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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ESG 보고서를 쓰는 진짜 이유

landmark photography of trees near rocky mountain under blue skies daytime

글, 이현미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미입니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컨설턴트예요. 다양한 ESG 정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보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ESG, 보다 깊게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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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급망 이슈’의 정의를 바꾸다

경제 뉴스를 읽다 보면 ‘공급망 관리’, ‘공급망 혼란’ 등 ‘공급망’에 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죠. 

예전에는 이 ‘공급망에 이슈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 물류 이슈를 의미했어요. 납품일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 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문제로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공급망 이슈란 사실상 ‘ESG 문제’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 자세한 배경을 알려드릴게요. 

글로벌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애플’을 예로 설명해 볼게요. 아이폰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을 만드는 전 세계의 부품 업체들,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의 폭스콘, 또 완성된 아이폰을 전 세계로 운송하는 물류 업체 등은 모두 ‘애플의 공급망’에 해당합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이 공급망에 속하는 업체를 선정할 때, 일정 품질 이상의 물건을 얼마나 싸고 빠르게 납품받을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 물건을 만들면서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등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온실가스도 종류가 있어요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온실가스 Scope 1, 2, 3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 Scope 1: 기업이 직접 소유하는 사업장 내에서 석유나 석탄, 가스 등의 연료를 사용하며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말해요.
  • Scope 2: 기업이 ‘전기’를 사용하면서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말해요.
  • Scope 3: scope 1과 2를 제외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전체에서 발생시키는 모든 온실가스를 말해요.

다시 애플의 예를 볼게요. 애플은 직접 제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Scope 1은 거의 나올 것이 없어요. Scope 2는 애플 본사 건물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전기 정도가 되겠죠?

때문에 애플의 경우 Scope 1, 2만 두고 봤을 때는 ‘탄소중립’, 즉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요. 실제로 애플은 2018년에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달성했어요. 

하지만 Scope 3까지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매우 복잡해집니다.

  • 아이폰 부품 제조·조립 업체들이 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 아이폰 완제품을 전 세계 매장 곳곳에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 아이폰 소비자들이 매일 아이폰을 사용(충전)하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 아이폰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이 모든 것이 다 포함되는 게 Scope 3이에요.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이 Scope 3 문제에 대해 그닥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Scope 3의 개념이 중요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요, 그게 바로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던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스물여섯 번째 당사국총회, ‘COP26’입니다.

기업들이 Scope 3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지구온도 상승을 막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데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정부관계자, 그리고 기업들도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애플이 발표한 2023년 환경발전 보고서(2023 Environmental Progress Report)에 따르면, 애플이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 중 Scope 1과 Scope 2는 각각 1% 미만입니다. 나머지 99% 이상이 모두 Scope 3에 해당하는 것이죠.

때문에 애플이 본사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고 RE100 달성을 해봤자, 공급망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ESG는 새로운 질서예요 

애플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에 갈수록 더욱 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요. 이는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죠.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EU(유럽 연합) 차원에서 이 공급망 관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어요. 

빠르면 2026년 상반기부터, 전 세계의 공급망 기업들은 EU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ESG 관련 항목이 크게 강화된 공급망 관리 가이드를 철저히 따라야 해요. 여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공급망에서 탈락하게 될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에요. 

자, 이제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왜 그렇게 ESG 보고서를 열심히 펴내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기업들, 특히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ESG 보고서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투자자, 그리고 그 기업의 물건을 사가는 글로벌 바이어를 위해 작성되는 것이죠. 

우리가 이렇게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의 인권도 보호하며,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이제 어떤 기업의 ESG 보고서를 볼 때 이렇게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내가 지금 손에 한 3,000억 정도 들고 투자할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혹은, 우리회사에 물건을 납품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요.

과연 어느 기업이 환경도 덜 오염시키고, 직원들의 인권도 침해하지 않으면서, 품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내나. 어디 한번 보자, 하고 보고서를 읽는 거죠.

그럼 ESG보고서가 좀 더 재미있고 실체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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