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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풀기 어려운 진짜 이유는?

글, 남시훈


📌 필진 소개: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남시훈입니다. 연구 외에도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에서 <이슈 속의 경제학>을 연재했고, 펴낸 책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 있습니다.


지난 화 보러 가기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 걸쳐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며, 홍수와 가뭄의 정도는 날로 심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꽃들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농작물의 재배 지역이 북상하는 등 변화를 체감할 수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그 변화와 피해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이상 기후는 대기오염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예요


비교를 위해 잠시 다른 환경 문제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대기오염 문제는 어떤가요? 비록 지금도 미세먼지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지만, 종합적인 대기질은 20~30년 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어요. 


미세먼지 문제는 어떻게 개선되었을까요?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인식의 개선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기술 발전과 정부 정책이에요.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가용 사용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휘발유에 세금을 붙여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에요.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서 사용량을 일부 조절할 수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죠.


방사능이나 여러 맹독성 물질은 정부가 법으로 배출을 아예 금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자가용 운행을 금지하면 차량이 필요한 시민들의 불편이 심해지죠. 이 경우 교육이나 캠페인도 도움이 되지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휘발유에 적당한 세금을 붙여, 최종 가격을 올려서 운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외에 정부가 기업으로 하여금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기후 위기 해결 조별 과제, 난이도 최상


앞에서 말한 내용은 지금까지 일어난 많은 환경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기후 위기도 정부가 나서서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탄소배출 거래를 제도화하는 등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부 가능은 하겠지만 현재의 기후 위기는 그동안의 많은 환경오염 문제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가 그야말로 ‘전 세계적 문제’라는 거예요.


국지성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의 환경오염은 대체로 특정 국가나 지역 단위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각 나라에서 배출한 탄소는 전 세계의 기온을 높여 전 세계에 영향을 줍니다.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죠. 시험으로 치면 나 혼자 잘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노력 총합에 근거하여 성적이 나오는 셈입니다. 


마치 ‘조별 과제’와도 비슷합니다. 조원 모두 열심히 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고, 일을 대충 하면서 무임승차를 하려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무임승차자의 몫을 채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가 무너져 점차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돼요.


지금 탄소배출 문제도 그렇습니다. 기후 위기 해결이라는 조별 과제를 두고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요. 선진국은 경제 발전을 달성하였고, 삶의 질에 더 관심이 많아서 탄소배출 규제에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이 더 필요한 만큼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죠. 


또한 개발도상국은 그동안 선진 국가들이 먼저 사업화를 이루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했으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선진국 입장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요.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자동차 운행은 물론 제조업 생산과 전기 발전량 및 발전 방식도 조정해야 하기에 얼마나 배출량을 줄일지 합의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국가가 문제를 온전히 짊어지는 식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고, 한두 국가라도 이탈하기 시작하면 합의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어요.


당장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심해지고 있는데, 환경 기후 분야에서 전격적인 합의가 가능할까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국제기구가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전 세계 국가들을 강제로 합의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기후 위기의 본질은 국제적 협력의 어려움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준비됐을까?


결론이 조금 우울해 보이는데 해결책은 없을까요? 일단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서 체중도 다시 늘어나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처럼, 잠시의 열광적 행동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습관을 들이고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탄소 배출 감소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정부와 정당에 요구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포퓰리즘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에 임하도록요. 또한, 유럽이나 선진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 기준을 차차 충족할 수 있게, 꾸준한 지원과 정책을 마련하도록요. 


아직은 전 세계적 협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기후 위기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합의가 갑자기 도출될 수도 있어요. 이때 당황하거나 한발 늦지 않도록 평소에도 다른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게 준비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웰컴투 국제경제>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연재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모아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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