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님이 알아야 할 경제 이야기입니다.
지난 26일(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인상했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시장에 풀었던 돈을 조금씩 거둬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에서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작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춰서 0.50%로 유지해왔죠.
그런데 낮은 금리에 시장에 풀린 돈이 물가를 너무 높여놨습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걱정되기 시작한 거예요.
두 번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의도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예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게 확실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나중에 정책적으로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런데 좀… 어렵죠? 기준금리 인상이 님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전에, 기준금리가 대체 뭐길래 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돌고, 올리면 돈이 빠져나간다는 건지 설명해 드릴게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2020년 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라 각종 오프라인 소비활동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돈을 쓰지 않으니 사장님은 돈을 못 벌고, 직원들은 월급을 못 받고, 월급을 못 받으니 돈을 쓸 수가 없고, 돈을 쓰지 않으니 사장님이 돈을 못 버는 악순환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장님이 손님에게 파는 물건은 공장에서 나오죠. 물건이 적게 팔리니까 공장도 조금만 돌아갑니다. 공장이 조금만 돌아가니까 원자재 수입도 적게 합니다. 공장도 돈을 적게 벌고 수출, 수입으로 돈을 버는 무역상도 돈을 적게 벌게 됐어요.
수요가 많아서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면, 돈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설비를 늘릴 텐데 공장에 빈자리가 남아도니까 투자도 안 합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드는 거죠.
이걸 살려보겠다고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거예요.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을 받는 데 부담이 줄어서 다들 돈을 빌려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개개인도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서 투자에 나서는데, 자본금이 빵빵한 기관은 더욱 신이 나겠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멈추고, 경제가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기도 전에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어요. 투자하려고 빚을 내거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자산(대표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려고 빚을 낸 사람들도 너무 많아져 버렸죠.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 시중은행이 한 해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소진, 중단하는 일까지 생겼지 뭐예요. 그래서 이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결심합니다.
금리라는 게 무슨 뜻인데?
10년 전의 천 원과 현재의 천 원은 가치가 다릅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확 적어지죠. 그래서 돈값, 즉 ‘이자’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10년 전에 천 원을 빌려서 지금 고스란히 천 원만 돌려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인: 진영아 오랜만이야! 여기 10년 전에 얻어먹은 새콤달콤 1개.
진영: ??? 나 10년 전에 너한테 새콤달콤 10개 줬는데?
정인: 10년 전에 천 원어치 준 거잖아. 지금은 천 원으로 1개밖에 못 사.
진영: 그래도 10개 얻어먹었으니까 10개 돌려줘야지!
정인: 난 천 원어치 얻어먹고 천 원어치 돌려주는 건데?
문제는 물건마다 값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지프차는 10년간 20배 올랐을 수도 있고, 다이슨 청소기는 10년간 3배만 올랐을 수도 있죠. 그럼 매년 돈값이 얼마나 올라야 하는 걸까요? 그걸 누가 어떻게 정하죠?
사회에선 알아서 되는 게 별로 없습니다. 다 누군가 어디선가 이래저래 정해버리죠. 기준금리도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해 기준을 딱 정합니다.
한국은행 왈,
“국내 경제 상황을 보아하니
올해 돈값은 2%가 적당하겠노라.
시중 은행들은 반드시 참고하도록 하여라”
이게 바로 기준금리예요. 해가 동쪽에서 뜨고 탄수화물이 맛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지만…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 같은 건 사실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게 아니랍니다.
물론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린다고 해서 예금과 대출금리가 딱 맞춰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말처럼 ‘반드시 참고’는 해야 하죠. 기준금리는 말 그대로 금리의 오름과 내림을 지시하는 방향, 기준이 됩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만큼, 앞으로도 시장금리는 조금씩 더 오를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만 기준금리가 있느냐? 아닙니다. 전 세계의 돈값은 미국이 결정합니다.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 각국 사정과 적당히 섞어서 자기들 기준금리도 올리거나 내려요. 이 내용은 다음 주에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그래서 님이 알아야 할 것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중심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계부채’가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이미 시중금리는 슬금슬금 인상되고 있었죠.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주식투자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잡히고 자산가격 상승이 완화되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이미 시중금리에 어느 정도 금리 인상이 반영된데다, 금리 인상 폭보다 자산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거죠.
- 이럴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얼마 없습니다. 금융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코로나19 확산을 잡거나,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는 게 빠를 거예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거나 불만이 엄청나게 쌓이겠지만요.
- 하지만 임계치라는 건 존재하기 마련이죠. 한껏 부풀어오른 시장이 한 번에 꺾일 리스크도 언제나 존재합니다.
개인에 미치는 영향
-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덜 준다고 해서, 이미 받은 대출원리금 상환에도 영향이 없는 건 아닙니다.
-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릅니다. 벌써 연 4%대 대출이 시작될 거라는 뉴스도 나오네요.
- 앞으로도 기준금리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 및 대출 상환 계획을 점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