족도는 천지 차이가 납니다. 제 생각엔 내 집 마련도 똑같은 것 같아요. ‘남들도 다 집을 사려고 하니까 나만 없으면 이상해서’, ‘어쨌든 집은 필요하다고 하니까’ 식의 접근으로는 안 됩니다. 내 집 마련은 은근히 장기전이거든요.
돈을 아끼고 저축하고, 나름의 투자도 해가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 모으고 굴리고 불리는 과정이 이어져야 해요.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중간중간 이런 생각이 들어요.
‘몇십 만 원 모은다고 정말 집을 살 수 있나?’
‘고생만 하다가 죽을 것 같으니 있는 돈 다 쓰고 죽자’
‘나도 맛집, 여행 다니면서 인생 좀 즐겨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 …
다 이해합니다. 돈, 쓰고 싶을 거예요. 내가 힘들게 돈 버는데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면 스트레스도 쌓이겠죠. 하지만 매번 이런 생각에 흔들리면 내 집 마련은 정말 다음 생에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돈 관리의 권태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체크 포인트 1번을 확실히 하면 됩니다. 왜 내가 집을 사려고 하는지 아주 명확한 이유를 찾으셔야 해요.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꼭 내 집, 내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결심이 있다면 돈 관리의 권태기를 비교적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결심과 이유를 ‘핏빛처럼 선명한 목표’라고 표현하기도 했더라고요. 그만큼 흔들리는 나를 잡아줄 만한 명확한 이유를 반드시 찾으셔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 2.
나의 결핍을 이용하라
면접장에서 ‘우리 회사에 왜 들어오려고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떻게든 대답을 하긴 하지만 속으론 ‘그야 돈 벌려고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사실 이건 아주 핵심적인 동기입니다.
힘들고 귀찮은 서류 전형과 두렵고 떨리는 면접 등의 과정을 굳이 감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지금 나에게 없는 돈을 만들기 위해서’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기꺼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나에게 없는 돈’, 즉 현재의 ‘결핍’이란 뜻이거든요.
‘나는 왜 집을 사려고 하는가?’의 명확한 이유가 헷갈리신다면 현재 나의 결핍을 떠올려보세요. 내 공간이 필요한 이유가 분명 나타날 거예요.
제가 가졌던 결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죠. 감사하게도 두 분 다 사랑으로 키워주셨지만 ‘내 집’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었죠. 엄마네 집도, 아빠네 집도 더는 ‘내 공간’이라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내 공간을 마련해야겠다’, ‘내 손으로 내 집을 사서 홈 스위트 홈을 실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제 손으로 직접 신한은행 계좌를 만들고 용돈이란 용돈은 전부 저금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지 짐작이 가실까요?
대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정말 열심히 저축했습니다. 제가 버는 돈의 90%를 적금에 쏟아부었고요, 취업한 뒤로도 가능한 한 많은 돈을 통장 잔고에 비축해두었죠. 29살에 1억 원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렇게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오래된 반지하 빌라를 살 수 있었어요.
물론 저 역시 돈 관리의 권태기가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 직업은 아나운서였고,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풍족해 보였습니다.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 지냈지만 저에게는 변변한 가방도, 자동차도, 고가의 화장품도 없었죠.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누군가가 저에게 묻더군요.
“은길씨는 왜 차를 안 사? 돈이 없어?”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 저는 집을 샀어요”
이 질문을 받았던 때는 제가 집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뭔가 한 방 먹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돌이켜 보면 ‘사이다’스러운 답변이었죠.
내 집을 사겠다는 정말 명확한 이유, 나의 큰 결핍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덕분에 중간중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처음 결심 그대로 그 돈을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에 쓸 수 있었죠.
체크 포인트 3.
다른 사람의 이유와
결핍을 참고하라
님이 재테크 책이나 정보를 찾아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부분 꿀팁을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요. 물론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돈 관리의 꿀팁을 얻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그 방법을 실천하고 통장 잔고도 늘어난다면 금상첨화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아, 그렇구나’ 하고는 곧바로 잊어버리거나, ‘그건 나도 알아’ 하면서 넘겨버리기곤 하죠.
앞으로는 여러분이 누군가의 돈 관리 이야기를 접하실 때 그 사람의 이유와 결핍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정보를 참고하면 나만의 이유와 결핍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재정비를 하거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가 생기고 ‘부모’가 된 사람들 중엔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부동산 성공기도 많고요. 부모가 되면 갑자기 해박한 지식이 생기는 걸까요? 제가 볼 땐 부모들의 ‘이유’와 ‘결핍’이 엄청난 무기처럼 보입니다. 체크 포인트 1번, 2번에서 모두 명확한 답변이 나오죠.
체크 포인트 1. 왜 집을 사려고 하는가?
: 내 아이에게 안정적인 집을 마련해주고 싶다. 적어도 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전학 가지 않아도 되도록. 어떻게든 아이가 어릴 때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
체크 포인트 2. 나의 결핍을 이용하라.
: 나는 부족한 게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내 아이만큼은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다. 그러려면 거주 안정성부터 확보해야겠다.
어떤가요? 확실한 이유와 결핍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이처럼 내 집 마련 이야기마다 이유와 결핍이 있습니다. 내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선행 과제인데, 그 과제가 어렵게 느껴질 때 여러 케이스를 참고해보세요. 재테크 꿀팁보다 더 귀중한 힌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