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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내 돈’만 쓰는 건 아니다?

글, 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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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었어요. 무리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문제지만, 사실 빚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알뜰살뜰 모은 돈에 은행에서 빌린 돈을 더해 집을 장만하곤 하죠. 

금융에서는 이렇게 자본금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외부 자금을 빌리는 것을 두고 ‘레버리지’라고 합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뜻이에요. 적은 힘을 들여 더 큰 것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의 원리를 투자에 접목시켜 레버리지라고 부르죠.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순자본이 2억 원이더라도 레버리지를 활용해 2억 원을 빌리면 총 4억 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총 4억 원으로 투자해서 차익을 낸 뒤, 빌린 돈을 이자와 함께 상환하면 되는 거예요.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건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단,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인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복잡합니다. 

공장을 세울 때, 얼마가 필요할까요?

제조업 회사는 물건을 만들고, 판매해서 돈을 벌어요. 이 과정에서 물건을 만드는 공장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장을 짓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갑니다. 삼성전자 화성 공장은 10만 평 규모로, 약 6조 원이 투입됐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2년부터 청주에서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는 15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에요. 

이렇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기업이 어떻게 마련하는 걸까요? 가상의 사례를 들어 볼게요. 

새 공장을 지으려 할 때,
시설자금 대출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이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이 흐름에 발맞춰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의 수요도 커지는 중입니다. 

이차전지 부품을 만드는 A회사는 새 공장을 세워 생산량을 확대하려고 해요.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땅, 건물, 기계가 필요한데 이 세 가지를 합쳐 약 6,5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에요.

A사는 보유한 현금 1,500억 원과 함께, 은행에서 5천억 원을 빌려 자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은행에서 5천억 원을 빌려주는 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죠.

이렇게 큰돈을 빌려줄 때는 은행도 리스크 분산을 원합니다. 그래서 두 개 이상의 은행이 ‘채권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대출을 하게 돼요. 이런 방식을 ‘신디케이티드 론(Syndicated Loan)’이라고 부릅니다. 

총 4개 은행이 신디케이션을 구성해 A에 시설자금 대출을 해줬습니다. A사는 신규 공장을 설립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며 성장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운영자금 대출

공장 설립과 같은 빅 이벤트가 없더라도 기업은 계속해서 돈이 필요합니다. ‘벌어 놓은 돈을 쓰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질 때도 있거든요. 

이번에도 사례를 들어 볼게요. A사의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서 부품 생산에 더 많은 원자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직원들도 많이 채용하게 됐죠. 

돈 나갈 곳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A사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해졌습니다. 이차전지 부품 판매로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돈이 들어오는 데까지 시차가 있어요. 

보통 기업들이 A사에게 바로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제품 판매 대금을 곧 현금으로 주겠다는 약속’인 매출채권을 주니,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죠.

이 상황에서 A사는 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매출채권을 현금으로 전환하면서 A사의 유동성도 점차 개선됐어요.

부채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볼 때, 부채비율을 중요하게 확인합니다. (부채 총계/자본 총계)*100을 구한 값인데, 보통 200% 정도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해요. 기업이 보유한 ‘진짜 내 돈’을 기준으로 약 200%의 부채까지는 괜찮다고 보는 거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출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공장, 신규 인원 채용, 원재료 구입 증가 등 기업 성장에는 여러 변수들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대출을 ‘잘’ 사용한다면 기업들도 지렛대를 활용한 것처럼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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